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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000’만 없으면 살기 괜찮다고 한다. 교육비다.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사교육에 쏟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교육열은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부작용이 너무 커 보인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다 보니 부모들은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쓸쓸한 말년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더 큰 문제는 빈부격차에 이은 교육 불평등이 가난 대물림을 양산한다는 데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는 피할 수 없다. 기껏해야 절대빈곤층을 줄여줄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각도로 빈부격차를 풀어내는 방법은 계층 간 이동이 원활한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최고이자 거의 유일한 방법이 ‘교육’이다.
과거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대가 있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도 학교 교육만 열심히 따라가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던 시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은 어떤가. 많은 통계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해준다. 사교육비 격차가 곧 실력 차이다.
올 1~3월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각각 71만원과 16만원으로 4배 넘게 벌어졌다. 이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95년 3.2배에서 꾸준히 상승세다. ‘투입비용’ 차이는 고스란히 수능 성적에 반영된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를 보면 대학 합격자 부모의 월평균 소득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246만원)→지방 4년제 대학(189만원)→전문대(146만원)→대학에 가지 않은 학생(131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교육비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과거엔 초·중등학교 때 뒤처져도 고등학교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요즘 젊은 엄마들에게 “자녀를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시키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간 적잖은 핀잔을 들을 것이다. 많은 학부형들이 ‘사교육으로 다져진 초교 4학년 때 실력을, 또 사교육으로 고3까지 끌고 가야 좋은 대학에 간다’고 믿는다. 그 돈이 도대체 얼마인가.
정부가 사교육을 뿌리 뽑겠다며 입시제도를 바꿀 때마다 사교육이 오히려 번성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자식을 더 공부시키겠다는 부모의 ‘본성’에 역행해봐야 소용없다는 증거다.
기자는 가장 선행돼야 할 과제로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사명감을 갖는 일이라고 본다. 밤잠 안자고 연구하며 더 정성껏 가르치는 게 ‘가난의 대물림’을 해결하는 길이라는 소명의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학원 선생보다 실력 없다는 평가도 그렇지만, 열정마저 떨어진다는 비난은 부끄럽지 않은가.
의료비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도 미국에는 이민자들이 몰려든다. 미국은 바닥인생도 뒤집을 수 있다는 꿈을 준다. 그것은 믿을 만한 공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공교육만 탄탄하게 받쳐준다면 대한민국은 미국 아니라 그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은 곳이 될 것 같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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