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카리스마형이 있는 반면,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십도 있다고 하지요. 요즘 트렌드는 부드러움에 있다고도 합니다만. 저는 새로운 용어를 하나 꺼내봤습니다. 조율자형, 즉 모더레이터(Moderator)형 리더십입니다. 사회자의 역할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어떤 회의석상이나 세미나를 주재하는 사람을 두고 모더레이터라는 말을 하는데,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리더십도 빗대어 설명해봤습니다. 모두 자기보다는 남을 높이는 리더십이지요. 제가 하와이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겪은 경험도 담았습니다. 이 글은 제가 리더피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Moderator
형 리더십 부각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하면 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불가능은 없다는 군인정신이 강조된 말이다. 내가 앞장 서서 끌어 줄 터이니 나의 추진력을 믿고 걱정 말고 따라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부흥을 이끌 던 시기에는 리더라고 하면 강력한 통솔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을 떠올렸다.

그러나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되고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리더십 있다는 지도자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요즘 리더십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TV 예능 프로가 아닌가도 싶다. 2009 TV 예능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인물을 꼽으라면 유재석씨와 강호동씨일 것이다. 이들의 인기 비결에 리더십이 녹아 있다.

 

 

 

유재석씨는 월요일부터 일요일 밤까지 거의 매일 TV에서 만날 수 있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통 이 정도로 TV에 자주 출연하면, 이른바안티(Anti)’세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굳이안티까지는 아니더라도지겹다’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유재석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출연자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TV 출연자들 중에는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면박을 주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유재석씨는 오히려 자신이 망가지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출연자들은 한번이라도 자신이 화면에 잡힐 수 있도록 무리하게 나서지만 유재석씨는 결코 부각되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하는 출연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그들이 유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애쓴다.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연예인 중 한 명이 개그맨 김영철씨다. 그도 유재석씨에 대해 비슷하게 평가했다. 자신이 인기가 그리 많지 않아 화면에 잘 안 잡히고 소외돼 있을 때도 있는데 유재석씨는 꼭 말을 할 기회를 주고, 자신의 장기인 영어를 활용해 개그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유재석씨니 명MC소리를 들으며 칭송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제 또 한 명의 명MC 강호동씨를 분석해보자. 사실 강호동씨가 예능에 걸맞은 외모를 갖춘 건 아니다. 씨름선수 출신으로 우락부락하다. 게다가 약간 쉰 듯한 거친 목소리와 억센 경상도 사투리는 방송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싫어한다는 시청자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강호동씨가 유재석씨와 쌍벽을 이루며 방송가를 주름 잡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호동씨의 인기비결로 좌중을 사로잡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언급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때로는 출연자들을 윽박지르거나 큰 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에게서도 유재석씨와 같은 리더십을 발견한다.

그가 진행을 맡고 있는 <12>에서 한참 나이 어린 출연자들과 직접 게임하고 티격태격하고, 또는 어린 출연자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가면서 프로그램을 경쾌하게 만든다. 능청스럽게 출연자들을 골탕먹이는 콘셉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강호동이다. 어려운 일은 자신이 먼저 나서서 해결한다.

또 출연자의 장점을 잘 끌어낸다.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은 장기가 있는 출연자들이 실력을 뽐내는 장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아마추어들이 나오다 보니 실력 발휘가 제대로 안 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강호동씨는 때론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출연자들이 제 기량을 다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한다. <무릎팍도사>라는 코너에서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출연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한다. 한국말이 어눌했던 격투기 선수 추성훈씨가 <무릎팍도사> 출연 뒤 인기가 더 높아진 것은 그의 진솔함이 방송 되도록 이끌었던 강호동씨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유재석씨와 강호동, 이들 두 MC의 리더십을 두고 섬김형 리더십(서번트 리더십)에 비유하곤 한다. 팀원들을 잘 받든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필자는 모더레이터(Moderator, 조율자)형 리더십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다. 개성이 강한 팀원들을 잘 어우러지게 만들어 성과를 내게 하고, 또 팀원들의 장점을 가장 잘 끌어낸다는 의미에서다.

필자가 몇 해전 미국 하와이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을 때다. 경영학 석사 과정 수업에서는 팀을 짜 서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마다, 과제마다 팀이 잘 바뀌지만, 유독 다니엘(Daniel)이 참여해 구성한 팀의 성적이 좋았다. 그런데 필자가 다니엘과 한 팀이 돼 수업을 하면서 왜 그가 참여하면 팀 성적이 오르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경영학 석사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부분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 그래서 팀을 이뤄도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팀 활동이 겉도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니엘은 모더레이터로서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조율해 낸다.

예를 들어 숫자에 밝은 구성원이 있으면 재무적인 의견을 주로 듣도록 유도한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구성원이 있으면 청중 앞에서의 발표, 즉 프리젠테이션을 주도하게 한다. 부끄러워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지만 성격이 꼼꼼해 슬라이드를 간결하고 멋있게 만들어내는 친구에게는 발표자료의 최종 점검을 맡긴다. 영어가 약하지만 다양한 경영 사례를 알고 있는 필자에게는 기초자료 조사를 맡겼다. 이런 식으로 구성원들의 장점을 빨리 파악하고, 끌어내니 그 팀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더레이터형 리더십은 팀으로 활동하는 조직문화가 발달할수록 필요한 리더십이다. 과거 기업은 무조건 크게 만드는 외형주의가 만연했다. 무조건 덩치부터 따졌다. 이런 조직은 성장기에 있는 제조업에게는 적합하다. 그러나 21세기는 아이디어의 시대다. 아이디어 하나로 조직 구성원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애플이 컴퓨터 제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데는 아이팟과 아이폰이라는 창조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리더는 창조성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구성원들의 장점을 잘 끌어내는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덩치 큰 조직을 이끌어낼 카리스마가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가 다양해지면 다양해질수록 1인의 강력한 추진력 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마지막 하나 더. 유재석씨와 강호동씨에 가려졌지만 이경규라는 MC를 한번 조명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그에게서 변화의 리더십을 발견한다. 그는 81 MBC 개그 콘테스트로 데뷔했다. 이제 방송을 시작한지 만 29년이다. 연예인이 이렇게 장수하기란 정말 어렵다. 몰래카메라양심냉장고등 그가 남긴 유행어와 히트코너는 수없이 많다. 아마 그가 예능계의 변화를 잘 읽고 몸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세상은 변해가는데하면 된다는 맹목적인 뚝심으로 밀고 가는 리더는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버리지 못할 전략이란 없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사실이다. 세상이 변하면 전략도 변해야 한다.

중국 인터넷계의 신화 잭마 알리바마 회장의 얘기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더, 조직원의 장점을 빨리 발견하고 이끌어내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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