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에 빠지지 않는 게 증권사 애널리스트, 컨설팅펌 컨설턴트, 또 기자다. 요즘 3가지 직업 모두 인기가 떨어진 면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경쟁률이 세고 젊어서 꼭 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한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은 아들을 일부러 동아일보 기자 2년 정도를 시켰다. 이 세가지 직업 모두 노동강도가 보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선배들이 한번 거쳐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이 세가지 직업을 보며 자기개발 키워드도 꼽았다.




필자는 한 지인에게서 젊어서 고생은 할 지 모르지만, 경제계 세상을 경험하기에 괜찮은 세 가지 직종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그 직업이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컨설팅업체 컨설턴트, 그리고 기자다.

이 세 직업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첫 번째는 노동 강도가 무척 세다는 것이다. 증권담당 기자로서 필자가 가까이에서 본 애널리스트들의 삶은 이렇다.

보통 아침 6시 이전에 출근한다. (심지어는 5시에 출근하는 사람도 봤다.) 증권 시장이 9시에 열리기 때문에, 부서 회의를 7시께 하기 때문이다. 미리 출근해서 회의 내용을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오전 장이 열리면, 장을 주시하는 동시에, 기자와 펀드 매니저들로부터 오는 전화들을 받느라 오전을 다 보낸다. 오후가 되면 이제 본격적으로 기업 탐방에 나선다. 그리고 오후 늦게 회사로 돌아와 보고서를 쓰고 자정에 가까워서야 퇴근을 한다. 아니면 여의도 한 호프집에서 술 한 잔 더.

컨설턴트의 엄청난 노동 강도는 이미 소문이 자자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맥킨지나 BCG 등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홈페이지에 가면 아예 공식적으로 일주일에 60~80시간을 일한다고 적어 놓았다. 참고로 한국의 일주일 동안의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씩, 40시간이다.

필자가 컨설팅 업계의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우스갯소리다.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일 때였는데, 새벽 1시에 퇴근하면서 서로 ‘너무 일찍(?) 퇴근한다’는 기분에 어쩔 줄 모르다가 결국 동료끼리 술을 마시고, 평소의 정상(?) 퇴근시간인 새벽 4시에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바로 컨설팅업계로 온 한 지인은 엄청난 노동 강도에 혀를 내두르다, 결국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다.

기자라는 업무는 시간을 얼마나 썼느냐보다는 기사의 품질과 양으로 승부를 거는 직업인데,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로 컨설턴트들이 PT에 집중하는 것과도 마찬가지지만), 꽤 노동 시간이 길고 강도가 센 게 사실이다.

 

*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두 번째는 세 가지 모두 ‘맨땅에 헤딩’하는 직업이라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내야 하는 직업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의 기업 현황을 보고 신도 모른다는 향후 주가를 전망해 내야하고, 컨설턴트들 역시 현 상황만을 바탕으로 미래의 전략을 짜내야 한다. 기자 역시 몇 가지 단초들을 묶어 새롭게 떠오를 트렌드를 써내야만 한다.

그런데 어떤 과제가 주어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첫 단추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과거의 자료를 철저하게 찾고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자료를 찾아내는 능력은 습득능력의 ‘꽃’이라고도 하겠다.

우리가 만들어 내려고 하는 새로운 내용의 대부분이 모두 과거의 연구 영역 아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직종은 모두 최종 보고서를 쓰기 전에, 무수히 많은 자료들을 찾아 사전조사를 한다. 그 뒤에서야 직접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또 최종 보고서를 내는 것이다.

필자는 2001년 국내 한 대형 광고대행사의 기획자(AE, Account Executive)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AE란 직업을 잠깐 소개하자면, 경쟁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광고를 수주하고, 고객과 제작진 사이에서 광고를 기획하고 조율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 가운데 AE가 하는 일의 핵심이라면 바로 PT를 준비하고 새로운 화두를 뽑아내는 것인데, 필자는 두건 정도의 PT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아주 혀를 내둘렀다.

어느 국내의 규모가 큰 은행의 광고를 따내기 위해서 은행의 기존 광고자료는 물론, 경영진의 신상, 철학, 은행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 은행업계 시장조사까지 철저하게 자료를 수집했다. 필자가 그 때 찾은 자료를 출력해서 보았더니 백과사전 수십 권 분량은 족히 될 듯 했다. 자료수집 뒤에도 광고를 어떤 컨셉으로 진행할지, 카피는 무엇으로 달지, 어떤 이미지를 쓸지 할 일이 태산이지만, 방대한 자료의 수집은 길고 힘든 PT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 인터뷰는 사전조사, 만남, 확인과 기사작성 3단계

 

기자로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보통 인터뷰를 할 때 인터뷰 대상자의 얘기를 그대로 듣고 받아쓰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인터뷰 기사를 쓰기 위해 보통 3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째는 인터뷰 대상자를 만나기 전 사전 취재가 철저해야 한다. 내가 만나려는 사람을 모르고서야 어떻게 인터뷰에 임할 수 있겠는가? 또 좋은 기사는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고 말도 있듯이 좋은 질문은 또 철저한 사전 조사에서 나온다. 그 인물이 맡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꿰고 있어야 하고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도 미리 파악해 둔다. 때로는 그 인물의 쓴 저서를 미리 읽어볼 때도 있다.

그 뒤에서야 비로소 인터뷰라는 본 과정이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기사 쓰기에 돌입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좋은 기사의 첫걸음은 철저한 자료 조사에 있는 것이다.

논문을 쓸 때도 교수들은 늘 얘기한다. 독창적인 생각으로 논문을 다 채울 생각은 접어두고 기존 자료부터 먼저 찾아보라고.

100% 독창적인 그 무엇을 창조하는 작업은 신의 영역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대학가에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베껴 리포트를 내거나, 논문을 쓰는 부정행위가 한창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내용만으로 독불장군이 될 생각도 버리는 게 좋다. 학자의 새로운 논문도 그렇고 기사도 그렇고 늘 기존의 연구결과라는 토대 위에 벽돌 하나를 얹는 것과 같다. 필자의 선배도 ‘기사의 80%는 기존 사실로 족하고, 20%만이라도 새로운 내용을 넣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기사’라는 얘기를 하곤 했다. 이는 비즈니스 영역 어디에서라도 그럴 것이다.

MBA를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다. MBA의 핵심 과정이라면, 다양한 경영환경에 부딪힌 어떻게 기업들이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느냐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있다. 때로는 ‘맨땅에 헤딩한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답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답이 되는 것이 과거의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 내 월마트(Wal-Mart)의 노사관계’라는 주제가 떨어졌다고 하자. 이 때 곧장 미국에서 중국으로 달려가 관계자를 만나서 얘기를 들을 수는 없는 일이다. 첫 번째 할 일은 기존의 연구 자료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것은 책도 좋고, 논문도 좋고 인터넷 자료도 좋다. 과거를 분석해야 미래가 보이는 법이다. 그 뒤에서야 그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관계자들을 수소문해 새로운 내용을 듣고, 업데이트할 수 있다.

필자는 어떤 기획 아이템을 가지고 기사를 쓰고 싶은데 딱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충분한 소재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상당한 정도의 과거의 자료를 발견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자료도 도움이 됐지만, 인터넷은 책만큼 깊이 있는 내용을 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리고 조사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덧붙여 새로운 기사를 만들어 내곤 했다.

하늘 아래 아주 새로운 것이란 없다. 궁금한 게 생기면 또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과거의 것을 찾고 또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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