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부장판사 글

나는 스스로 내 자신이 합리적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나를 아는 많은 다른 사람들도 내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혹시 있을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내가 보수주의자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중략) 

내가 왜 이 글의 서두에서 이런 말을 하느냐 하면, 이제부터 쓰려고 하는 내용에 대해서 그 내용을 보려 하지 않고 그냥 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부탁드리기 위함이다. 

최근에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찬반세력 사이의 대립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었다. 그것은 이제 정치 논쟁의 범위를 넘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되었다. 나는 지금 이 한미 FTA 비준과 관련하여, 그것이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고, 특히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을 빼앗는 점에서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며, 이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사법권을 위임받아 위 조약을 포함한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가지고 있는 우리 법원에서 이제라도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려고 한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 나의 입장은 처음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나는 그냥 막연하게 한미 FTA가 글자 그대로 한국과 미국 사이에 통상장벽을 해체하고 자유무역을 하자는 내용의 협약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추세이고 우리가 대미무역에서 지금도 많은 흑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하게 되면 비록 농업이나 축산업은 타격을 입겠지만 자동차 산업이나 전자, 섬유 산업에서 그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중략) 

그러다가 최근에 한미 FTA에 대한 논란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계속되면서, 나는 문득 내가 정작 한미 FTA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자국가제소권이라는 ISD도 처음 들어보는 용어이고, 역진방지조항(Ratchet)이라든지,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현실유보와 미래유보 같은 용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한미 FTA에 대한 내용을 알아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세상에, 한미 FTA 분량이 1,500페이지에 달한다는 것이다. 우리 법률 중에서 가장 방대한 법률이 본문 1,118조와 부칙 28조로 이루어진 민법인데, 그 분량은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무려 1,500페이지에 이르는 협정이라니...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한미 FTA를 이해는 고사하고, 제대로 읽어 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도대체 사람들은 한미 FTA에 대해서 뭘 제대로 알고 저렇게 찬반으로 나뉘어서 떠들어 대는 것일까? 나는 한미 FTA를 직접 찾아서 읽는 것을 포기하고 그에 대한 토론자료나 요약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찾은 것이 “을사조약이 쪽팔려서”라는 기획토론프로그램이었다. 50분 분량의 방송으로 3부작이니까 총 150분 정도 되는 분량이고, 토론참여자는 민주노동당 대표인 이정희 의원과 민주당의 정동영, 천정배, 이종걸 의원, 그리고 이해영 교수와 역사학자 한홍구이다. 물론 토론참여자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극히 일방적인 토론이다. 아니, 토론이라기보다는 성토장 같은 분위기이다. 그래도 내가 위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것은 이 중에는 한미 FTA 전문을 제대로 읽고 연구하였다는 토론자가 2명 등장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대표인 이정희 의원과 이해영 교수이다. (중략)

이 토론회에서 이해영 교수의 발언은 그나마 객관적인 듯 보이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을 제작, 주최한 측의 기획 의도가 빤히 보이는 만큼 조심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나는 16년 동안 법관으로서 근무하면서 재판을 해 온 경험을 토대로 위 프로그램에서 토론자들이 개진한 발언에서 그들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추측성 주장은 최대한 배제하고 사실(fact)만 추출해 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위 프로그램을 보고 난 결과, 나는 위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나 토론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한미 FTA가 여러 가지 독소 조항들을 품고 있다는 것, 특히 우리 나라의 사법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것, 우리나라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한미 FTA에 대한 나의 입장이 종래의 “막연한 찬성”에서 이제는 “막연한 반대”로 바뀐 것이다. 여기서 아직도 “막연하다”고 하는 것은 여전히 내가 한미 FTA 내용을 제대로 검토해 본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한쪽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내가 한미 FTA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품도록 증명하는데 성공하였다. 

내가 위 프로그램과 기타 다른 자료들에 의하여 한미 FTA가 불평등 조약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이고, 한미 FTA가 비준되어 발효되면 그 협정 자체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이 있는 조약으로서 규범적 효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면 신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1,500페이지에 달하는 한미 FTA에 배치되는 모든 법률과 하위 규범은 달리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무효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불문법 국가로서, 한미 FTA 자체가 법규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행법안을 만들어서 이를 의회에서 통과시키면, 그 이행법률만이 규범적 효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번에 200페이지 남짓한 한미 FTA 이행법률을 만들어 의회를 통과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위 이행법률을 보면, “주법의 규정이나 적용이 협정에 불합치하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여하한 자에 대해서도 주법 또는 주법을 적용하는 것이 효력이 없다는 선언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미국 정부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자도 한미 FTA를 근거로 청구권이나 항변권을 갖지 못하며, 미합중국 또는 주정부기관의 어떠한 조치 또는 부작위에 대하여 그것이 한미 FTA 위반이라는 이유로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위 말이 맞다면, 한미 FTA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제거되었는데, 미국에 있는 모든 법률상 장벽은 그대로 존속한다는 말이니, 바로 이것이 불평등 조약이 아니고 무엇인가? 

둘째,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이다. 즉 한미 FTA는 개방을 유예하거나 제한하는 분야만 협정에서 적시를 하고 나머지는 모두 완전히 개방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현재 예측하지 못하는 새로운 서비스 시장이 열리게 될 경우, 우리나라가 이를 보호하고 시장의 이익을 지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EU 사이에 맺은 한-EU FTA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아니라 개방하기로 합의한 분야만 협정에서 적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내 생각으로는 우리나라보다 산업과 기술이 뒤떨어진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는 네거티브 방식이 유리하고, 우리나라보다 산업과 기술이 더 발전한 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는 포지티브 방식이 유리하다. 그렇다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에도 포지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을 택했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역진방지조항(Ratchet)이다. 낚시를 할 때 바늘 끝을 구부려 일단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더 들어갈 수는 있어도 빠져나올 수는 없도록 만든 것을 “ratchet"이라 한다고 한다. 즉 모든 시장에서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 이하로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 조항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지금 우리나라가 우리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극장에서 1년에 일정한 기준 일수 이상은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 쿼터제를 채택하고 있다. 몇해 전에 스크린 쿼터의 의무상영일수가 146일에서 73일로 대폭 축소되었다고 영화인들이 시위를 벌이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스크린 쿼터제를 축소해 보니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우리 영화산업의 피해가 워낙 심각해서 보호할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우리 정부가 다시 의무상영일수를 100일 정도로 늘릴 수 있을까? 한미 FTA 시행 전이라면 그 대답은 예스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다. 그런데 한미 FTA 시행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위 역진방지조항에 의하여 한 번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된 이상 그보다 더 축소하는 것은 가능해도 그보다 더 늘릴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역진방지조항은 우리나라 정부가 그때 그때 경제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족쇄이고, 그 글자 본래의 의미 그대로 우리나라 시장경제를 낚시바늘에 꿰인 물고기 신세로 만드는 조항이다. 

넷째, 상대 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해 직접적으로 입게 되는 손해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서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이라고 한단다. 심지어는 우리나라가 FTA 협정문을 위반하지 않은 경우라도 정부의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시정조치 등의 정책으로 인해 일방 당사자의 자본 또는 기업이 “기대이익이 무효화”되는 피해를 입게 되면, 이를 보상해 주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하거나 환경보호를 위한 기업규제정책을 실시할 경우, 이는 대부분 간접적으로 대기업이나 외국계 투자기업에게는 손실을 안겨 주게 된다. 이것을 반사적 이익으로 보지 아니하고 법률상 보상해 주어야 할 간접수용으로 인정하게 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직접적인 피해액은 산출해 낼 수가 있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피해액이나 기대이익은 산출해 낼 수가 없어 예측하기도 어렵다.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섯째, 투자자국가제소권, 이른바 ISD 조항이다. 이것은 정부가 한미 FTA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하게 될 경우, 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이 아닌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ICSID라는 중재기구에 직접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국제 중재는 3인으로 구성된 중재 판정부에서 단심제로 심리하는데, 중재인 3인은 투자자와 피소국 정부가 각각 1인을 임명하고, 분쟁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의장중재인을 선임하되, 중재 제기후 75일 이내에 중재 판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ICSID 사무총장이 제3 국적의 중재인을 직권으로 의장중재인으로 임명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것은 본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빼앗는 조항이다. 왜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분쟁에 대해 국내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 권리구제를 맡겨야 하는가? 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조약의 해석에 관하여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이 있는 법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포기해야 하는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예컨대 공정거래사건에 관하여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로 외국계 투자기업이 패소하여 손해를 입을 경우, 패소한 그 투자기업이 우리나라 사법부의 판결이 잘못되었다면서 판결 그 자체를 위 ICSID에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앞서 설명한 조항들로 인해 한미 FTA에 관하여 우리나라와 외국계 투자회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위 조항이 최종적인 해결조항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문제는 정말로 심각하다. 마치 바둑을 둘 때 멀리서부터 서서히 대마를 포위해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듯이, 한미 FTA는 앞서 설명한 네거티브 방식에 의해 특별히 협정에서 유보하고 있지 않는 한 모든 분야에 걸쳐 무제한의 개방을 하게 하고, 역진방지조항에 의해 우리나라 정부가 융통성 있는 시장보호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방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가 새로운 중소기업보호정책이나 환경보호정책을 하려고 하면 간접수용에 의하여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피해나 기대수익까지도 배상하도록 규정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위 ISD 조항으로 그 최종적인 분쟁의 해결권을 우리나라 사법부에게서 빼앗아 미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ICSID라는 중재기구에게 넘겨준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줄 것은 다 내어주고 받을 것은 하나도 못 받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협정이 맺어지게 되었을까? 

위 프로그램에서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희 의원이 말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한 사이트 “위키리크스”에서 최근에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한 미국 비밀 외교문서를 공개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 한미 FTA 협상을 총지휘한 김현종 당시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의 전과정에서 미국에게 우리나라의 협상정보를 넘겨주면서 자기 말로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죽도록 싸웠다”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익을 위해 협상대표로 임명한 사람이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죽도록 싸웠다니, 정말 믿기 어렵고, 믿고 싶지 않은 일이다.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싸고 위 ISD 조항이 한미 FTA 최대의 독소조항으로 부각되어 국회 동의가 늦어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하여 한미 FTA가 비준 동의되더라도 위 ISD 조항에 관하여 미국과 재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국민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FTA와 ISD 조항에 대하여 법률의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어떠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도 크게 보면 하나의 계약이고, 어떠한 계약이 불공정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전문 영역이 아닌가? 그렇다면 한미 FTA에게 불공정한 독소조항이 있다면 이를 명확히 하여 재협상 테이블에서 해당 부분을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아울러 외교통상부에서 사법부의 재판권을 빼앗아 제3의 중재기관에게 맡겨버렸는데, 법원이 그에 관하여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장님께서는 취임 일성으로 사법부의 신뢰 회복과 이를 위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셨고, 얼마 전에는 조경란 부장판사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양형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하셨다. 그래서 나는 대법원장님께 법원행정처 내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T 구성을 청원하는 방법이 어떨까 생각한다. TFT의 연구과제는 한미 FTA에 어떠한 불공정 요소는 없는지, 있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바로잡아야 하는지, ISD 조항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등이 될 것이다. 서두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찬반세력 사이의 대립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부각하고 있는데, 정작 한미 FTA에 대해 찬반 입장이 나뉘는 국민들의 대부분은 나처럼 한미 FTA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원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T를 구성하여 여기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면, 그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던지 간에 국민들의 의구심과 사회적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하여 참된 신뢰와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TFT에서 연구한 결과에 대해서는 한치의 이의도 없이 승복할 것이다. 

[제안] 만일 이러한 저의 제안에 공감하는 판사님들이 계신다면, 이 글에 대한 댓글로 저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취지를 기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만일 12월 한달 동안에 동의해 주신 판사님이 100명을 넘어선다면, 저는 정식으로 법원행정처 내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T를 구성해 달라는 청원문을 만들어 대법원장님을 만나뵙고 청원을 올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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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쓴 뒤에 독자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결혼 문화에 대해 뭔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공감하고 있는거죠. 
아닌게 아니라 뭔가 변화는 필요할 것 같아요. 
PS. 취재팀 중 한 명이 결혼을 하는데 정말 쿨하지 못한 결혼을 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오늘'에 제보해야 할까봐요. ㅋ  




◆ 우리 Cool하게 결혼할까요 ◆

추석이 지나 청명한 가을이 다가왔다. 이때면 청춘남녀들 결혼 소식이 빈번하게 들린다. 지금까지 한국의 결혼문화는 뭔가 신선하지 못했다. 남녀가 하나 돼 새 출발을 하는 기쁨의 순간이라기보다, 힘들게 거쳐야 하는 형식적인 절차처럼 여겨졌다. 그리 친하지 않은 지인들에게까지 청첩장을 남발하고 번잡한 대형 예식장에서 지루한(?) 주례사를 흘려들으며 그저 빨리 끝내야만 했던 ‘붕어빵’ 예식이 주류였다. 하객들도 축하의 마음보다 얼굴을 내비쳐야 한다는 씁쓸한 의무감에 주말을 반납하곤 했다. 이런 허례허식에 찬 결혼문화를 점검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또 조금씩 변화의 모습도 나타난다.

매경이코노미는 한국의 결혼문화를 총체적으로 짚어봤다. 정말 ‘쿨(cool)’하게 결혼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결혼 비즈니스에 남아 있는 불편한 진실도 캤다.

[특별취재팀 = 명순영(팀장)기자, 김범진 기자, 김헌주 기자, 윤형중 기자, 조은아 기자, 노승욱 기자, 임혜린 기자 / 사진 = 박정희 기자, 이보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24호(11.09.28일자) 기사입니다]

“쿨한 결혼이요? 말이 쉽지 부모님 눈치도 보이고, 그동안 뿌린 게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해요.” 

쿨한 결혼에 대한 예비 신랑신부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많은 사람들이 쿨한 결혼을 꿈꾸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젊은 예비부부를 중심으로 허례허식을 줄이고 거품을 쏙 뺀 실속 결혼을 찾는 추세다. 쿨하게 결혼하는 비법을 5가지로 정리해봤다. 

1. 형식적인 결혼 준비비용을 없애라
예단·예물 안 주고 안 받는 게 대세
 

손재영 씨(28)와 최정은 씨(28)는 9년간의 열애 끝에 올봄에 결혼했다. 오랜 시간 만나면서 서로의 가족들과 허물없이 지내왔던 그들은 결혼준비에 있어 격식보다는 실용을 택했다. 예물이나 예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그들은 예단, 예물을 하지 않길 원했고 양가 부모님 역시 상견례 자리에서 ‘쿨’하게 합의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김현진 씨(27)도 예단과 예물을 생략하는 대신 그 돈을 신혼집 구하는 데 보태기로 했다. 은행원인 김 씨는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신혼부부 대출상담이 부쩍 늘어난 모습을 보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결혼준비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손 씨와 김 씨처럼 예단과 예물을 생략하고 전셋집에 돈을 보태거나 신혼여행에 더 신경 쓰는 예비부부들이 늘어나면서 결혼문화가 바뀌고 있다. 특히 허례허식으로 지목되고 있는 부분인 예물·예단은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요즘엔 예단이나 예물은 안 주고 안 받는 집 많아요. 아니면 1000만원 주고 다시 1000만원 돌려받는 식으로 흉내만 내죠. 워낙 서울 집값이 비싼지라 대부분 집값에 보태고 부모님 옷 한 벌만 백화점 가서 해드리는 게 추세인 것 같아요.” 신혼 3개월 차 김가영 씨(34·가명) 얘기다. 

예물이나 예단은 집집마다 천차만별이기는 하나 보통 현물예단과 현금예단으로 구성된다. 현물예단은 예단 삼총사로 불리는 이불, 반상기, 은수저 외에 손거울과 귀이개를 가리키는 애교예단 등도 추가된다. 명품가방이나 밍크코트를 준비하는 집도 있다. 

원래 예단은 신부집에서 신랑집으로 비단으로 옷을 지어서 보내는 것이었으나 1960년대부터 예단비가 하나의 풍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신부가 예단서식과 함께 예단비를 청홍 보자기에 싸서 신랑집으로 보내면, 신랑집에서는 그중 절반을 ‘봉채비’ 명목으로 돌려보낸다. 봉채비는 받은 예단비를 다시 돌려보내는 게 아니라 신랑집에서 미리 준비해 봉채서식과 함께 붉은색 예단보에 싸 신부집으로 보내는 것을 말한다. 

예단과 예물을 비롯해 혼수나 집 마련에 들어가는 금액이 수천만원을 넘어서 억 단위로 치솟기도 해 신랑 측과 신부 측 간 신경전도 상당하다. 온라인 웨딩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결혼 준비하다 금전적인 문제로 파혼했다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글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온다. A웨딩컨설팅업체 웨딩플래너 B씨는 “확실히 과거보다 예물이나 예단을 하지 않는 예비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관건은 부모님이다. 처음엔 주위 눈치 보지 않고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게 결혼준비를 하려 해도 부모님 의사에 따라 휘둘리게 되는데 요즘은 양가 합의 아래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용적인 결혼준비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셀프웨딩촬영도 늘어나는 추세다. 셀프웨딩촬영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불리는 웨딩촬영 공식에서 벗어나 장소섭외부터 드레스, 머리 손질, 화장에 촬영까지 모두 스스로 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 카메라가 보급화되고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신랑신부가 직접 촬영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예비 신부 이지영 씨(30)는 남들 다 하는 스튜디오 촬영을 건너뛰기로 마음먹었다. 평생 한 번 있는 웨딩촬영이 아쉽지 않느냐는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찍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신 사진가인 예비 신랑이 카메라를 들기로 했다. 부담스럽게 진한 메이크업 대신 자연스럽고 행복한 모습을 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수수한 드레스에 화환만 머리에 얹고 근처 공원을 찾았고 예쁜 사진과 함께 추억을 덤으로 얻었다. 

셀프웨딩촬영의 특징은 똑같은 배경에 사람만 바뀌는 스튜디오에서 판에 박힌 듯한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예비부부만의 개성을 담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용 역시 스튜디오 촬영에 비해 거의 들지 않는다. 의상은 화려한 드레스나 정장 대신 하얀 원피스나 세미 정장 등 간편복을 입거나 저렴한 가격에 대여하고 장소 역시 스튜디오를 대여하지 않는 이상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아예 신혼여행지에서 웨딩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2.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 공식 깨라
집값 비싸 공동명의로 구해
 

언제부터인가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공식이 우리 결혼문화로 자리 잡았다. 남자 쪽에서 떡하니 아파트 한 채를 해오는 건 당연해보였다. 그게 남자의 능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옛말이 됐다. 

서울에서 작은 평수 아파트를 전세로 구하려고 해도 최소 1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강남 전세는 3억~4억원이 기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금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일부 아파트 전세금은 매매가의 70~80%를 넘어섰다. 남자 쪽에서 전셋집 하나 제대로 구해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둔 박수진 씨(29·가명)는 현재 집 문제로 결혼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남자 쪽에서 신혼집을 같이 장만할 것을 요구해 집값 2억원 중 8000만원을 보탰는데, 혼수와 예단까지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집값의 40%를 보태는 것만으로 해야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했던 박 씨 집안으로선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실제로 집 문제에서 시작된 다툼이 파혼에 이르는 경우도 빈번하다. 서울에서 웨딩홀을 운영하는 김 씨(38)는 “최근 1년 사이 결혼식장을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자고 일어나면 전세금이 올라버리는 통에 신혼집 계약을 놓고 양가가 갈등을 빚어 파혼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지방에서야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가 가능할지 몰라도 서울에선 힘들어요. 최소한 남들 하는 만큼이라도 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그게 어디 쉽나요? 다 자기 만족이에요.”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올린 이현숙 씨(30·가명) 말이다. 결혼할 당시 이 씨는 직장 4년 차였고 남자친구는 중소기업에 막 취업한 상태였다. 원래 대기업에서 2년 근무한 그는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퇴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남자 혼자 집을 마련하는 게 어려웠다. 두 사람은 부모님한테 손 벌리지 않기로 약속하고 같이 대출을 받아 신혼집과 결혼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에 남자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구했던 전세금을 더해 경기도 소재 아파트를 1억원 미만으로 구했다. 혼수도 따로 장만하지 않았다. 자취하면서 쓰고 있던 가전제품과 가구를 모두 사용하기로 하고 침대만 새로 구입했다. 이 씨는 “우리 사정을 이해한 양가 부모님들이 서로 안 받고 안 주기를 약속하면서 예물과 예단을 안 하기로 했다. 커플링 하나만으로 만족한다. 결혼식도 지방에서 하니깐 큰 비용 들이지 않고도 올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반대로 여자 쪽에서 아예 집을 장만하고 남자가 혼수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 여자는 23~24세에 취업해 28~29세에 결혼하기까지 5년 정도 돈을 모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반면 남자는 27~28세가 돼서야 사회에 나오기 때문이다. 

연애 12년 차에 접어든 김창수·김지연 씨(32·가명)는 부모 허락을 받아 오는 12월 지방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김창수 씨가 벌어놓은 돈은 1000만원이 전부. 회계사 공부를 했지만 계속 낙방하고 지난 5월에야 중소기업에 취업해 악착같이 모아 놓은 돈이다. 반면 김지연 씨는 지난 7년간 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적금으로 부은 돈만 1억원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지연 씨가 전세금을 내는 방향으로 얘기가 됐다. 처음에 여자 쪽 부모 반대가 있었지만 남자 쪽에서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혼 승낙을 얻었다. 

김지연 씨는 “전세금 빼고 나머지 결혼비용으로 2000만원을 생각한다. 혼수도 최소한만 하기로 했고 대신 신혼여행만큼은 잘 다녀오려고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부부가 같이 집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신혼집은 공동명의가 대세가 됐다. 집값의 10~20%도 아니고 절반 가까이 보태다 보니 공동명의는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 

3. 예식장 문화를 바꿔라
일회성 예식비 아끼고 촬영은 셀프로
 

올해 3월 결혼한 김유나 씨(31)는 예식장을 고르던 중 호텔 3층의 전망 좋은 야외 테라스를 발견하고 곧바로 계약했다. 남들도 다 하는 결혼이지만 평생 잊혀지지 않는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많은 하객을 초대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성수기 때마다 거의 매주 결혼식을 다니느라 부담스러웠던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차라리 평소 관계가 깊었던 소수만 불러 진행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방식이 하우스웨딩.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120명가량의 하객을 엄선해 진행한 결혼식은 감동 그 자체였다. 주례사 없이 서로 반지를 끼워주고 혼인서약을 낭독했다. 정성껏 쓴 편지에 사랑을 담아 하객들 앞에서 고백했다. 총 소요시간은 3시간 정도. 모든 하객에게 감사카드를 손수 쓰고 좌석 배치를 직접 하느라 손이 많이 갔지만 당사자와 하객 모두에게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예식문화가 바뀌는 추세다. 

판에 박힌 30분 내외의 짧은 식순에 평소 연락도 잘 안 하던 지인까지 전부 초청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김 씨처럼 하우스웨딩, 선상웨딩같이 소규모의 특별 예식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 하우스웨딩은 소규모 공간에서 50~100명 안팎의 하객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는 파티 형식 결혼식이다. 소규모이기 때문에 야외예식으로도 적합하다. 뜰이나 정원에서 아기자기하게 진행하거나, 탁 트인 한강이 보이는 선상 위에서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예식문화에 젊은 층의 개성이 반영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의사결정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웨딩컨설팅업체 웨딩앨리 이보라 팀장은 “소규모로 진행되는 하우스웨딩은 양측 부모는 원하지 않으나 당사자들이 원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전통 세대들은 북적거리는 분위기에서 많은 하객을 초대해 진행하고 싶어 하지만 젊은 층의 욕구는 또 다르다. 최근에는 식장부터 날짜까지 결혼 준비 과정에서 당사자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호텔보다 저렴하지만 호텔만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일반웨딩홀도 인기다. 웨딩포털 애니홀에 따르면 인기웨딩홀 상위 5위권 중 두 군데가 호텔풍의 고급 웨딩홀이다. 

이보라 팀장은 “예전에는 교통과 비용을 먼저 고려해 식장을 결정했는데 지금은 분위기를 최우선 조건으로 꼽는다. 홀과 신부대기실이 고급스러운 곳이 인기”라고 덧붙였다. 

1회로 끝나는 예식비용은 최대한 절약해 남는 돈으로 집을 마련하거나 혼수를 구입할 때 보태려는 이들도 많다. 먼저, 남들이 결혼하지 않는 비수기나 주중에 결혼식을 치르는 것도 방법이다. 비수기인 7~8월, 1~2월에는 대관료 없이 식대만 받는 곳도 많다. 구청이나 복지관도 활용할 만하다. 1인당 식대 3만원 정도에 출장뷔페를 부르면 대관료는 공짜다. 특히 한두 시간 단위로 식이 열리는 일반예식장과 달리 식장 대여시간이 일반 결혼식장의 두 배가 넘는 4시간이며 예식 일정을 하루 한 건으로 제한하고 있어 여유로운 진행이 가능하다. 

소셜 웨딩업체도 등장했다. 예식장 대여부터 스드메, 신혼여행까지 반값에 고를 수 있다. 예식장 비용도 50% 수준이다. 

4. 부담스러운 축의금 받지 마라
축의금 대신 ‘웨딩 레지스트리’
 

요즘 모 개그프로그램에서 결혼 축의금을 개그 소재로 삼은 것이 화제가 됐다. 평소 연락이 없던 친구나 밥 한 번 먹지 않은 직장 동료가 결혼한다고 갑자기 청첩장을 보낸 경우, 얼마를 축의금으로 보내야 할지 난감해진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한 개그맨이 결혼 축의금을 얼마를 내야 하는지 상황별로 정확히 알려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웃음과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결혼 축의금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왔다. 결혼식의 허례허식이 커지면서 축의금도 일면식만 있어도 받을 수 있는 ‘쌈짓돈’처럼 인식됐다. 특히 유명인이나 고위 공직자 자녀의 결혼식은 공식적인 뇌물 창고로 변질됐다. 결혼식 축하는 형식이 되고 돈을 주는 일이 중요한 일이 돼버렸다. 이런 모습들도 점차 달라지는 분위기다. 몇 년 전부터 젊은 예비부부들을 중심으로 ‘웨딩 레지스트리(wedding registry)’가 축의금을 대신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웨딩 레지스트리는 신혼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신랑신부가 리스트로 작성해 결혼식에 올 친구나 지인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축의금을 전달하던 방식보다 친근하고 기억에 남기 때문에 신세대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기존에도 가까운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선물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미 혼수로 구입한 품목과 중복되는 일이 많아 만족도가 떨어졌다. 이 같은 일을 피하기 위해 요즘 웨딩 레지스트리를 작성할 때는 품목과 브랜드 정보를 구체적으로 쓴다. 높은 가격대의 물품은 2~3명이 함께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올 3월 결혼식 때 몇몇 친구들에게 축의금 대신 웨딩 레지스트리를 받은 정지현 씨(31·가명)는 “작은 선물이라도 친구들에게 기념으로 받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꼭 필요한 물건을 중심으로 서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품목과 가격대를 신중하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 씨에게 신혼선물을 준 친구 김 씨도 “처음에 선물 리스트를 준다기에 어색하고 귀찮기도 했는데, 여럿이 돈을 모아 원하는 선물을 주고 나니 받는 사람도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큰돈이 들지 않아 부담도 없었다”고 전했다. 

5. 예물 안 해도 신혼여행은 화려하게
일생일대 추억 만들기…자유여행 선호
 

지난해 서울의 한 보드동호회에서 만난 진세현 씨(30)와 김소영 씨(28) 커플은 신혼여행을 캐나다 밴쿠버의 휘슬러로 가기 위해 양가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다. 결혼식이 10월 23일이었지만 신랑이 회사일로 바빠 장기휴가를 낼 수 없어 신혼여행 날짜를 11월 27일로 잡으려 했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은 신혼여행은 결혼식 끝나고 바로 가는 게 ‘순리’라며 굳이 휘슬러로 가야겠냐고 말렸지만 세현 씨와 소영 씨의 결심은 확고했다. 신혼여행을 다소 늦게 가더라도 ‘이왕 가는 거 제대로 가자’는 생각에서였다.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었던 김현수 씨(33)와 한미진 씨(29)는 예산이 부족하자 아예 예물을 포기했다. “예물은 나중에 살면서 더 할 수 있지만 신혼여행은 신혼의 기분이 가장 고조된 때가 아니면 즐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3~14시간 걸리는 비행시간도 나중에 가려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이유도 더해졌다.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던 양가 부모님도 “결혼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라는 이들의 주장에 결국 손을 들었다. 

신혼여행을 위해서라면 예식 절차나 예물도 뒷전으로 할 만큼 신혼여행이 결혼의 주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예식과 피로연, 주택, 혼수, 예물, 예단 등 돈 들어갈 곳이 많은 기존 결혼식에서 신혼여행은 예식이 끝나고 남은 돈에 맞춰서 가는 결혼의 ‘마무리 행사’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요즘 젊은 신혼부부들 생각은 다르다. 예식과 피로연 등 형식적인 행사는 줄이고 신혼의 달콤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신혼여행에 더 공을 쏟는다. 

송현동 건양대 예식산업학과 교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싼 예식 비용을 줄이고 대신 신혼여행을 알차게 보내는 것을 더 합리적인 결혼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송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점차 결혼을 부모의 요구에 맞춘 ‘집안 대 집안’의 행사로 보지 않고 당사자의 행복과 만족에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황학연 허니문아일랜드 팀장은 “국외 신혼여행은 가까이 가면 푸껫, 멀리 가면 하와이가 인기이고 비용은 4박 5일에 1인당 200만~35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혼여행 일정도 본인들이 짜는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10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 진영옥 씨(27)는 태국 코사무이섬으로 9박 10일간 자유여행 일정으로 신혼여행을 갈 예정이다. 진 씨는 “여기저기 둘러보는 걸 좋아해서 신혼여행 코스도 우리가 짰고 숙박도 호텔과 리조트, 풀 빌라를 3일씩 섞어서 예약했다”고 말했다. 

여행 일정을 잘 짜면 패키지보다 더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자유여행은 패키지여행보다 평균 30% 정도 비싼 편이지만 현지 여행사를 잘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혼준비용 용어 설명 

■예신 : ‘예비 신부’의 줄임 ■예랑 : ‘예비 신랑’의 줄임
■스튜디오 촬영(리허설촬영, 실내촬영) : 본식을 진행하기 전에 드레스와 화장을 하고 미리 사진을 찍어 앨범에 남기는 것
■스촬 : ‘스튜디오 촬영’의 줄임
■드메 :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거나 스튜디오 촬영만 따로 진행할 시 ‘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
■스드메 :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워킹 : 플래너를 거치지 않고 예비 신부가 직접 발로 뛰어 스드메를 계약하는 것
■드레스투어 : 본식 날 입을 드레스를 고르러 샵을 다니는 일
■예단 삼총사 : 예단이불, 반상기, 은수저를 말함. 요즘은 반상기를 잘 안 쓰기 때문에 방짜유기를 많이 하는 추세
■애교예단 : 예단 3총사에 추가로 준비하는 손거울과 귀이개를 말함
■원판 : 결혼식 후 가족, 친지, 친구들(부케 던지는 것)과 기념으로 찍는 사진 

[김범진 기자, 김헌주 기자, 조은아 기자, 노승욱 기자, 임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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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쓴 기사입니다만, 매일경제 베스트 클릭을 이틀 연속했습니다. 그만큼 관심이 있었던 사안인데요. 독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도 받았고요. 제가 놀란 건 기사 나간 뒤 독자들의 반응을 보니 '연봉을 올려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한 재원 마련도 힘들어 말대로 실천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연봉삭감한다고 난리 치면서 50% 인상은 또 뭐냐'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어요. 그만큼 이랜드가 안팎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번 읽어보셔요. 이번 조치가 잠깐의 인기를 얻기 위한 그런 임시방편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지난해 말 창립 30주년 행사 자리에서 “직원 급여를 파격적으로 인상하고 은퇴자 노후 보장 등 다양한 복리후생을 갖춘 보상제도를 2011년 3월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임직원은 최고 50% 인상된 임금을 받는다. 신입사원은 25% 인상된 4000만원을 연봉으로 받는다. 패션유통업계의 평균 연봉이
 3000만원에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인상이다. 과장은 6500만원, 부장은 1억원으로 오른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올해부터 그룹 순이익의 10%를 떼어 정년퇴직하는 직원들에게 주는 ‘은퇴기금’을 조성한다. 발표 이후 그룹 안팎에서는 ‘새로운 신의 직장이 탄생했다’며 떠들썩했다. 직원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CEO의 의지 표명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다. 

박 회장의 이번 결정에는 남모를 고민이 깊게 배어 있다. 그룹 안팎의 관계자들은 높은 이직률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가장 컸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랜드는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많이 주고 단기간에 업무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반면 연봉이나 처우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러자 ‘패션사관학교’ 이랜드의 임직원을 스카우트하려는 경쟁사들이 많았다. 

이직에 대해 이랜드는 지금까지 강경 일변도였다. 업무 성격과 중요도, 경력에 따라 일부 직원들에게 일정 기간 이직을 금지하는 ‘전직 금지 서약서’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 계약을 어기면 소송도 불사한다. 이랜드는 금융사로 이직한 한 직원에 대해 6개월간 소송을 벌여 합의금 1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고 옮긴 회사의 대표를 찾아가 ‘기업비밀을 빼돌렸다’며 항의한 일화도 유명하다. 지난해 7월 제일모직을 상대로 “중국시장을 키워온 핵심인력을 빼갔다”며 영업비밀침해금지소송을 냈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직한 직원은 서약서 위반으로 수천만원을 물어야 했다. 그러자 “전직을 막는 데 공을 들이느니 애사심을 갖도록 처우를 높이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어야 했다. 이번 조치는 직원 이직을 막기 위한 ‘당근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은퇴기금은 정년퇴직했을 때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기 때문에 이랜드에 오래 근무하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도 박 회장이 직원 처우를 높이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본다. 유통업체는 하청업체에 이른바 ‘갑’의 자리에 있어 항상 비리 유혹에 노출돼 있다. 이랜드에서도 지난해 말 감사에서 직원 20여명이 징계대상에 올랐고, 박 회장이 신뢰했던 임원이 거액의 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미지 개선효과를 노렸다는 시각도 있다. 기독교기업으로서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해왔던 이랜드는 몇몇 대형 파업사태를 겪고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노조에 대한 강경한 대응 때문에 예비 취업자들에게 ‘직원을 배려하지 않는 회사’의 이미지를 줬다는 것. 이를 해소하려는 방안으로 신입사원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발표에 대해 내부에선 적지 않은 직원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연봉 인상 조건이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관리직 정직원, 그것도 과장급 이상에만 초점을 맞춰 비정규직과 현장의 말단사원에게는 그 혜택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박 회장의 ‘통 큰’ 결단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직원 신뢰를 얻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3호(1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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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나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오래 살아 뭐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준비 안하면 노후가 무섭습니다.
건강, 일, 돈 삼박자를 갖추기가 쉽지 않죠. 





[취재수첩] "오래 살아 뭐하나요?"
기사입력 2010.09.01 04:00:15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최근 한 중견 증권사 홍보실장 A씨와 점심을 먹었다. 재테크 전반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 화제가 부동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A실장은 몇 해 전 출퇴근을 고려해 서울 여의도에서 가까운 대방동에 아파트를 샀다. 이후 같은 동네에서 대출을 받아 평수를 넓혔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집값은 구매 때보다 떨어졌지만 대출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형편이 됐다. 이른바 ‘하우스푸어(집을 갖고도 빚 때문에 가난한 사람)’가 된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증권사 부장급으로 어느 정도 괜찮은 연봉을 받고 있어서다. 문제는 은퇴 뒤다. 증권가는 퇴직 나이가 다른 업종보다 빠른 편이다. 40대 초반인 그는 “당장 몇 년 뒤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데 정말 무엇으로 밥벌이를 하고 기나긴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곤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식들에게 짐만 되지 힘들게 오래 살면 뭐하겠어요?”

이 푸념이 그저 농으로 들리지 않았다. 실제 부동산이 하락의 길로 접어들고 A실장이 조기은퇴한다면 그의 노후는 그다지 근사할 것 같지 않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졌다. 하지만 알고만 있는 것과 대비하는 것은 다르다. 한국인의 노후 대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와 조기 퇴직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게 첫 번째다. 집을 줄이거나 싼 곳으로 옮겨야 한다. 60대라면 부동산과 금융자산 비중이 1 대 1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또 하나, 회사에 오래 근무할 수 없다면 새로운 일을 찾아 평생현역으로 남아야 한다. 일거리가 없다고? 한 교장선생님은 은퇴 뒤 100만원으로 연꽃 재배를 시작해 일과 돈을 함께 얻었다. 환경업무를 30년 넘게 해온 공직자는 베트남에서 노하우를 전수 중이다. 역시 풍족하진 않아도 먹고살 만한 돈을 받는다. 60대 중반 전업주부는 10년째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의미 있게 산다. 최근 7년에 걸쳐 2000회 투자교육 강의를 진행한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도 좋은 사례다. 그는 금융사 CEO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일찌감치 투자교육에 매진해 강의로 행복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뜻을 두고 준비하면 길은 있는 법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1호(10.09.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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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이폰으로 트위터 접속했다가 발견해 단독기사 낼뻔 했네요. ㅋ  
기사 올리는 프로세스가 좀 늦어 2~3번째로 올렸지만.
암튼 트위터가 대세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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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후 6시께 첫 트윗팅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공식 트위터(http://twtkr.com/bluehousekorea)에 "안녕하세요~ 대통령입니다"는 글을 띄워 트윗팅을 시작했다. 한 트위터러(트위팅을 하는 네티즌)는 "이거 정말 대통령님께서 하시는 트위터에요?"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의심이 많으시네요. 하하하"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다른 트위터러는 "트윗은 투명하게 소통하는 곳입니다. 거짓말했다는 9시뉴스에 나옵니다. 트윗하시는 이야기 아마도 뉴스에 나오실듯 합니다.^^"라고 글을 남기자 이 대통령은 "나는 8시 뉴스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 가끔 들려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라며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보통 주말에 무얼 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8월15일 광복절 행사를 염두에 둔 듯 "이번 일요일은 광복절 행사가 광화문 앞에서 있는데 비가 올까 걱정입니다. 참여 부탁드립니다. 보통 때는 테니스를 칩니다."라며 행사 참여를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학력이 낮더라도 능력있는 분들을 키워달라"는 주문에 "적극 찬성"이라고 답했다. 그는 약 8분간의 트위팅을 마친 뒤 "너무 즐거웠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안녕~~~~~~~~~~~~~~~~~"이라는 글로 마무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트위터 화면을 보고 있고 조금이라도 많은 분들과 대화하기 위해 실무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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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로 쓴 기사인데, 주말 매일경제에서 조회수 1등 기록했네요. 네이버 머릿기사로 오르고요. ㅋ





아반떼, 탁월한 편의장치에 중형차도 긴장
기사입력 2010.08.15 09:04:50 | 최종수정 2010.08.15 12:35:44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현대차는 아반떼 신모델을 선보이며 ‘세상에 없던’이라는 도전적인 타이틀을 내걸었다.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도 차명을 언급할 때마다 꼬박꼬박 ‘세상에 없던 아반떼’라는 표현을 썼다. 다소 과장됐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겠지만 몇 가지 관점에선 이 단어를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아반떼는 ‘중형콤팩트(Compact)’라는 새로운 자동차 카테고리를 열었다. 과거 아반떼 같은 1600cc급 차량을 준중형이라고 불렀다. 중형콤팩트가 준중형과 다른 게 있다면 크기만 중형 수준으로 올라선 게 아니라 힘과 각종 편의장치를 중형차 못지않게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시승해보니 우선 힘이 좋았다. 140마력 감마 1.6 GDi엔진은 경쟁차종의 1800~2000cc급 힘을 낸다. 순간 힘을 내는 토크도 경쟁차를 압도한다. 출발에서 100km/h까지 가속시간은 10.4초로 구형 모델(12초)보다 1.6초 앞당겼다. 또 속도가 높아지면서 힘이 붙는 느낌도 괜찮다. 5단을 넘어서면 150km/h는 거뜬히, 그리고 편안히 올라선다. 특히 1600cc급 엔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세상에 없던’ 성능이다.

편의시설도 중형급 이상이다. 안전장치부터 그렇다. 동급 최초로 아반떼 전 모델에 사이드·커튼 에어백을 달았다. 후방 충돌 시 승객의 목 부상을 줄여주는 액티브 헤드레스트도 주목할 만하다. 타이어 공기압 이상을 경고해주는 경보장치나 차체 자세 제어장치 등도 중형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치다.

편의장치의 백미라면 평행주차 때 자동 주차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버튼을 누르고 차 옆을 천천히 지나가면 자동으로 주차 가능한 공간을 찾는다. 그 뒤 후진 기어를 넣으라는 지시에 따르면 운전대가 스스로 움직이며 주차 공간으로 찾아 들어간다. 운전자는 브레이크 페달로 속도만 조절하면 된다.

디자인에도 ‘세상에 없던’이라는 수식을 붙일 만하다. 현대차는 신형 소나타를 선보이면서 외관을 확 바꿨다. 미래지향적이고 다소 공격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필자도 변화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다소 ‘오버’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소나타와 함께 현대차의 ‘패밀리룩’을 이어갈 아반떼 디자인은 혁신적이면서도 한결 정제됐다. 바람결에서 착안한 유연하면서 역동적인 디자인은 현대차의 상징이 될 게 분명하다. 아반떼의 장점 하나 더. 연비가 무려 리터당 16.5km다. 실제 도로에선 다소 떨어질 수 있겠지만 경쟁차종과 비교해 단연 뛰어나다.

아반떼는 디자인, 엔진, 안전·편의장치 등 거의 전 부문에서 한 단계 진일보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내부 디자인에서 불편한 점을 꼽자면 아날로그식 연료도어 개폐와 트렁크 스위치 위치다. 기존 모델처럼 운전석 좌측 하단에 자리 잡았는데 운전자가 한참 몸을 숙여야 작동이 가능하다. 전면부에 전자식 버튼을 설치했다면 조작하기도 편하고, 한결 고급스러워 보였을 것 같다. 주차조향장치까지 장착했다는 첨단의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이런 작은 장치 하나에 소홀했다는 점이 아쉽다. 중앙에 위치한 오디오볼륨 손잡이 조작도 다소 불편하다. 내부 디자인은 혁신적이지만 여전히 편안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차 값에 대해선 말이 좀 있는 편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그동안 현대차가 신형모델을 선보이며 지나치게 가격을 올려왔다고 비판해왔다. 이런 불만을 의식한 듯 이번 모델 가격은 적당한 수준의 인상에 그쳤다. 기존 아반떼보다 40만~60만원 올랐는데 사이드·커튼 에어백 등 기본 사양을 고려하면 오히려 인하된 셈이라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69호(10.08.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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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나온 사례이기도 한데, 리더십과 연관지어 정리한 글입니다.
타타대우 요청으로 쓴 글인데, 기업 사례 연구 차원에서 올립니다.



P&G의 지속적인 성장 비결과 리더십

 

주인의식 가진 직원이 위기 때마다 회사 살렸다  

 

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람이 100년을 살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업의 생존연한은 이보다 짧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 평균 수명은 고작 15년이다. 1955년 포춘 500대 기업에 들었던 미국 기업 가운데 94년까지 3분의 1이 사라지거나 합병됐다. 생존기업은 160개 정도에 불과하다. 50년간 순위 변동에서 꾸준히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기업은 GM, 엑손모빌, 포드, GE정도인데, 잘 알려졌듯 GM과 포드도 위태위태하다.

우리나라 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98년 국내 30대 대기업 중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10개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30년만 살아남아도장수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이런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173년 동안 큰 위기 없이 지속 성장한 기업이 있다. P&G. 그저 살아남기만 한 게 아니라 꾸준히 성장해왔다. 8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시장점유율은 25%에서 60%로 뛰었고, 매출은 100억달러에서 800억달러로 8배나 성장했다. 6만명의 직원은 13만명으로 불어났다. 성과를 굳이 따질 것도 없다. 170년을 살아남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P&G에게는 남다른 DNA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

 

소제목: 고객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기업 목적에 충실

 

P&G의 경쟁력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필자는 최고의 경쟁력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오너십과 리더십을 꼽고 싶다. P&G의 지분의 10%는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적지 않은 지분인데, 이렇게 되면 직원들이 하나하나의 의사결정을 할 때도 사익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보게 된다. 회사가 잘 되는 게 내가 잘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조그만 영세기업이던 큰 대기업이던 오너경영인은 곧잘종업원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충성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푸념하곤 한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지분을 줘보라. 그럼 충성도는 금새 올라간다. ‘인센티브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격언이 있듯, P&G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지분과 인센티브를 주며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다.

밥 맥도날드 P&G 최고운영책임자(COO) P&G가 인재를 뽑는데 최고의 공을 들인다고 했다. 좋은 사람이 모이고, 또 그 사람들을 중시하는 기업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P&G 직원들의 자부심도 이런 데 있다. P&G는 조직원 하나하나를 중시해, 모두가 개인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적성에 맞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동일한 형태의 조직으로 경직시키지 않고, 다양성을 중시했다.

둘째, P&G는 기업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어느 기업이건 간에 구성원 전부가 기업의 목적을 가슴 깊이 새기는 경우는 드물다. 그냥 적절하게이윤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P&G는 다르다. 영리추구에 그치지 않고고객의 삶을 향상시키고 감동을 주는 것(Touching and Improving Lives)’으로 사회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직원들에게 철저히 숙지 시켰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라도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서도 신입사원들이 1~2년을 못 버티고 나오는 사례가 허다한데, 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답이내가 하는 일이 별반 사회에 의미가 없어서라는 답변이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좋은 일을 할 때 그만큼 엔도르핀이 솟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P&G는 이러한 기업의 존재 목적을 분명히 한다. 밥 맥도날드 COO P&G의 리더는 팀원들의 목표가 회사의 목표와 일치하도록 이끌었다고 했다.

 

소제목: 환경이 변할 때마다 혁신으로 응수

 

셋째, P&G는 변할 줄 안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만물은 유전(流轉)한다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똑같다. 중국에서 인터넷 전자상거래로 거부에 오른 잭 마 알리바바닷컴 회장도세상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도 변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하곤 했다. 최근의 디지털 시대를 예로 들어보자. 누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개인 컴퓨터를 사용하고,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디지털 세상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필름의 강자였던 코닥이라는 거대 회사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주변환경과 내부 역량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에 누가 깨어있고 대비하느냐가 비즈니스세계에서 1등과 2등을 가르는 포인트다.

P&G 173년의 역사 동안 왜 위기가 없었을까? 그 때마다 P&G혁신이라는 화두로 변해왔다. 오히려 위기를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삼았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 투자를 이어갔고, 일의 프로세스도 구조조정했다. 밥 맥도널드 COO우리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가치를 보존하길 원한다. 하지만 이외의 나머지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언제라도 바꿀 용의가 있다 P&G의 기업문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많은 기업의 CEO들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가 혁신이다. 하지만 실천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P&G가 혁신을 적절한 때 무리 없이 수행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혁신이 가능하게 만드는 조직문화와 있었고, ‘고객의 삶에 감동을 주고 이를 향상시킨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에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다. 

P&G가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전문지 포브스는앞으로 100년간 살아남을 100대 기업 P&G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P&G는 인재를 중시하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에 충성하도록 만드는 리더십과고객이라는 확실한 기업의 목적,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에 대한 열망을 이어간다면 향후 100년의 미래도 어둡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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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자는 앞뒤로 치여 힘들다. 사장은 알만한 과장 부장이 일을 못하느냐며, 후배들을 잘 다독거리지 못하느냐며 야단친다. 한편 후배사원들은? 어리버리 일을 시켜도 그르치기만 한다.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간관리자들.

필자가 다양한 회사를 다녀보면 회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CEO의 의사결정 하나다. 그리고 중요한 게 바로 중간관리자의 역할이다. 일도 잘하고, 리더십 있는 중간관리자는 회사를 살린다. 직장인들이 선망하는 경영학석사(MBA)도 바로 중간관리자 양성이 목적이다.



 



 

리더십 있는 김 팀장이 회사를 키운다

 

장면 1. 낙타가 바늘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 200 1의 경쟁률을 뚫고 중견 증권사인 A사에 입사한 박신입 씨. 부푼 꿈을 안고 회사에 들어갔는데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복사는 기본이고, 자료정리, 스크랩, 심지어 잔심부름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저녁에는 원하지도 않는 술자리 불려 다니기에 정신 없다. 그런데 부서 상사인 김고민 팀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일만 시킬 뿐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이사에게 아부나 떨고 팽팽 노는 것 같아 김 팀장이 얄밉다. 그 밑에서 일하는 걸 그만 두던지, 빨리 승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장면 2. A사의 최비전 사장은 아침부터 저기압이다. 증권사 매출은 정체돼 있다. 거래량이 없어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퇴직연금, 국외사업 등 신성장동력 발굴도 시급하다. 국내 영업소도 바짝 뛰어줬으면 좋겠는데 현장 실무진들이 따라주질 않는다. 지시를 내려도 듣는 둥 마는 둥 성과보고가 없다. 임원들은 열심히 지시를 수행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실무적으로 일을 꾸려가는 과장, 차장, 부장 등 중간관리자들이 잘 못한다. 아침부터 김고민 팀장을 불러 국외 사업이 왜 지지부진하냐며 호통을 쳤다.

장면 3. 김고민 팀장은 오늘밤도 어깨가 처진 채 퇴근을 한다. 신입사원들이 들어와 잘 해보려 했는데 도통 업무를 파악하지 못한다. 증권업이 무얼 하는 곳인지는 알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배우기는 기대도 안 한다. 하나라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사장은 맨날 호통이다. 회사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을 해보라고 한다. 그런데 당장 책상에 놓인 현안도 수십 개다. 후배들이 도와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부하직원들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똑똑하게 처리를 못해 오히려 일감을 늘린다. 위에서 쪼이고, 아래에서 치이고 힘들어 죽겠다.

 

(과장급 약한 조직 성공하기 어려워)

 

정체하는 회사의 전형적인 모습이 이렇지는 않을까? 경제전문지 기자인 필자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을 취재한다. CEO부터 과장, 차장, 부장 등 중간관리자, 또 말단사원까지 인터뷰를 한다. 그러면서 잘 되는 회사와 쇠락하는 회사를 스스로 나눠보곤 하는데, 필자가 매우 중시하는 기준 중 하나가 중간관리자가 조직 내에서 자리잡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다.

앞서 언급한 A사는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사원까지 중간관리자인 팀장을 비난한다. 말단 사원이 보기엔 일만 잔뜩 시키고 팀장은 인터넷 검색만 하며 노는 것만 같다. CEO가 보기에는 아이디어도 팍팍 내고, 후배 직원들도 잘 다독거려야 할 위치에서 어영부영하는 것 같아 불만이다. 위에서 보나 아래에서 보나 팀장급들이 맘에 안 드는 것이다.

그런데 과장을 비롯한, 차장, 부장 등 중간관리자들을 욕할 일만도 아니다. 중간관리자들에게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은 정말 슈퍼맨급이다. 회사별로 리더십이 가장 많이 차이 나는 직급도 바로 중간관리자다.

과장급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실무와 관리를 모두 잘하기를 요구 받는다. 회사는 10년 가까이 업무를 했기 때문에 실무에 밝은 동시에 후배직원들을 잘 이끌어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 또 하나 경영자와 말단 직원을 유연하게 잘 연결시키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주도해나가길 기대한다.

요약하자면, 자신의 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야하고, 동시에 사원들과 최고경영진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축구로 비유하면 최고의 미드필더가 돼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역량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회사에 몇 년 다닌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꿈꿔보는 과정이 있다. 바로 경영학석사, 이른바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과정이다. 지금은 그 위상이 약해졌지만 과거 미국 유명 MBA를 나오면 연봉이 몇 배씩 뛰고 직급도 올라가던 사례가 있었다. 환상의 자격증으로 꼽히는 MBA이 목표는 다름 아닌 제대로 된 중간관리자의 양성이다. 연봉을 몇 배씩 올려주고 데려왔을 만큼 중간관리자의 중요성을 인정했던 것이다.

필자도 미국에서 MBA를 나왔는데 말 그대로 실무와 관리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마케팅, 회계, 재무, 전략 등 경영의 이론을 탄탄하게 배우면서 사례 중심으로 공부해 실무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MBA 과정을 철저하게 팀으로 운영해 팀 단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비싼 돈을 받는 MBA 과정이 생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중간관리자가 제대로 못하면 A사와 같은 일이 생긴다. CEO가 어떤 지시를 내려도 말단사원까지 그 취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실무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후배들의 존경을 받지 못해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무조건성과를 내라는 식으로 다그치는 팀장을 따르는 조직원은 별로 없다. 반대로 말단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최고경영자의 귀로 들어가지 않는다. 승진을 위해 윗사람에게만 잘 보이려고 하는 중간관리자가 밑에서 올라오는 바른 소리를 전달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관계로 CEO부터 말단사원까지 연결)

 

중간관리자가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그 중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릭 해커트 교수의 연구는 인상적이다. 그는 중간관리자는 조직을 인간화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했다. 차갑고 추상적인 조직에 인간적인 위상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162곳의 작업장을 분석해 봤더니 효율적이고 존경 받는 중간관리자가 있는 곳은 부여 받은 업무량 이상의 성취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관리자들은 리더의 방침을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하위조직에 적절하게 전달해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이렇게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쌓인 신뢰와 충성 등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생산성을 높인다. 또 하나, 일터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고, 이들이 혁신과 첨단기술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서서 회사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가 컸다. 이런 이유로 릭 해커트 교수는교만하고 억압적인 중간관리자나 지나치게 비대한 중간관리 조직은 노동생산성을 저해하지만 비용절감을 이유로 중간관리층을 대폭 축소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팀장급들의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 몇 해전 한 언론사는 재미있는 설문을 진행했다. 국내 기업과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기업 직장인들 800여명을 대상으로 직장상사의 만족도를 물었다. 결과는 100점 만점에 45점이었다. 부서 상사의 리더십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이다. 이렇게 낮은 리더십이라면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이직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중간관리자도 할 말은 있다. 그 동안 자기 일만 묵묵히 해오고 승진만 보고 살아왔지 어떤 역할이 주어졌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중간 관리자의 중요성을 인식해 기업들도 중간관리자들의 리더십과 역량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과거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도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중시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중간관리자는 조직의 허리로, 경영진과 사원을 이어주는 가교 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업무를 관리 수행하는 일선 지휘관이라고 정의했다. 최고의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조직이 건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구성원의 건전한 정서가 필수인데, 중간관리자들이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리가 튼튼한 LG전자가 그의 경영방침이었다. 그래서 역량교육도 탄탄하게 시켰다. 이처럼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중간관리자를 교육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요즘엔 공무원들도 중간관리자 역량을 중시한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올해 과장급 후보자에 대한 핵심역량교육 과정을 마련했다고 한다. 고위공무원뿐만 아니라 과장급 후보자들의 중요성을 인식한 조치다. 예를 들어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개발해 장관에게 보고하라’ ‘조직 개편에 따라 인사 이동되는 직원을 설득하라는 등의 실질적인 과제로 교육을 시켜 공무원 조직의 허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직급별로 요구받는 인재상이 다르다)

 

앞서 과장급이 요구받는 인재상에 대해 언급했다. 각 직급별로 요구 받는 인재상이 다르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올해 초 조사해봤다. 잠깐 소개한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판단력, 신속한 결단력, 의사결정능력이다. CEO의 단 하나의 판단이 회사를 몇 배 이상 성장시킬 수도,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업무와 회사 사정에 밝은 동시에 시장, 경제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 외부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꾸려나가는 것도 임원의 몫이다

역시 중간관리자인 부장은 직무 측면에서는 프로페셔널로서의 정체성을 완성해 낸다. 스스로 조식의 성과를 촉진하고 관리해 기업에 수익을 내줘야 한다. 떨어지는 실무 감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대리급이라면 관리보다는 실무능력이 중요한 때다. 실무를 가장 많이 다루는 시기로 책임감과 열정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원급이다. 커다란 성과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실무와 함께 직장예절, 부서간 업무협조,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등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밝고 낙관적인 자세로 기업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만들고 스폰지처럼 뭐든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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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매경이코노미 증권담당 선임기자로 있으면서 독자들의 증권사에 대한 불만을 많이 듣게 됩니다. 그 중에 하나가 펀드 보수인데요, 펀드에 가입하면 매년 한 3%쯤 떼어갑니다. 1억원을 맡기면 300만원이 넘으니 적지 않은 돈이지요. 펀드의 보수는 운용보수와 판매 보수로 나뉘는데요. 운용은 말그대로 투자처를 발굴하고 돈을 굴리느라 공을 들인 대가를 지불하는 거고요. 판매보수는 판매사들이 받는 보수입니다. 그런데 일단 판매를 한 뒤 고객으로서 서비스를 제대로 받은 게 있나요? 그런데도 한 1.5% 이상 떼어갑니다. 아깝지요. 이와 관련해 적어봤습니다.
펀드 수익률이 오를 때는 모르는데 깨질 때는 수수료가 커보이지요. 펀드 광풍을 몰고온 인사이트도 거치식은 여전히 마이너스 수십%가 낫지만 수수료는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 수수료가 낮은 인덱스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로 몰리는 경향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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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펀드 판매 보수 유감

명순영 기자

기업은 소비자가 제품(또는 서비스)을 사줘야 존속한다. 소비자 마음을 끌려면 제품 가치가 가격을 앞질러야 한다. 또  가격보다 비용이 낮아야 살아남는다. 한마디로 '제품의 가치>가격>비용'이 성립해야 한다. 국내 경영학계 거두인 윤석철 한양대 석좌교수는 그의 저서 '경영굛경제굛인생 강좌 45편(2005년 출간)'에서 이를 '기업의 생존부등식'이라고 정의내렸다.
이 식은 소비자의 입장에선 '구매부등식'이다. 비용 부분을 빼더라도 '가치>가격' 일 때 지갑을 여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종종 생긴다. 대표적인 사례가 펀드 판매 수수료다.
적극적으로 기업과 투자처를 발굴해 수익을 내는 액티브 펀드는 운용과 판매 수수료를 합쳐 연 3% 넘게 떼어간다. 펀드 열풍을 일으킨 인사이트펀드 수수료는 연 3.4%. 1억원을 맡겨 놓으면 매년 340만원씩 가져간다. 운용보수(1.5%)에 대해 투자자들은 그러려니 한다. 원금을 깨먹은 펀드에 운용보수를 내려면 당연히 마음 쓰리다. 그래도 종목을 고르느라 고생한 대가를 지불하는 건 이치상 맞다. 그런데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가져가는 판매보수(1.8%)를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일단 펀드에 가입한 뒤 판매사로부터 받는 서비스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정기적으로 잔고내용을 담은 우편물 정도다. 판매사들이 강화했다는 자산컨설팅 서비스를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판매사들도 할 말은 있다. 판매망을 구축하느라, 영업사원을 늘리고 교육시키느라, 하다못해 전단지를 만드느라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이들은 '가격>비용'이라는 생존 부등식을 깨지는 않았을 게다.
소비자로서는 '가치>가격' 원칙이 깨졌다. 솔직히 받은 게 없는데 내야하는 돈이 아깝다. 큰 손해를 봐도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하는 보수 때문에라도 돈 벌기 어렵다는 인식마저 생겨났다. 고전하던 직접판매펀드가 관심 받는 이유도, 인덱스나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이 몰리는 이유도 소비자의 이런 불만에서 출발한다. 최근 펀드 환매 바람에 높은 펀드 보수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최근 펀드 판매사 이동제가 시작됐다. 증권사들은 각종 유인 혜택을 제시하며 경쟁사들로부터 고객 끌어오기에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펀드를 처음 구입할 때 내는 수수료 감면은 있어도 매년 지불하는 판매 보수를 줄이겠다는 증권사는 없다. '땅 짚고 헤엄치듯' 얻는 수익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권혁세 금융위원장 부위원장은 "판매 보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소비자 불만에 정부가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기자는 고객을 위해서라면 정부보다 기업들이 먼저 자율적으로 수수료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소비자를 기업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수단적 존재로 인식하던 시대는 갔다. 그들은 기업의 생존기반이다. 생존기반이 풍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하고 봉사정신을 반영하는 것이 번영에 이르는 길이다.'

윤석철 교수가 책에 담은 또 다른 글이다. 주고받음 없는 소비자와 기업 관계는 장기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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