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CEO는 49년생 동갑내기 소띠 경영인이다. 2009년 소띠 해를 맞아 국내 CEO 가운데 가장 화려한 실적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15일 삼성그룹은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김순택 전 삼성SDI 사장이 단연 화제였다. 삼성 입사 후배인 최지성 사장이 삼성전자 단독 CEO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옮겼다는 점부터 그랬다.
그러나 삼성전자 핵심관계자는 “김 부회장을 최 사장 지휘 체제 아래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김 부회장 같은 중량급 인물에게 신사업 추진업무를 맡긴 것이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김순택 부회장의 두 손에 맡겼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힘 있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김순택 부회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 그가 왜 삼성전자의 신사업 추진에 적합한 인물인지 드러난다.
김순택 부회장, 삼성전자 미래 맡아
지난 99년 12월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김순택 부회장이 삼성SDI 대표로 내정됐을 때, 삼성SDI는 여전히 ‘삼성전관’이라는 옛 사명(社名)이 더 친숙한 브라운관 전문회사였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삼성전관’은 삼성전자보다 주가가 높았고, 그룹 내 최고 우량회사로 꼽혔다. 그러나 김 부회장이 자리를 옮긴 때는 이미 그 영예가 사라진 뒤였다.
김순택 부회장은 삼성SDI를 단지 브라운관회사로만 묶어두지 않았다. 전혀 다른 새로운 회사로 만들었다. 1차 변신은 디스플레이 전문회사다. 당시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OLED(자체발광디스플레이장치)’ 등의 사업에 매달렸다. ‘브라운관으로 먹고살아도 될 회사가 무리하는 것 아니냐’ ‘제2의 삼성자동차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의 선견지명은 곧 드러났다. 2003년 들어서면서 비(非)브라운관 매출이 브라운관 매출을 능가했다. PDP나 2차전지, OLED는 손익분기를 넘어섰다. PDP값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 라인을 풀가동해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신규사업’이었던 이 분야는 핵심 육성사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김순택 부회장이 시장이 죽어가는 브라운관사업에만 매달렸다면, 삼성SDI라는 이름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김순택 부회장은 ‘그린경제’라는 화두를 잘 쫓아갔다. 2차전지를 핵심사업으로 육성한 것이다. 전기자동차용 전지 양산 시스템을 갖췄고, IT형 소형 2차전지 양산 전략도 마련했다. 실제로 삼성SDI는 보쉬와 합작해 만든 ‘SB리모티브’를 통해 BMW의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삼성SDI가 리튬이온 2차전지사업에 진출한 지 8년 만에, 10년 이상 먼저 이 분야에 진출한 경쟁사를 제치고 당당히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유명 조사기관의 품질과 안정성 평가에서는 최고 점수를 얻기도 했다.
삼성전자 신사업추진팀은 2006년 출범했지만,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를 제외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연매출 130조원에서 향후 10년간 400조원으로 키울 꿈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신사업 발굴이 절실하다.
김순택 부회장의 어깨에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의 미래가 걸렸다는 지적은 결코 헛말이 아니다.
김반석 부회장, LG화학 2차전지 선도기업으로 이끌어
김반석 LG화학 부회장도 2009년 근사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만 해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반석 부회장도 “2009년이 안 보인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김순택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그린경제’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선도해나가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미국 GM이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의 리튬 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자로 LG화학을 선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매출만 2015년까지 2조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LG화학이 더 빛나는 이유는 전지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는 점이다. 향후 미래형 자동차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 2차전지다. LG화학이 이 분야를 선도하면서 자동차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놨다. 김반석 부회장은 “지금까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는데, 이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됐다”고 표현할 정도다. 10년 가까이 2차전지 분야에 꾸준히 연구개발(R&D)한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올해 실적이 매우 좋다. LG화학의 지난 3분기 매출은 4조3643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299억원과 543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75.3%, 순이익은 82.8% 증가한 수치다. 분기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연초 7만원대였던 주가는 22만원대로 치솟았다.
물론 환율이 효자였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2009년 경영계획을 짤 때 원/달러 환율을 평균 1100원으로 봤는데 1600원까지 치솟았던 효과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김반석 부회장의 스피드경영이 주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 부회장은 공학도답게 물리학 공식을 예로 든다. ‘E(성과)=M(자원)×C(속도)²’이기 때문에 속도가 2배면 성과가 4배로 급증한다는 것. 반대로 속도가 절반이 되면 성과는 4분의 1로 줄어든다. 그래서 만든 전략도 남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 남보다 ‘자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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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경영 효과 탁월
무조건 빨리만 하자는 게 아니다. 김반석 부회장이 스피드경영을 강조하는 의미는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해 결과적으로 시장 변화에 맞는 제품을 제때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광학소재사업부의 경우 경쟁사보다 5개월 먼저 신제품을 출시해 모니터용 편광판 제품의 대만 시장 매출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등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
스피드경영을 위해 조직문화도 바꿨다. 상사 눈치를 보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의미로 스피드경영과 맥을 함께한다. 눈에 띄는 변화가 퇴근 시간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김 부회장은 “직원 몸이 상하는 것은 회사 자산이 상하는 것과 같다”며 정시 퇴근을 강조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오히려 근무시간에 핵심업무에 집중해 ‘빨리’ 끝낼 수 있게 됐다”고 스피드경영의 성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LG화학을 단순히 한국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이미 중국에만 공장이 10개고 현지 직원은 5000명을 넘는다. 앞으로 자연스럽게 다국적기업(MNC)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또 신사업 기술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코오롱의 고흡수성 수지(SAP)사업을 인수해 프로필렌아크릴산(SAP)로 이어지는 수직계열을 완성한 것도 미래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2차전지에서 만큼은 세계 최고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김반석 부회장은 충북 오창테크노파크에 내년 상반기까지 GM용 전지 양산 채비를 갖춘 뒤, 내년 하반기부터 6년 동안 배터리를 공급한다. 전기자동차용 리튬폴리머 등 청정에너지 분야와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최근 독일 쇼트사로부터 LCD글래스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 사업영역을 확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7호(09.12.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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