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나온 사례이기도 한데, 리더십과 연관지어 정리한 글입니다.
타타대우 요청으로 쓴 글인데, 기업 사례 연구 차원에서 올립니다.



P&G의 지속적인 성장 비결과 리더십

 

주인의식 가진 직원이 위기 때마다 회사 살렸다  

 

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람이 100년을 살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면 기업의 생존연한은 이보다 짧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 평균 수명은 고작 15년이다. 1955년 포춘 500대 기업에 들었던 미국 기업 가운데 94년까지 3분의 1이 사라지거나 합병됐다. 생존기업은 160개 정도에 불과하다. 50년간 순위 변동에서 꾸준히 상위 10위권에 포함된 기업은 GM, 엑손모빌, 포드, GE정도인데, 잘 알려졌듯 GM과 포드도 위태위태하다.

우리나라 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98년 국내 30대 대기업 중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10개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30년만 살아남아도장수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이런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173년 동안 큰 위기 없이 지속 성장한 기업이 있다. P&G. 그저 살아남기만 한 게 아니라 꾸준히 성장해왔다. 80년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시장점유율은 25%에서 60%로 뛰었고, 매출은 100억달러에서 800억달러로 8배나 성장했다. 6만명의 직원은 13만명으로 불어났다. 성과를 굳이 따질 것도 없다. 170년을 살아남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P&G에게는 남다른 DNA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

 

소제목: 고객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기업 목적에 충실

 

P&G의 경쟁력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필자는 최고의 경쟁력으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오너십과 리더십을 꼽고 싶다. P&G의 지분의 10%는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적지 않은 지분인데, 이렇게 되면 직원들이 하나하나의 의사결정을 할 때도 사익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보게 된다. 회사가 잘 되는 게 내가 잘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조그만 영세기업이던 큰 대기업이던 오너경영인은 곧잘종업원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충성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푸념하곤 한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지분을 줘보라. 그럼 충성도는 금새 올라간다. ‘인센티브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격언이 있듯, P&G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지분과 인센티브를 주며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다.

밥 맥도날드 P&G 최고운영책임자(COO) P&G가 인재를 뽑는데 최고의 공을 들인다고 했다. 좋은 사람이 모이고, 또 그 사람들을 중시하는 기업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P&G 직원들의 자부심도 이런 데 있다. P&G는 조직원 하나하나를 중시해, 모두가 개인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적성에 맞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동일한 형태의 조직으로 경직시키지 않고, 다양성을 중시했다.

둘째, P&G는 기업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어느 기업이건 간에 구성원 전부가 기업의 목적을 가슴 깊이 새기는 경우는 드물다. 그냥 적절하게이윤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 P&G는 다르다. 영리추구에 그치지 않고고객의 삶을 향상시키고 감동을 주는 것(Touching and Improving Lives)’으로 사회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직원들에게 철저히 숙지 시켰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라도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서도 신입사원들이 1~2년을 못 버티고 나오는 사례가 허다한데, 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대답이내가 하는 일이 별반 사회에 의미가 없어서라는 답변이다.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 좋은 일을 할 때 그만큼 엔도르핀이 솟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P&G는 이러한 기업의 존재 목적을 분명히 한다. 밥 맥도날드 COO P&G의 리더는 팀원들의 목표가 회사의 목표와 일치하도록 이끌었다고 했다.

 

소제목: 환경이 변할 때마다 혁신으로 응수

 

셋째, P&G는 변할 줄 안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만물은 유전(流轉)한다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똑같다. 중국에서 인터넷 전자상거래로 거부에 오른 잭 마 알리바바닷컴 회장도세상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도 변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하곤 했다. 최근의 디지털 시대를 예로 들어보자. 누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개인 컴퓨터를 사용하고,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디지털 세상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필름의 강자였던 코닥이라는 거대 회사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주변환경과 내부 역량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에 누가 깨어있고 대비하느냐가 비즈니스세계에서 1등과 2등을 가르는 포인트다.

P&G 173년의 역사 동안 왜 위기가 없었을까? 그 때마다 P&G혁신이라는 화두로 변해왔다. 오히려 위기를 체질을 바꾸는 기회로 삼았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혁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 투자를 이어갔고, 일의 프로세스도 구조조정했다. 밥 맥도널드 COO우리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가치를 보존하길 원한다. 하지만 이외의 나머지 것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언제라도 바꿀 용의가 있다 P&G의 기업문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많은 기업의 CEO들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단어가 혁신이다. 하지만 실천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P&G가 혁신을 적절한 때 무리 없이 수행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알았고, 혁신이 가능하게 만드는 조직문화와 있었고, ‘고객의 삶에 감동을 주고 이를 향상시킨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기에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다. 

P&G가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 경제전문지 포브스는앞으로 100년간 살아남을 100대 기업 P&G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P&G는 인재를 중시하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에 충성하도록 만드는 리더십과고객이라는 확실한 기업의 목적,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에 대한 열망을 이어간다면 향후 100년의 미래도 어둡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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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강의 증권사를 꼽으라면 대우증권입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매경이코노미 선정 최고로 꼽혔지요.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가장 많은 증권사이기도 합니다. 또 지난해 가장 좋은 실적을 낸 증권사이지요.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투자분석가)가  되고 싶은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증권사입니다.다른 이유로도 화제에 많이 올랐습니다. 산은지주 아래서의 대우증권 모습이 궁금해하고 있지요. 지난해 대우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임기영 사장을 만나 산은지주 아래서의 대우증권의 비전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들어봤습니다.




▶ 53년생/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살로먼브러더스증권 사장/ 삼성증권 IB사업본부장/ 도이치증권 한국부회장/ IBK투자증권 사장/ 대우증권 사장(현)



올해 경인년을 누구보다 가볍게 출발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57)이 아닌가 싶다. 새해 초부터 시상식 다니기에 바쁠 정도다. 매경이코노미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 결과 대우증권이 1위를 차지했다. 또 매일경제 증권인상 대상의 영예도 안았다. 지난해 5월 대우증권 수장에 오른 임 사장에게 올해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올해 대우증권이 창립 40주년을 맞은 터라 한걸음 더 도약시켜야 할 중책을 맡고 있다. 산은금융그룹의 간판 아래 본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도 주어졌다. 올해를 누구보다 기다려온 임 사장을 만나 올해 계획과 비전을 들어봤다.


매경이코노미 선정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1위 증권사가 됐는데,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어디에 가장 중점을 뒀는지요.

1등 증권사로서의 자긍심을 세우는 일입니다. 직원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요,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문화에서 다양성이 존중되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문화로 바꿨습니다. 휴가의무사용제(5일 연속 휴가 사용),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5시 정시에 퇴근하는 ‘패밀리데이’, 탄력 근무제 등을 도입해 변화를 줬습니다. 자긍심을 세우는 동시에 개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보라는 뜻입니다.

이번 애널리스트 평가에서 뛰어난 리서치역량을 보여주셨는데요, 대우증권의 경쟁력이 무엇입니까.

CEO로서 볼 때 직원들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애사심도 높고요. 팀워크가 좋아 전략적 방향만 잡아주면 눈에 띄는 성과를 냅니다. 국내에서는 어느 증권사와 견줘도 자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상을 주신 이유는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라는 주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리테일(소매영업)에 강점이 있고, IT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국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요. 국내에서 제조업보다 금융업이 뒤떨어졌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요, 대우증권이 금융업 세계 진출에 앞서나갈 생각입니다.

홍콩과 중국 본토에 역점을 두신다고 들었습니다만.

홍콩 법인은 현지에서 20여년가량 브로커리지(위탁영업)와 IB업무를 진행하며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현지 기관투자가들과의 네트워크도 탄탄해 국외 진출 거점 역할을 할 겁니다. 또 베이징 대표사무소를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진행합니다. 상하이 산업은행 지점과의 협력도 강화합니다. 중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주요 진출지로 보고 있어요.



대우증권이 리테일에 강점이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국외에서도 통할까요.

가능합니다. 대우증권이 인도네시아 이트레이딩증권 지분 26.5%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증권사는 지금 현지에서 4위권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세계 유명 증권사들이 모두 들어와 있는데 그들과 경쟁해 4위를 기록했다는 점은 대단한 성과지요. 특히 국내 기술로 만든 IT시스템은 현지에서도 호평받고 있어요. 지금 인도네시아의 증권시장은 5~10년 전 한국 수준입니다. 영업능력, IT기술 등을 융합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습니다. 이트레이딩증권에 대한 투자 확대도 검토 중입니다.

대우증권이 산은지주 아래로 갔다는 점은 큰 변화입니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증권과 문화가 다른 은행에서 증권사 경영에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안팎의 걱정의 목소리가 있었지요. 하지만 그런 우려는 접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의 뜻이 그렇습니다. 민 회장은 “대우증권만큼은 마음껏 자기 색깔을 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대우증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요. 산은그룹에 속하면서 장점은 많습니다. 지난해부터 CI(기업이미지)를 바꿨습니다만, 신용등급부터 산은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또 대우증권은 개인에 비해 기업 네트워크가 약했는데 산업은행을 활용하면 이 부분이 보완되죠. 확실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겁니다.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는 듯합니다. (웃음)

브로커리지뿐 아니라 자산관리를 잘한다는 이미지를 갖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우증권을 두고 브로커리지를 잘한다고 합니다만, 저는 브로커리지 대신 세일즈(영업)를 잘한다는 말을 씁니다. 자산관리도 일종의 세일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역량이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국내 자산관리의 핵심은 서울 강남지역입니다만,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지난해 대형점포를 3개 냈고, 올해도 4개 정도 추가로 개설합니다. 올해 강남지역에서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할 겁니다. 또 자산관리는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의 신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산은지주 아래로 편입된 것은 또 하나의 시너지 효과라고 할 수 있지요. 증권 지점 안에 은행 점포도 들어옵니다. 대출영업도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임 사장께서는 IB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IB 부문은 어떻게 키우실 예정이십니까.

대우증권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비중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저희도 사업을 다변화합니다. 지난해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은 12%로 1위로 복귀했습니다. 이 부문은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리테일과 함께 법인영업에 공을 들일 예정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25%가량 수익을 낸 글로벌파이낸셜마켓(GFM) 부문에서 운용역량을 키울 겁니다.

IB는 어느 국내 증권사를 막론하고 갈 길이 멉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자본력과 신용도 문제로 중소형 딜(거래), 단기 딜에만 집중해왔는데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위험관리 역량도 보완해야 합니다. 대우증권은 기아차, 대한전선, STX조선해양 등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의 성과를 내왔고, 대한생명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되는 등 꾸준히 실력을 키워오고 있어요. 앞으로는 특수목적인수회사(SPAC) 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외 진출에 매진할 겁니다. 산업은행과의 협업으로 그룹사 매각 M&A 거래, 녹색성장 사모펀드, 정부 주도의 딜 등에도 참여합니다.

요즘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은행 예금이 부각되고 있어요. 대우증권은 이와 경쟁할 상품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고객들의 투자 니즈(Needs)가 다변화된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고객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겁니다. 전문 투자컨설팅 기능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또 일임형랩, ELS 등 대우증권만의 고유상품, 이른바 ‘메이드인대우(Made In Daewoo)’를 계속 개발할 겁니다. 특히 수수료 비중이 낮은 인덱스펀드 상품 판매 비중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산은지주가 금호생명을 인수하면 보다 다양한 컨설팅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요즘 미국에선 한 금융사와 평생 거래하는 이른바, 라이프사이클 자산관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우증권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요.

최근 자산관리 브랜드 ‘스토리(STORY)’를 내놓았습니다만, 증권사가 자산관리 전문사로 가야 한다는 방향은 맞습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승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직원교육 강화로 경쟁력을 키워야지요. 고객에게 맞는 솔루션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니까요. 자산관리 분야에 앞선 미국이나 유럽 등 몇몇 전문 증권사와 손잡고 노하우를 배워올 구상도 합니다. 자산관리의 중요한 축이 될 퇴직연금시장에도 계속 주력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어떻게 보는지요.

‘더블딥’ 목소리가 있지만 조심하라는 경고일 뿐 실제로 온다고 보지 않아요. 가계부채도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다만 경제 외적인 테러 등의 변수가 문제인데, 세계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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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돋보인 동갑내기 소띠 경영인 김순택·김반석 부회장

2009년 기축년을 가장 기분 좋게 마감한 CEO는 누굴까. 적어도 이 두 명은 언급해줘야 할 것 같다.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 부회장(60)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60)이다.

이 두 CEO는 49년생 동갑내기 소띠 경영인이다. 2009년 소띠 해를 맞아 국내 CEO 가운데 가장 화려한 실적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15일 삼성그룹은 대대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김순택 전 삼성SDI 사장이 단연 화제였다. 삼성 입사 후배인 최지성 사장이 삼성전자 단독 CEO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옮겼다는 점부터 그랬다.

그러나 삼성전자 핵심관계자는 “김 부회장을 최 사장 지휘 체제 아래 놓아두는 것이 아니라 김 부회장 같은 중량급 인물에게 신사업 추진업무를 맡긴 것이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미래를 김순택 부회장의 두 손에 맡겼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힘 있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김순택 부회장이 걸어온 길을 보면 그가 왜 삼성전자의 신사업 추진에 적합한 인물인지 드러난다.

김순택 부회장, 삼성전자 미래 맡아

지난 99년 12월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김순택 부회장이 삼성SDI 대표로 내정됐을 때, 삼성SDI는 여전히 ‘삼성전관’이라는 옛 사명(社名)이 더 친숙한 브라운관 전문회사였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삼성전관’은 삼성전자보다 주가가 높았고, 그룹 내 최고 우량회사로 꼽혔다. 그러나 김 부회장이 자리를 옮긴 때는 이미 그 영예가 사라진 뒤였다.

김순택 부회장은 삼성SDI를 단지 브라운관회사로만 묶어두지 않았다. 전혀 다른 새로운 회사로 만들었다. 1차 변신은 디스플레이 전문회사다. 당시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OLED(자체발광디스플레이장치)’ 등의 사업에 매달렸다. ‘브라운관으로 먹고살아도 될 회사가 무리하는 것 아니냐’ ‘제2의 삼성자동차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 섞인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의 선견지명은 곧 드러났다. 2003년 들어서면서 비(非)브라운관 매출이 브라운관 매출을 능가했다. PDP나 2차전지, OLED는 손익분기를 넘어섰다. PDP값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 라인을 풀가동해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졌다. ‘신규사업’이었던 이 분야는 핵심 육성사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김순택 부회장이 시장이 죽어가는 브라운관사업에만 매달렸다면, 삼성SDI라는 이름은 그대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김순택 부회장은 ‘그린경제’라는 화두를 잘 쫓아갔다. 2차전지를 핵심사업으로 육성한 것이다. 전기자동차용 전지 양산 시스템을 갖췄고, IT형 소형 2차전지 양산 전략도 마련했다. 실제로 삼성SDI는 보쉬와 합작해 만든 ‘SB리모티브’를 통해 BMW의 차세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단독으로 공급하는 계약도 맺었다.

삼성SDI가 리튬이온 2차전지사업에 진출한 지 8년 만에, 10년 이상 먼저 이 분야에 진출한 경쟁사를 제치고 당당히 세계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유명 조사기관의 품질과 안정성 평가에서는 최고 점수를 얻기도 했다.

삼성전자 신사업추진팀은 2006년 출범했지만,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를 제외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연매출 130조원에서 향후 10년간 400조원으로 키울 꿈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신사업 발굴이 절실하다.

김순택 부회장의 어깨에 삼성전자, 나아가 삼성그룹의 미래가 걸렸다는 지적은 결코 헛말이 아니다.

김반석 부회장, LG화학 2차전지 선도기업으로 이끌어

김반석 LG화학 부회장도 2009년 근사한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만 해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반석 부회장도 “2009년이 안 보인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그는 김순택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그린경제’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선도해나가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미국 GM이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의 리튬 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자로 LG화학을 선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매출만 2015년까지 2조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다.

LG화학이 더 빛나는 이유는 전지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는 점이다. 향후 미래형 자동차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 2차전지다. LG화학이 이 분야를 선도하면서 자동차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놨다. 김반석 부회장은 “지금까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는데, 이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됐다”고 표현할 정도다. 10년 가까이 2차전지 분야에 꾸준히 연구개발(R&D)한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올해 실적이 매우 좋다. LG화학의 지난 3분기 매출은 4조3643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299억원과 543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9.7%, 영업이익은 75.3%, 순이익은 82.8% 증가한 수치다. 분기별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연초 7만원대였던 주가는 22만원대로 치솟았다.

물론 환율이 효자였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2009년 경영계획을 짤 때 원/달러 환율을 평균 1100원으로 봤는데 1600원까지 치솟았던 효과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김반석 부회장의 스피드경영이 주효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 부회장은 공학도답게 물리학 공식을 예로 든다. ‘E(성과)=M(자원)×C(속도)²’이기 때문에 속도가 2배면 성과가 4배로 급증한다는 것. 반대로 속도가 절반이 되면 성과는 4분의 1로 줄어든다. 그래서 만든 전략도 남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 남보다 ‘자주’다.

스피드경영 효과 탁월

무조건 빨리만 하자는 게 아니다. 김반석 부회장이 스피드경영을 강조하는 의미는 쓸데없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야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해 결과적으로 시장 변화에 맞는 제품을 제때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광학소재사업부의 경우 경쟁사보다 5개월 먼저 신제품을 출시해 모니터용 편광판 제품의 대만 시장 매출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등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냈다.

스피드경영을 위해 조직문화도 바꿨다. 상사 눈치를 보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의미로 스피드경영과 맥을 함께한다. 눈에 띄는 변화가 퇴근 시간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김 부회장은 “직원 몸이 상하는 것은 회사 자산이 상하는 것과 같다”며 정시 퇴근을 강조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오히려 근무시간에 핵심업무에 집중해 ‘빨리’ 끝낼 수 있게 됐다”고 스피드경영의 성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LG화학을 단순히 한국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이미 중국에만 공장이 10개고 현지 직원은 5000명을 넘는다. 앞으로 자연스럽게 다국적기업(MNC)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또 신사업 기술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코오롱의 고흡수성 수지(SAP)사업을 인수해 프로필렌아크릴산(SAP)로 이어지는 수직계열을 완성한 것도 미래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2차전지에서 만큼은 세계 최고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김반석 부회장은 충북 오창테크노파크에 내년 상반기까지 GM용 전지 양산 채비를 갖춘 뒤, 내년 하반기부터 6년 동안 배터리를 공급한다. 전기자동차용 리튬폴리머 등 청정에너지 분야와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최근 독일 쇼트사로부터 LCD글래스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 사업영역을 확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7호(09.12.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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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와 함께 찾는 보석주] ⑤ 다날

박성찬 사장(왼쪽)이 정종선 애널리스트에게 내년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다가오는 날은 다 좋은 날.’

박성찬 다날 사장(46)의 명함에는 이런 글귀가 박혀 있다. 회사 이름인 ‘다날’이 담고 있는 의미다. 이 문구처럼 다날의 미래가 꽤 괜찮을 것도 같다. 당장 내년에 큼지막한 두 가지 얘깃거리가 있다. 주력 사업인 휴대폰결제 분야의 미국 시장 진입을 코앞에 둔 게 첫 번째다. 지난해 미국의 디지털콘텐츠시장 규모는 1800억달러.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한국에서 성공이 확인된 휴대폰결제 시스템이 미국에서 통용된다면 매출이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이슈는 게임시장 진출이다. 2년간 50억원을 들여 개발한 게임이 시장에 나온다. 이 두 가지 사업이 제대로 풀리면 매출 820억원대(2008년 기준)였던 다날은 ‘퀀텀점프’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세계 최초로 휴대폰결제 시스템 개발

최근 박성찬 사장은 2009 대한민국IT이노베이션 대상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지난 2000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결제 서비스를 선보여 대한민국 디지털콘텐츠시장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다.

다날은 벨소리와 컬러링을 국내 최초로 선보여 유명해졌다. 하지만 현재 매출 65%를 차지하며 효자 노릇 하는 사업은 휴대폰결제다. 휴대폰과 주민등록번호만으로 편리하게 결제하는 이 시장은 확장 일로다. 지난 2001년 850억원에서 올해 1조8000억원으로 7년 만에 20배 이상 커졌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65% 이상이 휴대폰결제를 활용한다는 통계도 있다.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 휴대폰결제 비중은 80%가 넘을 만큼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다날의 호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폰 국내 출시 등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 콘텐츠 구매가 가능한 소액결제시장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이 점을 다날의 강점으로 꼽는다.

국내 시장도 괜찮지만 더 큰 무대는 미국이다. 다날은 3년 전 현지법인을 세우고 미국 진출을 타진해왔다. 현재 미국에는 제대로 된 휴대폰결제 시스템이 없다.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이 있지만 불편함 때문에 성공한 모델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다날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다날은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첫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6월 미국 메이저 통신사와 휴대폰결제 시스템 개발 및 운영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 가입자는 1억명에 가깝다. 박 사장은 “일례로 미국 아마존의 거래량은 한국 인터파크 거래량의 100배”라며 “시장규모로 볼 때 미국에서만 연간 5000억원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봤다. 곧 정훈진 부사장을 미국으로 파견해 막판 준비에 박차를 가할 참이다.

미국 시장뿐 아니다. 다날은 국가 간 장벽 없이 휴대폰결제가 가능하게 만드는 ‘IPN(International Payment Network)’ 구축에 뛰어들었다. 미국으로 유학 간 자녀에게 한국에서 부모가 휴대폰으로 용돈을 보내는 장면이 곧 현실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얘깃거리가 게임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온라인 게임시장을 ‘레드오션’이라 평가하곤 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 사장은 성공을 자신한다.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방식을 접목했다는 이유에서다. 롤플레잉게임(RPG)·액션 등을 가미했는데, 올해 선보인 베타버전 반응이 좋다고 했다. 박 사장은 내년에 게임에서만 200억원대 매출을 기대한다.

게임시장에도 뛰어들어

박 사장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휴대폰결제, 벨소리, 통화연결음 등을 개발한 그의 아이디어로 볼 때 대단한 인터넷 전문가였을 것 같다. 실제로 이해진 NHN 창업주처럼 벤처 1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굵다. 고교를 졸업한 직후인 93년부터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막노동에서 시작해 바닥에서부터 건설업을 익힌 뒤 빌라나 재개발 아파트를 지었다. 개발 붐을 타고 사업은 번창했다. 당시 동년배들이 꿈꾸지 못할 큰돈도 만졌다. 인터넷 관련업에 뛰어든 건 회사 임원 성화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임원은 인터넷을 포함한 IT가 뜬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박 사장은 그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다.

“어차피 건설 경기가 내리막길이었죠. 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요. 그래서 97년 구로동에 다날을 만들었습니다.”

업을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는 건설회사를 임원에게 맡기고 다날에 매달렸다. 휴대폰 단말기에 한글을 입력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판매에 나섰지만 쓴 맛만 봤다.

하지만 그는 고객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았다. 99년 일이다. 다날의 구로동 건물 사무실 바로 위층에 전자부품업체가 입주했다. 박 사장은 이 사무실에서 우연히 일본 야마하에서 제작한 4폴리(4개 악기로 연주) 칩을 봤다. 당시 일본에선 3개 악기로 연주한 음을 들려주는 3폴리 칩이 유행했다. 그는 곧장 일본으로 가서 칩을 구한 뒤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업 개시 3년 만에 흑자를 냈고 2000년 벨소리로만 45억원 매출을 올렸다. 그리곤 같은 해 휴대폰결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터넷이라고 해도 공짜는 없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서비스였다.

“인터넷 서비스를 공짜로 인식하지만 결국 돈을 내도록 바뀔 것이라고 짐작했죠. 그렇다면 결제를 쉽게 해주는 게 필요할 텐데 휴대폰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고요.”

최근 인터넷 결제의 80%가 휴대폰이다. 다날의 휴대폰결제 시스템은 인터넷 유료화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45억원의 매출은 지난해 825억원으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박 사장은 외부 변수보다 중요한 게 내부 관리라고 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쏟는 공이 대단하다. 단적인 예 하나. 다날에는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바리스타가 있다. 그는 다날의 정직원이다. 바리스타를 둔 이유가 있다. 직원들에게 어떤 복지를 가장 받고 싶냐고 물었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연봉 향상. 그 뒤를 이은 요구사항이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예 유명 바리스타를 고용했고, 국외 유명 브랜드 못지않은 ‘다날표’ 커피가 탄생했다.

“제 경영 화두는 고객입니다. 고객이 원한다면 시장은 바뀝니다. 휴대폰결제도 소프트웨어업체가 금융을 한다고 규제가 많았지만 소비자가 원하니 다 해결됐습니다. 내부 고객인 직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인재가 모입니다. 좋은 직원이 또 좋은 직원, 능력 있는 직원을 데려옵니다.”

애널리스트의 주가 분석

한풀 꺾인 주가 아이폰으로 재반등 시도 - 정종선 IBK투자증권 연구위원

다날은 지난 2000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결제를 상용화한 업체다. 매년 휴대폰결제시장이 20~30%씩 성장하면서 다날의 외형 및 수익성 모두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휴대폰결제시장 규모가 2003년 5000억원에서 올해 1조8000억원으로 성장함에 따라, 다날의 매출액도 2003년 415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도 성장세는 지속될 수 있다. 정부가 저작권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함에 따라 음악이나 동영상을 이용하기 위한 소액 결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 확대가 휴대폰에서 사용할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의 구매 증가로 이어져 전자결제시장의 성장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내년부터는 국내 시장에서의 실적 증가와 더불어 또 하나의 고속 성장동력이 추가될 것이다. 바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미국 법인에서 지분법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이미 소비자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이 기대된다.

현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한국, 중국, 대만과 내년에 서비스를 개시하는 미국 등 다날이 진출한 국가들의 휴대폰결제 시스템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앞으로는 한국 소비자가 미국 인터넷사이트 쇼핑을 할 때도 휴대폰결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서비스가 실시된다면 다날의 매출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8월 5일, 2만1200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말보다 무려 1357%나 상승한 뒤, 최근에는 절반 정도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3년 동안 준비하던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반영됐으나, 서비스 개시 시점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실망 매물이 출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기된 미국 시장 진출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최근에 보여준 조정은 마무리되고 재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5호(09.1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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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와 함께 찾은 보석주 '케이엔더블류(KNW)'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케이엔더블유(KNW) 본사를 찾아가는 길은 꽤 멀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줄곧 차로 달려도 1시간 이상 걸린다. 문산 근처에 들어서니 수십 대의 전차 행렬이 이어졌다. 이런 경우 꼼짝 없이 도로에 서야 한다. 휴전선 근처라 군부대 훈련이 많은 탓이다. 문산 산업단지는 구로나 안산 등 다른 산업단지에 비해 외지고, 작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외딴 지역에 숨겨진 보석 기업이 있었다.

KNW는 쉽게 말하면 필름 회사다. 영화나 사진 필름이 아니다. 산업 제품에 들어가는 정교한 기술이 담긴 필름이다. 올해로 회사를 세운 지 8년째. 2001년 첫해 매출 12억원에서 지난해 270억원에 이를 때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올해 예상 매출은 520억원. 내년엔 최소 800억원을 내다볼 만큼 급격히 성장했다. 오원석 KNW 사장(44)은 필름을 토대로 ‘기능성 전자소재 전문기업’을 꿈꾸고 있다.



창업 과정
현대엘리베이터 나와 수입업부터 시작

건국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오 사장은 93년 현대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당시 잘나가는 대기업으로 대우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업을 했던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창업가의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현대엘리베이터 7년 차 대리였던 99년 회사를 나왔다. 구매 담당 실무자로 일하며 눈여겨봐뒀던 산업용 필름을 직접 수입하기 위해서다. 태성엔지니어링이란 개인 회사를 차리고 필름을 수입 대행했다.

무역에 나서고 보니 수입품을 국산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혼자 일하기는 벅찼다. 일본에서 공부를 마친 막내 동생을 불러들였다. 그가 오범석 부사장(39)이다. 자본금은 5000만원. 첫해 매출은 12억원이었다. 기분 좋게 3000만원 가까운 순익도 냈다.

형제의 호흡은 척척 맞았다. 오원석 사장이 공격적인 영업형이라면 오범석 부사장은 기획통으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완급을 조절하는 타입이다. 오 사장은 한 해 10만㎞를 주행했을 만큼 현장을 누비며 영업일선을 뛰었다. 10분 회의를 위해 2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 부사장이 내부 관리를 책임졌다. 연구개발은 삼성종합화학에서 경력을 쌓은 홍철용 소장을 영입해 이끌도록 했다. 영업통이라지만 오 사장도 기술에 해박해 회사를 지휘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작은 벤처회사로서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 신뢰를 얻는 것. 오 사장은 틈새를 노렸다. 품질은 수입제품의 70% 수준으로 맞추고,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췄다. 70% 수준의 품질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대기업이 원하는 제품을 발 빠르게 맞춰주는 전략을 짰다. 덩치보다는 속도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건드리지 않았던 대형필름을 제작해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했다.


주력 제품
블랑켓·TV용 필름


주력제품은 세 가지다. 블랑켓(Blanket), TV용 필름, 보호필름이다. 블랑켓의 사전적 의미는 담요다. 하지만 인쇄 기술에 사용되는 부품으로서의 ‘블랑켓’이 있다. 블랑켓은 KNW의 연매출 20% 이상을 차지한다. PDP에 전극을 새길 때 사용하는 제품으로, 삼성SDS PDP 라인에 공급한다. KNW는 다우코닝으로부터 실리콘을 공급받아 이 제품을 생산 중이다. 세계적으로 블랑켓을 만드는 업체는 KNW뿐. 대기업으로서는 엄청난 투자비를 들여 블랑켓을 설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KNW 제품을 사서 쓴다. 오 사장은 “블랑켓을 이용한 프린팅 공법은 모든 평판 디스플레이에 적용 가능하다”며 “LG디스플레이에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주력제품이 디스플레이TV 화면에 씌우는 필름인 DOF(Design Oriented Film)이다. 이 제품은 LG전자 덕을 톡톡히 볼 듯하다. LG전자가 보더리스(Borderless)TV 비중을 높이면서 KNW 매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LG 보더리스TV는 프레임이 없는(Fra meless) TV로 KNW가 전량 필름을 공급한다. LG전자가 프레임 없는 TV를 주도하면서 다른 디스플레이TV업체들도 따라오는 추세다. KNW 매출 증가를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 LG전자의 보더리스TV 판매만으로도 내년 예상 매출액은 800억~1000억원대로 올라선다. 오 사장은 “단순히 TV 화면에 붙이는 필름이라 기술 장벽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필름 둘레의 색감을 표현하는 기술은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본에 전량 의존했던 보호필름 국산화에 성공했다.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20%로 내년까지 5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청사진
기능성 소재 전문기업

오원석 사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LG전자 보더리스TV에 들어갈 필름 매출만 고려해도 1000억원대까지는 올라설 수 있다. 그 이후가 화두다. 오 사장은 평면패널(Flat Panel)을 거쳐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로 옮겨갈수록 필름을 기반에 둔 소재산업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그는 “시장이 커가면 KNW는 필름에서 코팅과 프린트 중심 기업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능성 소재 전문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면한 문제라면 연구개발(R&D)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것. 현재 120명 직원 중 R&D 인력은 10명이 채 안된다. 지금까지는 연구원 몇 명의 힘으로 시장을 끌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현 연구인력으론 부족하다. 오범석 부사장은 “기능성 소재 분야가 새로운 기술 영역이라 비슷한 경력이 있는 연구원을 뽑기도 쉽지 않다”며 “매년 전년의 두 배 이상 R&D에 투자한다는 원칙 아래 내년 10억원 이상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산이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과 가깝다는 점에서는 강점이었다. 그러나 인재를 끌어모으기에는 그리 매력적인 위치가 아니라는 게 고민거리다.

주가전망- 내년 매출 올해보다 70% 이상 늘 듯

케이엔더블유(KNW)는 올해 9월 코스닥에 상장한 새내기주다. 지난해 매출액은 276억원. 이 회사의 올해와 내년 예상 매출액은 각 594억원과 1054억원이다. 3년 연평균복합성장률(CAGR)은 95%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주력 아이템인 DOF가 LG전자 보더리스TV에 채택되면서 올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독일에서 열린 IFA 쇼에서 당초 LG전자가 밝힌 보더리스TV 디자인 채택률은 20%였으나 최근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밝힌 목표 채택률은 70%에 달한다.

보더리스 제품 생산이 늘어나는 만큼 100% 보더리스TV 필름을 공급하는 KNW의 매출액은 급등세를 보일 전망이다.

주가는 저점(9900원) 대비 42% 오르는 등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내년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3배에 불과하다(11월 2일 1만4250원 기준). 공모가 1만1000원에서 상장 직후 관심이 과열돼 시초가는 1만6000원이었다. 고점(1만8350원)에서 과도한 급락이 진행된 뒤 현재는 갭을 메우는 단계로 해석한다. 여전히 시장 평균 10.9배, IT 부품업종 평균 8배 대비 크게 저평가된 수준이라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KNW의 또 다른 주력 아이템으로 블랑켓이 있다. 차세대 프린트 공법의 핵심소재로 전극 형성 과정이나 기타 다양한 프린팅에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대기업의 LCD 컬러필터(Color Filter) 공정에 확대 적용 검토 중에 있다. 조기 확대 적용 시 또 한 번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이밖에 보호필름(Protective Film)은 빠르게 일본산 제품을 대체하면서 지난해 매출액 대비 400%의 놀라운 매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기업과 진행 중인 시인성 개선 필름은 휴대전화, 옥외용 광고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아이템이다. 보더리스 필름과 함께 역시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 김성태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명순영 기자 ms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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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CEO에서 홀로서기 나선 조운호 얼쑤 사장

건강효소식품으로 성공신화에 재도전

음료업계의 히트상품 제조기 조운호 사장(47)이 돌아왔다.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가을대추 등 수많은 인기상품을 개발해왔던 그가 이번엔 건강식품을 들고 나타났다. 음료에 이어 식품에서도 ‘대박 신화’를 이뤄낼지 관심사다.

음료업계에서 그의 이름 석 자가 주는 무게감이 적지 않다. 상고와 야간대학을 나온 은행원 출신인 조 사장은 웅진그룹 입사 9년 만인 38세에 부장에서 일약 CEO로 발탁돼 샐러리맨 신화를 만들었다. CEO로 올라선 뒤 적자 450억원, 부채 700억원이던 웅진식품을 2년 만에 매출 2600억원의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쌀음료 ‘아침햇살’을 비롯해 그가 만든 히트상품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2005년 웅진식품 대표에서 물러난 뒤 건강의료기업체인 세라젬 부회장을 역임해 중국 진출 전략을 짰다. 이번엔 친환경 건강식품업체 ‘얼쑤’를 차리고 ‘자연한끼’라는 제품을 선보였다.

“음료회사, 의료기기회사를 거치며 느낀 게 있어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점이죠. 또 가능한 한 자연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게 건강의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화두로 고민하다 보니 왜 시중에 나온 가공식품 가운데 건강에 좋은 제품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원인은 열처리 가공법에 있었다는 답을 얻었어요.”

조 사장은 “열처리 방식을 쓰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드는 효소까지 죽는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얻은 답이 동결건조공법이다.

“모유를 먹이면 될 것을 왜 분유로 먹일까요? 편리성도 있지만 효소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예요. 동결건조공법의 장점인 거죠. 한국 사람들은 곡식문화에 익숙하다는 점을 고려해 물에 타 먹는 곡식분말식품을 개발했죠.”

자연한끼는 이름처럼 친환경적이다. 흰콩, 검은콩, 현미 등 5가지 이상 통곡식을 사용했다. 딸기, 사과 등 20여종의 천연 과채를 넣어 맛도 가미했다. 조 사장은 “100% 국산원료에 보존제나 화학첨가물을 일절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에선 동결건조공법을 이용한 식품이 전체 식품의 10% 이상 유통돼 유기농식품과 함께 전망이 밝다”며 “아침대용식, 병원환자식, 수험생 식사대용 등으로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자연한끼라는 이름에는 친환경 식사 한 끼를 먹는다는 의미도 있고요. 한자로 한기(韓氣)로 표기, 자연 그대로의 한국인 식음료라는 뜻도 담았습니다.”

이 제품은 여러 전문가들의 합작품이다. 조 사장이 전체 기획을 주도했고, 김수경 박사(다움생식 대표)가 생산을 맡았다. 김 박사는 동결건조공법을 식품에 접목시킨 선구자다. 풀무원 ‘자연주의’브랜드를 담당했던 이영희 CD’s 대표가 디자인을 책임진다.

조 사장은 대기업 후광을 벗어던졌다. 조그만 기업 사장으로 마케팅에 어려움은 없을까. 그는 “제품만 좋으면 문제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을대추를 처음 만들었을 때 영업사원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하지만 제품이 괜찮으니까 시장에서 알아서 찾더라고요. 당시 덩치 큰 회사들이 막강한 영업조직을 동원했지만 이 제품을 따라잡지 못했어요. 차별 포인트만 있다면 문제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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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 TBWA코리아 사장 "그룹 뒷받침 없이 실력 하나로 승부 걸죠"

▶ 58년생/ 서강대 신문방송학/ 제일기획 AE/ 제일기획 도쿄사무소장/ TBWA코리아 상무/ 2004년 TBWA코리아 부사장 대표/ 2006년 TBWA코리아 사장(현)
최근 몇 년 새 광고업계에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있다. 대그룹들이 내부 광고회사를 세우는 것이다. 이른바 ‘인하우스(In house) 광고회사’다. 2005년 현대차그룹이 이노션을 세워 금강기획이 해왔던 현대·기아차 광고를 가져갔다. SK그룹도 지난해 마케팅회사 SK M&C를 설립해 SK그룹 광고 대부분을 제작한다. 이런 변화가 달갑지 않은 곳이 있다면 독립광고회사다. 이들은 그룹 뒷받침 없이 순수하게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국내 대표 독립광고회사인 TBWA코리아의 강철중 사장(51)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가 부임한 이후 TBWA코리아는 승승장구했다. 제일기획, HS애드(옛 LG애드)에 이어 3위까지 올라섰다. 인하우스를 제외하면 1위였던 TBWA코리아였기에 그의 위기감은 더 깊을 법도 하다.

인하우스 중심으로 광고업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독립 광고대행사인 TBWA코리아로서는 위기라면 위기일 텐데요.

인하우스 광고대행사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외국에는 이런 사례가 없습니다. TBWA 본사도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꽤 놀랐지요.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볼 일만도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커졌고, 광고제작 역량도 대기업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산그룹이 오리콤을, 삼성그룹이 제일기획을 세우면서 그룹 내 인하우스 광고회사가 생겨났죠.

하지만 인하우스 중심 구조가 계속 유지될지는 의문입니다. 그룹 마케팅팀과 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경쟁 없이 광고를 제작하다 보면 아무래도 느슨해지고 창의력도 떨어집니다. 기업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인하우스 광고회사와 독립광고회사 간 경쟁을 붙이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고요.

이런 추세에 맞춰 전략에 변화가 생겼습니까.

그룹 계열 광고회사가 생기면서 광고 물량이 많이 빠져나갔어요(TBWA코리아는 SK광고를 주로 해왔다). 일시적으로 매출이 상당히 줄었죠.

그 뒤 팀장급을 모아 놓고 회의를 했습니다. 그들이 ‘CEO로서 전략이 뭐냐’고 물었어요.

제 답은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없더라고요. 해결 방법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광고를 잘 만드는 것뿐이죠. ‘TBWA코리아가 정말 잘하는구나’라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겁니다. 광고주들이 제 발로 찾아오게 해야지요.

TBWA코리아는 광고를 따내려 일부러 영업을 뛰지는 않는 것으로 압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저희는 일부러 고객을 찾아다니지 않습니다. 광고주의 경쟁프레젠테이션(PT) 참여 요청 중에서도 고릅니다. 인하우스 광고회사를 가진 대기업들도 저희에게 PT에 참석해달라고 많이 요청합니다.

요즘에도 PT가 많아 직원들이 밤을 새우기 일쑤입니다. 그룹 뒷받침이 없더라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얘기지요. 저희 PT 승률은 한때 70%를 넘어선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60% 가까운 승률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어요. 올해 들어서도 대림산업, 교보악사손해보험, 한국암웨이 등 신규 광고주를 대거 유치했습니다.

요즘 독특한 광고들이 많이 보입니다. 새로운 트렌드가 있습니까.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웬만한 것에 반응을 잘 안 하니 점점 광고 수준도 높아지죠. 광고에 자극적인 요소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브랜드 본질을 알리는 데 더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 저희가 제작한 대림산업 ‘e편한 세상’이 그런 광고라고 생각해요. 아파트에 사는 것은 궁전에서 공주처럼 사는 삶이 아니지요. 일반인을 등장시켜 보통사람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광고를 만든 이유예요. 광고는 트렌드를 주도해야지 쫓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사와 타사를 구분하지 않고 잘 만들어진 광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저희 광고 중에서는 현대카드가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했다는 점에서 보람 있고요. 기업으로 보면 매출이 꾸준히 늘어 업계 2위까지 갔지요. 기업과 광고회사 모두 ‘윈윈’한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어느새 2위가 됐습니다’라는 광고를 냈는데, 이 광고는 그동안 했던 광고들만 모아서 만들었어요. 꾸준히 화제를 모았기에 가능했지요.

타사 광고 중에서는 최근 캐논 광고가 마음에 듭니다. 수백 수천 장을 무의식적으로 찍는 디지털카메라의 세태를 잘 짚어냈어요. 한 장이라도 소중한 추억을 찍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지요.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광고를 만들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캠페인은 2002년 월드컵 때의 ‘Be the Reds’라고 했다. 이 캠페인은 광고 지형을 180도 바꿨다. 상품 정보를 담는 광고를 국민들의 감성을 끌어내는 광고로 변화시켰다. 당시 SK텔레콤은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었지만, ‘경기장 밖의 관중을 감동시키겠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광고회사에서 미디어 전략도 세웁니다만, 국내 미디어환경 변화를 짚어준다면요.

다(多)매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주요 광고매체로 등장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지요.

과거 IMC(통합마케팅)가 유행했습니다. 한 군데서 콘셉트를 만든 뒤 다른 매체에 전파한다는 개념인데요. 지금은 맞지 않습니다. 어떤 매체를 강조할 것인가부터 시작해 매체별로 다른 전략을 짜야 합니다. 그만큼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얘기입니다.

TBWA코리아의 경쟁력이 뭡니까. 일부에선 크리에이티브한(창의성 있는) 광고라고 평가합니다.

광고를 만드는 데는 기획과 제작 능력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TBWA코리아는 이 두 가지 요소의 균형감이 가장 뛰어나다고 봐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창의력 있는 광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입니다. 저희는 전략을 세우는 AE(광고기획자)와 제작자 간의 건강한 긴장감을 중시합니다. 둘이 너무 친하면 그저 그런 광고가 나오기 싶고, 또 너무 충돌하면 브랜드에 적합한 광고가 안 나오지요.

26년째 광고업에 종사하고, CEO가 된 지도 6년이 넘었습니다. 수명이 짧은 광고업계에서는 드문 경우입니다만.

일부는 광고가 3D 직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광고만큼 재미있는 직업이 없다고 생각해요.

방송사 PD와 비교하면 더 다양한 업종과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또 팀으로 일을 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기자와 비교하면 매일 또는 주간 단위가 아니라 급하지 않고, 3~6개월로 긴 시간 프로젝트를 다루니 좋고요. 전문성을 팔아 인정받는다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스트레스도 많습니다만, 일을 스스로 즐기도록 생각하면 이만한 직업이 없다고 생각해요.

광고기획자 출신으로 지금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합니까.

저는 직원 자율성을 중시합니다. 직원들이 직접 PT를 해달라, 아니면 그들이 만든 광고를 평가해달라고 할 때만 개입합니다. 그 말은 저의 전문성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뜻이겠지요.

반대로 직원들이 저에게 더 이상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을 때가 제가 물러날 때가 아닌가 생각해요.

강 사장은 매년 신입사원을 뽑는다. 경력사원 중심으로 뽑는 관행을 생각하면 드문 일이다. 어떤 신입사원을 선호하느냐고 묻자, “그릇이 큰 사람을 고르고 있다”고 했다. 해석하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온 사람이다.

기자는 그 답을 강 사장의 서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책장에는 인문학자와 생물학자 간 토론을 담은 ‘대담’, 진화론을 다룬 ‘다윈의 식탁’, 문화인류학적 시각이 돋보이는 ‘총, 균, 쇠’ 등 광고나 경영과는 동떨어지는 듯 보이는 책들이 가득했다. ‘통섭’이 바로 그의 광고 테마였다.

강 사장은 “늘 호기심을 갖고 남으로부터 배우려는 사람, 새로운 생각을 하고 스스로 대견해 하는 사람이 광고인으로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9호(09.11.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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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업그레이드 유형] ① 공격경영

◆ 재계는 업그레이드 中 ◆

‘바이오시밀러 공장 착공’(삼성전자), ‘태양전지 상업생산 시작’(LG전자), ‘하이브리드 본격 투자’(현대·기아차), ‘5대 미래사업에 3조원 투자’(SK텔레콤), ‘바닷속 리튬 추출 기술개발’(포스코)….

대기업들이 바빠졌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주요 그룹들이 신사업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글로벌 위기를 넘겼다는 판단에서다. 불황으로 잔뜩 움츠렸던 삼성그룹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태양전지에 투자한다. SK그룹도 수세적인 경영기조를 공격적으로 재정비했다. SK에너지, SK텔레콤, SK건설, SK C&C 등이 함께 참여하는 U시티 사업에 본격 뛰어들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로 곤혹을 치른 한화그룹은 태양과 바이오 미래산업에 4조원 이상 쏟아 부을 채비를 차렸다.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 계획도 그룹 전략본부에서 속속 나오는 중이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공격경영’의 기치를 올렸다.

포스코

“호황에 우뚝 서겠다”

포스코의 멕시코 알타미라 공장 전경.
올해 철강업체 불황이 유독 심했다. 아르셀로미탈 등 세계적인 철강업체들 감산과 공장 폐쇄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준양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는 오히려 설비 투자액을 창사 이래 최대로 늘렸다. 불황 뒤 경기회복 국면에선 탄탄하게 설비를 갖춘 업체가 호황을 누려왔던 경험 때문.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이다.

지난 8월 멕시코 알타미라에 연속용융아연도금강판(CGL) 공장을 완공했다. 국외 첫 CGL 공장인 멕시코 사업장은 중남미, 나아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 지역에 고급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한다. 자동차시장 회복세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자동차용 강판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지난해부터 이미 연간 600만톤을 생산해왔다. 이번 설비 증설로 내년부터는 800만톤으로 늘어난다. 적기생산체제(JIT) 시스템 구축도 공격경영의 일환이다. 올해 말까지 6개 서비스센터를 추가로 만들어 전 세계에 42개 서비스센터를 구축한다. 인도,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일관제철소 건립도 순항 중이다.

철강 외 미래전략산업 육성에도 나선다. 첨단소재와 에너지산업에 초점을 맞췄다.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증가 추세에 맞춰 바닷물에 녹아 있는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2014년 상용화가 목표다. 에너지 분야에선 폐기물 에너지화와 연료전지사업에 집중한다. 최근 생활폐기물 연료화를 추진할 포스코이앤이(POSCO E&E)도 세웠다.

롯데

세계시장 진출 속도 내

요즘 재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나선 그룹이 어디냐고 물으면 ‘롯데’라고 귀띔하는 이들이 많다. ‘신동빈 부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시기’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신 부회장의 비전은 2018년 그룹 매출액 200조원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세계 진출이 필수다. 롯데그룹의 국외 매출은 지난해 2조원. 그룹 전체 매출의 4%에 불과할 만큼 크지 않다. 이 점이 신 부회장의 큰 고민거리였다. 반대로 국외 매출만 높이면 목표달성이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신 부회장은 올해를 본격적인 국외 진출 원년으로 본다. 출장 횟수도 많아졌다. 통상 짝수달은 일본 등 국외에서, 홀수달은 한국에서 업무를 봤지만 요즘은 국외에 머무는 시간이 훨씬 많다.

특히 브릭스(VRICs: 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를 주목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중국 베이징에 진출했다.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점에 이은 2호점. 톈진, 상하이, 선양, 칭다오 등도 진출을 검토 중이다. 롯데마트도 2~3개의 국외 점포를 세운다. 롯데호텔은 내년 상반기에 모스크바점을 연다. 일본 도쿄에는 비즈니스 호텔 ‘롯데시티호텔킨시죠’를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M&A에도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말 대한화재와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해 금융업 진출 발판을 마련했고, 올해는 5000여억원을 들여 두산주류를 사들였다. 장병수 롯데그룹 전무는 “롯데그룹이 강한 식음료와 유통사업은 국내에서 포화상태라 글로벌 시장 진출은 필수다. 투자와 M&A를 통해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효성

새로운 M&A 모색

두산그룹도 지배구조가 바뀐 이후 체질개선에 더욱 속도를 낸다. 지난 4월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 변화가 많았다. 미국 중소형 건설장비업체 ‘밥캣’ 인수 후유증 치료가 첫 번째다. 두산그룹은 지난 2007년 이 회사를 49억달러에 M&A한 뒤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그러나 사모투자펀드(PEF)를 끌어들여 계열사 3곳을 매각, 자금 부담을 줄였다. OB맥주, 두산주류 등을 완전히 매각하면서 중공업회사로 구조조정했다.

이후 두산은 대표 전략인 M&A에 다시 눈을 돌렸다. 화력발전터빈 제조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체코의 스코다파워 인수가 코앞에 왔다. 수출입은행이 전체 인수자금 4억5200만유로 가운데 2억유로를 지원(대출과 대외채무보증 방식)할 예정이라 자금 걱정이 덜하다. 이후에도 2~3개의 외국 기업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의지를 밝히며 ‘공격경영’을 알렸다. ‘새우(효성)가 고래(하이닉스)를 삼키는 격’이라며 ‘버겁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하지만 채권단이 분할매각 의지를 보이며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효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재계 순위 30위에서 10위권 중반으로 올라선다. 그야말로 만루홈런짜리 M&A를 성사시키겠다는 꿈이다.

포스코 주가전망

중국 시장 커져 수요 풍부

포스코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분기 대비 다섯 배 오른 1조178억원이다.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도 1조7000억원이라는 긍정적인 수치를 내놨다. 이는 국제 철강 시황이 정점이었던 지난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700억원대까지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짧은 시간에 제품 출하와 수익성 측면에서 정상화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내년에도 예산 80조원가량의 ‘서부대개발’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지역의 철강 수요는 꾸준한 증가가 기대되며 이에 따라 가격 전망도 안정적이다. - 정지윤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

롯데쇼핑 주가전망

자체브랜드(PB) 매출 커져 긍정적

코스피지수 대비 상승률이 저조했던 롯데쇼핑 주가가 최근 탄력을 받았다. 이 같은 주가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첫째,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경쟁업체인 신세계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 우위에 대한 긍정적인 평이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할인점 부문의 지속적인 수익개선이 기대된다. 현재 회사 측 목표치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자체브랜드(PB) 확대도 성공적이다. 셋째, 슈퍼마켓 부문의 매출과 이익 기여도가 높아졌다. 정부의 출점 제한 이슈가 있었음에도 슈퍼마켓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졌다. - 유주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

두산 주가전망

적정주가는 11만원대

두산그룹 가치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산업은행 보유지분(7.18%)에 대한 오버행(잠재적 물량부담) 이슈는 남아 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최근 체코의 터빈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스코다파워를 인수하면 발전소 3대 핵심 설비인 보일러, 터빈, 발전기의 원천기술을 전부 보유한 업체가 된다. 향후 전 세계 전력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성장성은 매우 크다. 자체 사업부문은 주류사업 등의 매각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 1조2000원, 영업이익 6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다. 적정주가는 11만7000원으로 본다. -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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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능률협회에서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4000여명에게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 어디인지 물어봤다. 1위 기업이 어디였을까.

서비스업에서는 바로 SK텔레콤이었다. 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라면 이보다 더 즐거운 소식은 없을 것 같다. 이성에게 호감을 산 느낌이라면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다.

당장 SK텔레콤이라는 회사를 봐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탄탄하다. 국내 최초로 제1세대 아날로그 이동전화 시대를 열었고 세계 최초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제2세대 통신시대도 이끌었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50%가 넘고 매출 10조원 시대를 여는 등 실적도 화려하다.

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고민거리가 적지 않다. 최 회장이 늘 말해왔던 위기론(매경이코노미 1444호 참조)의 핵심사안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국외 사업에서 속도가 붙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화’라는 방향은 잡았지만, 국외 사업이 속도를 내기는커녕 먹구름만 잔뜩 끼인 형국이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 SK텔레콤이 진출한 어느 국가에서도 확실한 성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적자 심각한 미국 ‘힐리오’ 정리

SK텔레콤은 최근 미국 서비스인 ‘힐리오’를 접었다. 지난 2005년 설립된 힐리오는 미국 내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잠깐용어 참조) 서비스다. 초기 자본금만 2억2000만달러를 들였고, 지금까지 총 4억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매출액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1억71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을 뿐 계속 적자에 허덕였다. 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힐리오 손실액은 5억610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5600억원에 이른다. 3900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버진모바일 지분 17%를 받는 조건으로 매각했지만, 총 투자금액의 10% 정도만 건진 셈이다.

결정적인 실패 원인은 한마디로 가입자를 제대로 유치하지 못한 데 있다. SK텔레콤은 2005년 힐리오 사업을 시작할 당시 ‘2009년까지 한인 동포를 중심으로 3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막상 힐리오를 매각할 당시의 가입자 수는 20만명에도 채 못 미치는 18만명이었다. 목표 가입자 수의 10%도 채우지 못한 것. 적절한 가입자 숫자를 채우지 못해 이동통신망 이용 대가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했다.

미국 전역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큰돈을 사용하면서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커졌고, 적자를 이기지 못해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 A씨의 평가는 이렇다. “미국 시장조사를 철저히 연구하지 못하고 진출했다. 미국은 이동통신을 아주 기능적으로 접근한다. 전화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 사용할 뿐 한국에서처럼 분신으로 여기고 다양한 멀티기능을 쓰지 않는다. 딱히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힐리오가 내세운 단말기와 콘텐츠는 미국 시장에서 젊은층 공략이 목표였지만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멀티미디어 휴대전화도 애플의 아이폰에 밀려 전혀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다. 2009년까지 한인 동포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한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역시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힐리오를 접으면서 인수합병설만 무성하다. 미국 현지에서 탄탄히 자리 잡고 있는 통신사업자 ‘스프린트넥스텔(이하 스프린트)’ 인수설이 계속 흘러나오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과제는 자금조달이다. 현재 SK텔레콤 시가총액은 스프린트의 절반에 불과한 230억달러 수준이라 단독 인수는 불가능하다. 사모펀드와 함께 인수를 추진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전략이라는 게 안팎의 평가다. 또 도이치텔레콤이 스프린트 인수를 시도한다는 분석도 흘러나와 이래저래 신규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중국 CDMA 사업도 위기

SK텔레콤 관계자는 “미국 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전제한 뒤 “적자가 심각해진 힐리오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게 첫 번째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버진모바일 2대 주주(17%) 지위를 확보해 이를 토대로 다양한 사업을 모색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숨고르기 정도로 이해해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버진모바일도 그다지 신통한 사업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버진모바일은 미국 내 1위 MVNO사업자지만 지난해 말까지 가입자가 500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값비싼 요금, 부족한 단말기 모델 등을 고려할 때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정면으로 맞서기는 무리다. 때문에 스포츠 콘텐츠를 내세웠던 모바일ESPN이나, 신세대 서비스 앰프드모바일(Amp′d)이 파산했다.

그런데 중국 사업도 험한 길을 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국 제2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 지분 6.61%를 확보했을 때만 해도 희망의 불빛이 보였다.

그러나 올해 중대 기로에 직면했다. SK텔레콤 측이 차이나유니콤과 함께 추진해온 CDMA 이동전화 사업면허가 중국 통신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갑자기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등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다. 중국 최대 유선통신 업체인 차이나텔레콤이 차이나샛콤을 인수하고 차이나유니콤으로부터 CDMA 사업권을 넘겨받기 때문이다.

또 차이나유니콤이 차이나넷콤을 합병하면서 SK텔레콤이 당초 갖고 있던 차이나유니콤 지분은 절반(3.8%)으로 줄어들었다. 정작 전략적 제휴관계를 탄탄히 다져왔던 차이나유니콤은 GSM(유럽통신방식) 사업에 집중한다.

유무선통신 융합에 따른 종합통신사업자를 육성하고 차이나모바일의 독점적 구조에 따른 시장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날벼락은 SK텔레콤이 맞은 셈이다.

이뿐 아니다. 차이나넷콤의 제휴사인 스페인 최대 이동통신 업체 텔레포니카가 3.1% 지분을 갖고 차이나유니콤으로 들어와 SK텔레콤은 다른 외국 합작사와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위기가 기회”라는 말로 대신했다. CDMA 외에도 한국 내에 이미 WCDMA 사업 기반을 갖고 있고, TD-SCDMA 분야 운영 경험도 있어 중국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보다는 다소 낫지만 그렇다고 활짝 웃을 수 있는 처지도 못 된다.

지난 2003년 국외에서는 가장 먼저 이동통신서비스를 개시했다. 베트남 최초로 선보인 CDMA 서비스 ‘S폰’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었지만 여전히 4위에 맴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적지 않은 가입자라며 성과로 판단하지만,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성장세와 낮은 휴대전화 보급률을 감안할 때 좀 더 가입자 수를 늘렸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또 외국 기업이 직접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주의 국가의 규제가 언제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SKT “어려워도 글로벌 사업 매진”

SK텔레콤이 국외 시장 개척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국외 사업 진출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는 비판론도 있지만 국내 시장이 포화인 상태에서 적절한 전략이었다는 호의적인 평가가 대부분. 그러나 철저하게 현지 조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나 현지 정부 정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할 듯 보인다.

SK텔레콤 측은 글로벌 사업과 관련해 “여전히 SK텔레콤이 발굴하는 모든 신규사업이나 서비스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검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려움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국외 사업의 진행 상황이 더디기는 하지만 국내 통신사 가운데 가장 앞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잠깐용어

·가상이동망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 work Operator의 약자. 망을 갖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자(MNO)에 수수료를 내고 망을 빌려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망 관리비나 유지비가 들지 않고 수수료만 내면 된다는 점에서 요금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명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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