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관리자는 앞뒤로 치여 힘들다. 사장은 알만한 과장 부장이 일을 못하느냐며, 후배들을 잘 다독거리지 못하느냐며 야단친다. 한편 후배사원들은? 어리버리 일을 시켜도 그르치기만 한다.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간관리자들.

필자가 다양한 회사를 다녀보면 회사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CEO의 의사결정 하나다. 그리고 중요한 게 바로 중간관리자의 역할이다. 일도 잘하고, 리더십 있는 중간관리자는 회사를 살린다. 직장인들이 선망하는 경영학석사(MBA)도 바로 중간관리자 양성이 목적이다.



 



 

리더십 있는 김 팀장이 회사를 키운다

 

장면 1. 낙타가 바늘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 200 1의 경쟁률을 뚫고 중견 증권사인 A사에 입사한 박신입 씨. 부푼 꿈을 안고 회사에 들어갔는데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복사는 기본이고, 자료정리, 스크랩, 심지어 잔심부름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저녁에는 원하지도 않는 술자리 불려 다니기에 정신 없다. 그런데 부서 상사인 김고민 팀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일만 시킬 뿐 하는 일이 별로 없다. 이사에게 아부나 떨고 팽팽 노는 것 같아 김 팀장이 얄밉다. 그 밑에서 일하는 걸 그만 두던지, 빨리 승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장면 2. A사의 최비전 사장은 아침부터 저기압이다. 증권사 매출은 정체돼 있다. 거래량이 없어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퇴직연금, 국외사업 등 신성장동력 발굴도 시급하다. 국내 영업소도 바짝 뛰어줬으면 좋겠는데 현장 실무진들이 따라주질 않는다. 지시를 내려도 듣는 둥 마는 둥 성과보고가 없다. 임원들은 열심히 지시를 수행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실무적으로 일을 꾸려가는 과장, 차장, 부장 등 중간관리자들이 잘 못한다. 아침부터 김고민 팀장을 불러 국외 사업이 왜 지지부진하냐며 호통을 쳤다.

장면 3. 김고민 팀장은 오늘밤도 어깨가 처진 채 퇴근을 한다. 신입사원들이 들어와 잘 해보려 했는데 도통 업무를 파악하지 못한다. 증권업이 무얼 하는 곳인지는 알고 왔는지도 모르겠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배우기는 기대도 안 한다. 하나라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 사장은 맨날 호통이다. 회사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을 해보라고 한다. 그런데 당장 책상에 놓인 현안도 수십 개다. 후배들이 도와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부하직원들은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똑똑하게 처리를 못해 오히려 일감을 늘린다. 위에서 쪼이고, 아래에서 치이고 힘들어 죽겠다.

 

(과장급 약한 조직 성공하기 어려워)

 

정체하는 회사의 전형적인 모습이 이렇지는 않을까? 경제전문지 기자인 필자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을 취재한다. CEO부터 과장, 차장, 부장 등 중간관리자, 또 말단사원까지 인터뷰를 한다. 그러면서 잘 되는 회사와 쇠락하는 회사를 스스로 나눠보곤 하는데, 필자가 매우 중시하는 기준 중 하나가 중간관리자가 조직 내에서 자리잡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다.

앞서 언급한 A사는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사원까지 중간관리자인 팀장을 비난한다. 말단 사원이 보기엔 일만 잔뜩 시키고 팀장은 인터넷 검색만 하며 노는 것만 같다. CEO가 보기에는 아이디어도 팍팍 내고, 후배 직원들도 잘 다독거려야 할 위치에서 어영부영하는 것 같아 불만이다. 위에서 보나 아래에서 보나 팀장급들이 맘에 안 드는 것이다.

그런데 과장을 비롯한, 차장, 부장 등 중간관리자들을 욕할 일만도 아니다. 중간관리자들에게 회사가 요구하는 역량은 정말 슈퍼맨급이다. 회사별로 리더십이 가장 많이 차이 나는 직급도 바로 중간관리자다.

과장급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실무와 관리를 모두 잘하기를 요구 받는다. 회사는 10년 가까이 업무를 했기 때문에 실무에 밝은 동시에 후배직원들을 잘 이끌어 성과를 내기를 원한다. 또 하나 경영자와 말단 직원을 유연하게 잘 연결시키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주도해나가길 기대한다.

요약하자면, 자신의 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야하고, 동시에 사원들과 최고경영진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축구로 비유하면 최고의 미드필더가 돼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역량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회사에 몇 년 다닌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꿈꿔보는 과정이 있다. 바로 경영학석사, 이른바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과정이다. 지금은 그 위상이 약해졌지만 과거 미국 유명 MBA를 나오면 연봉이 몇 배씩 뛰고 직급도 올라가던 사례가 있었다. 환상의 자격증으로 꼽히는 MBA이 목표는 다름 아닌 제대로 된 중간관리자의 양성이다. 연봉을 몇 배씩 올려주고 데려왔을 만큼 중간관리자의 중요성을 인정했던 것이다.

필자도 미국에서 MBA를 나왔는데 말 그대로 실무와 관리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마케팅, 회계, 재무, 전략 등 경영의 이론을 탄탄하게 배우면서 사례 중심으로 공부해 실무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MBA 과정을 철저하게 팀으로 운영해 팀 단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비싼 돈을 받는 MBA 과정이 생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중간관리자가 제대로 못하면 A사와 같은 일이 생긴다. CEO가 어떤 지시를 내려도 말단사원까지 그 취지가 전달되지 않는다. 실무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후배들의 존경을 받지 못해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무조건성과를 내라는 식으로 다그치는 팀장을 따르는 조직원은 별로 없다. 반대로 말단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최고경영자의 귀로 들어가지 않는다. 승진을 위해 윗사람에게만 잘 보이려고 하는 중간관리자가 밑에서 올라오는 바른 소리를 전달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관계로 CEO부터 말단사원까지 연결)

 

중간관리자가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는 많다. 그 중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릭 해커트 교수의 연구는 인상적이다. 그는 중간관리자는 조직을 인간화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했다. 차갑고 추상적인 조직에 인간적인 위상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162곳의 작업장을 분석해 봤더니 효율적이고 존경 받는 중간관리자가 있는 곳은 부여 받은 업무량 이상의 성취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관리자들은 리더의 방침을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하위조직에 적절하게 전달해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이렇게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쌓인 신뢰와 충성 등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생산성을 높인다. 또 하나, 일터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고, 이들이 혁신과 첨단기술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서서 회사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가 컸다. 이런 이유로 릭 해커트 교수는교만하고 억압적인 중간관리자나 지나치게 비대한 중간관리 조직은 노동생산성을 저해하지만 비용절감을 이유로 중간관리층을 대폭 축소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팀장급들의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 몇 해전 한 언론사는 재미있는 설문을 진행했다. 국내 기업과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기업 직장인들 800여명을 대상으로 직장상사의 만족도를 물었다. 결과는 100점 만점에 45점이었다. 부서 상사의 리더십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이다. 이렇게 낮은 리더십이라면 직원들의 사기와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이직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중간관리자도 할 말은 있다. 그 동안 자기 일만 묵묵히 해오고 승진만 보고 살아왔지 어떤 역할이 주어졌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중간 관리자의 중요성을 인식해 기업들도 중간관리자들의 리더십과 역량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과거 김쌍수 전 LG전자 부회장도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중시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중간관리자는 조직의 허리로, 경영진과 사원을 이어주는 가교 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업무를 관리 수행하는 일선 지휘관이라고 정의했다. 최고의 경쟁력을 발휘하려면 조직이 건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구성원의 건전한 정서가 필수인데, 중간관리자들이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리가 튼튼한 LG전자가 그의 경영방침이었다. 그래서 역량교육도 탄탄하게 시켰다. 이처럼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중간관리자를 교육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요즘엔 공무원들도 중간관리자 역량을 중시한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올해 과장급 후보자에 대한 핵심역량교육 과정을 마련했다고 한다. 고위공무원뿐만 아니라 과장급 후보자들의 중요성을 인식한 조치다. 예를 들어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개발해 장관에게 보고하라’ ‘조직 개편에 따라 인사 이동되는 직원을 설득하라는 등의 실질적인 과제로 교육을 시켜 공무원 조직의 허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직급별로 요구받는 인재상이 다르다)

 

앞서 과장급이 요구받는 인재상에 대해 언급했다. 각 직급별로 요구 받는 인재상이 다르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올해 초 조사해봤다. 잠깐 소개한다. CEO를 비롯한 임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판단력, 신속한 결단력, 의사결정능력이다. CEO의 단 하나의 판단이 회사를 몇 배 이상 성장시킬 수도,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업무와 회사 사정에 밝은 동시에 시장, 경제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 외부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꾸려나가는 것도 임원의 몫이다

역시 중간관리자인 부장은 직무 측면에서는 프로페셔널로서의 정체성을 완성해 낸다. 스스로 조식의 성과를 촉진하고 관리해 기업에 수익을 내줘야 한다. 떨어지는 실무 감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대리급이라면 관리보다는 실무능력이 중요한 때다. 실무를 가장 많이 다루는 시기로 책임감과 열정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원급이다. 커다란 성과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인 실무와 함께 직장예절, 부서간 업무협조,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등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밝고 낙관적인 자세로 기업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만들고 스폰지처럼 뭐든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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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카리스마형이 있는 반면,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십도 있다고 하지요. 요즘 트렌드는 부드러움에 있다고도 합니다만. 저는 새로운 용어를 하나 꺼내봤습니다. 조율자형, 즉 모더레이터(Moderator)형 리더십입니다. 사회자의 역할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어떤 회의석상이나 세미나를 주재하는 사람을 두고 모더레이터라는 말을 하는데,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리더십도 빗대어 설명해봤습니다. 모두 자기보다는 남을 높이는 리더십이지요. 제가 하와이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겪은 경험도 담았습니다. 이 글은 제가 리더피아에 기고한 글입니다.



Moderator
형 리더십 부각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하면 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불가능은 없다는 군인정신이 강조된 말이다. 내가 앞장 서서 끌어 줄 터이니 나의 추진력을 믿고 걱정 말고 따라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부흥을 이끌 던 시기에는 리더라고 하면 강력한 통솔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을 떠올렸다.

그러나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되고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리더십 있다는 지도자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요즘 리더십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TV 예능 프로가 아닌가도 싶다. 2009 TV 예능 프로그램을 주도했던 인물을 꼽으라면 유재석씨와 강호동씨일 것이다. 이들의 인기 비결에 리더십이 녹아 있다.

 

 

 

유재석씨는 월요일부터 일요일 밤까지 거의 매일 TV에서 만날 수 있을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통 이 정도로 TV에 자주 출연하면, 이른바안티(Anti)’세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굳이안티까지는 아니더라도지겹다’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유재석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출연자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TV 출연자들 중에는 상대방을 깎아 내리거나 면박을 주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유재석씨는 오히려 자신이 망가지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출연자들은 한번이라도 자신이 화면에 잡힐 수 있도록 무리하게 나서지만 유재석씨는 결코 부각되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하는 출연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그들이 유머를 유발할 수 있도록 애쓴다.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연예인 중 한 명이 개그맨 김영철씨다. 그도 유재석씨에 대해 비슷하게 평가했다. 자신이 인기가 그리 많지 않아 화면에 잘 안 잡히고 소외돼 있을 때도 있는데 유재석씨는 꼭 말을 할 기회를 주고, 자신의 장기인 영어를 활용해 개그를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유재석씨니 명MC소리를 들으며 칭송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제 또 한 명의 명MC 강호동씨를 분석해보자. 사실 강호동씨가 예능에 걸맞은 외모를 갖춘 건 아니다. 씨름선수 출신으로 우락부락하다. 게다가 약간 쉰 듯한 거친 목소리와 억센 경상도 사투리는 방송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싫어한다는 시청자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강호동씨가 유재석씨와 쌍벽을 이루며 방송가를 주름 잡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강호동씨의 인기비결로 좌중을 사로잡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언급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때로는 출연자들을 윽박지르거나 큰 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압도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에게서도 유재석씨와 같은 리더십을 발견한다.

그가 진행을 맡고 있는 <12>에서 한참 나이 어린 출연자들과 직접 게임하고 티격태격하고, 또는 어린 출연자들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가면서 프로그램을 경쾌하게 만든다. 능청스럽게 출연자들을 골탕먹이는 콘셉으로 나올 때도 있지만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강호동이다. 어려운 일은 자신이 먼저 나서서 해결한다.

또 출연자의 장점을 잘 끌어낸다.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은 장기가 있는 출연자들이 실력을 뽐내는 장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아마추어들이 나오다 보니 실력 발휘가 제대로 안 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강호동씨는 때론 자신이 망가지더라도 출연자들이 제 기량을 다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한다. <무릎팍도사>라는 코너에서는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출연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문을 한다. 한국말이 어눌했던 격투기 선수 추성훈씨가 <무릎팍도사> 출연 뒤 인기가 더 높아진 것은 그의 진솔함이 방송 되도록 이끌었던 강호동씨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유재석씨와 강호동, 이들 두 MC의 리더십을 두고 섬김형 리더십(서번트 리더십)에 비유하곤 한다. 팀원들을 잘 받든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필자는 모더레이터(Moderator, 조율자)형 리더십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다. 개성이 강한 팀원들을 잘 어우러지게 만들어 성과를 내게 하고, 또 팀원들의 장점을 가장 잘 끌어낸다는 의미에서다.

필자가 몇 해전 미국 하와이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을 때다. 경영학 석사 과정 수업에서는 팀을 짜 서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마다, 과제마다 팀이 잘 바뀌지만, 유독 다니엘(Daniel)이 참여해 구성한 팀의 성적이 좋았다. 그런데 필자가 다니엘과 한 팀이 돼 수업을 하면서 왜 그가 참여하면 팀 성적이 오르는지를 알 수 있었다.

경영학 석사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부분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 그래서 팀을 이뤄도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고 팀 활동이 겉도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니엘은 모더레이터로서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잘 조율해 낸다.

예를 들어 숫자에 밝은 구성원이 있으면 재무적인 의견을 주로 듣도록 유도한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구성원이 있으면 청중 앞에서의 발표, 즉 프리젠테이션을 주도하게 한다. 부끄러워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지만 성격이 꼼꼼해 슬라이드를 간결하고 멋있게 만들어내는 친구에게는 발표자료의 최종 점검을 맡긴다. 영어가 약하지만 다양한 경영 사례를 알고 있는 필자에게는 기초자료 조사를 맡겼다. 이런 식으로 구성원들의 장점을 빨리 파악하고, 끌어내니 그 팀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더레이터형 리더십은 팀으로 활동하는 조직문화가 발달할수록 필요한 리더십이다. 과거 기업은 무조건 크게 만드는 외형주의가 만연했다. 무조건 덩치부터 따졌다. 이런 조직은 성장기에 있는 제조업에게는 적합하다. 그러나 21세기는 아이디어의 시대다. 아이디어 하나로 조직 구성원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애플이 컴퓨터 제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데는 아이팟과 아이폰이라는 창조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리더는 창조성 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구성원들의 장점을 잘 끌어내는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덩치 큰 조직을 이끌어낼 카리스마가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가 다양해지면 다양해질수록 1인의 강력한 추진력 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마지막 하나 더. 유재석씨와 강호동씨에 가려졌지만 이경규라는 MC를 한번 조명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그에게서 변화의 리더십을 발견한다. 그는 81 MBC 개그 콘테스트로 데뷔했다. 이제 방송을 시작한지 만 29년이다. 연예인이 이렇게 장수하기란 정말 어렵다. 몰래카메라양심냉장고등 그가 남긴 유행어와 히트코너는 수없이 많다. 아마 그가 예능계의 변화를 잘 읽고 몸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세상은 변해가는데하면 된다는 맹목적인 뚝심으로 밀고 가는 리더는 지속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버리지 못할 전략이란 없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사실이다. 세상이 변하면 전략도 변해야 한다.

중국 인터넷계의 신화 잭마 알리바마 회장의 얘기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더, 조직원의 장점을 빨리 발견하고 이끌어내는 리더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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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영 기자의 위기 극복 기업 9편] 캐논 / 캐논을 카피하라! 캐논에 포커스를 맞춰라! 불황에도 잘 나가는 비결이 캐논에 있다 (18)
  2009년 1월 8일 / 삼성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거품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을 겪었다. 이 시기에 이른바 일본의 간판기업인 소니, 도시바, 히타치 등이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캐논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도요타와 함께 일본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에는 전기·전자 부문 부동의 1위 소니를 제쳤고, 도요타가 매출에서 하강 곡선을 그릴 때도 캐논은 줄곧 성장세를 이어 왔다.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과거 불황을 딛고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한 캐논의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에서 ‘캐논 배우기 붐'이 불고 있다. 도요타를 제치고 캐논이 ‘벤처마킹 대상 넘버원'이 되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실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007년 기준으로 매출액은 4조 4,800억 엔, 순이익이 4,900억 엔에 달하는데, 2005년부터 3년 연속 일본 기업 중 순이익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도요타가 매출에서 하강 곡선을 그릴 때도 캐논은 줄곧 성장세를 이어 왔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거품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을 겪었다. 이 시기에 이른바 일본의 간판기업인 소니, 도시바, 히타치 등이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캐논은 1999년 이후 지속적으로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도요타와 함께 일본의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훗카이도대학 출신의 산부인과 의사였던 창업자가 1945년 소규모 렌즈공장을 사들여 카메라 생산을 시작한 것이 캐논의 시초다. 그리고 캐논은 창사 58년 만인 2003년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웠던 일본 전기·전자 메이커 부동의 1위 기업이었던 소니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때문에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불황을 벗어난 캐논의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캐논의 부활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1993년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도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미타라이 후지오(Fujio Mitarai, 72) 회장이다.


미국식 성과주의와 일본식 종신고용제 접목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일본 경영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들고 왔다. 미국의 수익중시 경영과 일본의 평생고용제도를 함께 도입한, 이른바 ‘하이브리드(hybrid) 경영'이다.

두 개념을 혼합시킨 배경이 있다. 그는 197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다. 캐논USA 부사장 등을 거치며 일본의 최고경영자로서는 드물게 서구식 경영수업을 오랜 기간 받았다. 1995년 캐논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뒤 20년 이상 배워 왔던 미국식 경영방식을 도입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미국처럼 수익에 기반한 영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주에 대한 이익 환원, 종업원의 생활 안정, 사회에 대한 공헌, 자기자본 축적이라는 미국식 경영이념을 들여왔다. “이 네 가지를 수행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비판하며 과감하게 기업문화를 바꿨다.

그렇다고 일본식 경영을 배제한 게 아니다. 그는 종업원의 고용을 최우선으로 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현실에 안주했다', ‘고용 유연성이 부족했다'는 등 비판이 제기됐지만 종신고용제를 고집했다. 복사기 생산라인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1,200명의 근로자가 필요 없게 됐을 때도 이들을 해고하지 않고 다른 부서로 재배치한 것이 좋은 예다. 그는 “인력을 키우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니 쉽게 해고하는 것보다는 함께 가는 게 낫다”고 줄곧 말해 왔다.

고용을 최대한 안정시켰지만 성과지향형 인사평가 시스템도 확실하게 운영했다. 엄격한 기준으로 승진과 급여에 철저하게 실적에 따른 차등을 두자, 임금격차가 크게 날 지라도 종업원 사이의 갈등은 없었고 대기업이 겪는 관료주의화도 없었다. 말하자면 ‘실력 종신주의'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는 “기술개발, 회계 투명성 같은 세계 공통의 영역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하지만 문화적, 정서적 특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로컬화가 필수”라는 논리로 기업을 이끌어 갔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기업에서 효과를 거둔 방식이 한국에서 통한다는 법이 없다”며 “각각의 실정에 맞는 모델을 찾아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적자 안 나도 경쟁력 없으면 퇴출

고용을 보장하니 직원들이 안정감을 갖고 행복하게 일하게 됐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캐논이 위기를 극복한 두 번째 비결은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했다는 데 있다.

카메라로 시작한 캐논은 복사기에 이어 1990년대 반도체 제조장치 사업까지 확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장기 불황기에 주종인 카메라는 물론 다른 사업부문도 경쟁에 시달렸다. 적자를 기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세계 제일의 사업만을 모은 기업을 만들자'고 결단을 내렸다. 그리곤 취임 3년째인 1997년부터 PC사업, 액정표시장치(LCD) 등에서 손을 떼면서 철저하게 사업영역을 조정했다.

“PC는 중앙처리장치(CPU) 싸움인데 우리처럼 CPU를 조달해 쓰는 회사에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핵심부품과 핵심기술 없이는 제조업에서 이기기 어렵다. 캐논이 카메라 사업이 강한 것은 렌즈공학에서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철학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995년부터 캐논이 손을 뗀 사업만 일곱 건에 달한다. 하지만 장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포기하지 않는다. 컴퓨터 프린터용 버블젯 기술은 개발까지 10년이 걸렸지만 일본 내 시장 점유율 수위를 다툴 만큼 성장했다. 그 결과 사무기기 부분이 총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만들었고 디지털카메라는 세계 1위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중시하는 문화 자리잡아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중시하는 사풍도 캐논의 장점이다. 캐논은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개발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봤다. 경쟁사보다 지식재산에서 우위에 서야 한다는 판단 아래 1970년대부터 ‘특허법무본부'를 설립했다. 1989년 ‘지적재산 법무본부'로 이름을 바꾼 뒤 현재 40여 명 규모로 사장 직할 독립부서로 운영 중이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이 최고경영자에 오르면서 이런 문화는 한층 더 강화됐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나는 연구자들에게 학술 논문보다 특허 명세서를 많이 읽고, 논문보다 특허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격려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 특허가 강한 몇몇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적재산권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다.”

캐논은 지적재산을 ‘사업적인 관점에서 창출되고 차별화된 지혜 전부'라고 정의해 신기술 개발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독자적인 물류기법까지 경영의 모든 것을 지식재산으로 취급했다. 지적재산 법무본부에 소속된 인재를 각 사업본부에 배치하고, 지적재산 관련 자격증까지 따도록 독려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캐논은 일본에서는 마쓰시타전기에 이어 2위의 특허 보유 기업이 되었다. 매년 특허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에서 등록된 특허 건수를 보면 IBM과 마쓰시타전기에 이어 3위를 달려, HP와 마이크로소프트마저 따돌렸다.

독자기술을 중시하는 문화는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연구개발비는 지난 1995년 이래 증가 일로다. 1995년 1,700억 엔대였던 개발비는 지난해 3,600억 엔 정도까지 뛰어올랐다.


공장 자동화 총력

마지막으로 캐논의 셀(cell, 세포) 방식의 생산현장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이바라키현 아미지역에 위치한 복사기 생산공장에는 컨베이어 라인이 없다. 7~8명의 근로자가 U자형 작업대에서 복사기를 조립한다. 이른바 셀 방식 생산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유연하다는 것. 예를 들어 300대만 생산하려는 복사기 A모델을 위해 컨베이어를 따로 만들 필요는 없다. 셀을 늘려 생산량을 맞추면 그만이다. 컨베이어 방식은 앞 공정이 늦어지면 뒷 공정도 늦어지지만 셀 방식에서는 이럴 염려가 없다.

이 셀 방식의 도입으로 도쿄돔 18개에 해당하는 공장 바닥면적을 절약했고, 3,000억 엔 이상의 재고비용을 절감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셀 방식을 넘어 ‘공장 완전 자동화'에 주력했다. 전기가 꺼진 상태에서도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을 만들라는 주문이다. 공장 무인화가 이뤄지면 중국 등 인건비가 싼 곳으로 공장을 이전할 필요도 없고 불황이 와도 직원 수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2009년에도 글로벌 경제위기는 계속될 것 같다. 장기불황의 조짐마저 보인다. 그렇다고 움츠려 있을 수만도 없다.

자동차 경주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부는 직선코스보다 곡선 주로에서 결정됐다. 진정 강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코너를 돌 때 승부를 걸어야 하는 법이다. 지금이 위기라고 모두들 얘기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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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극복한 기업, 사우스웨스트항공 '69분기 연속 흑자의 비밀 -웃자, 웃다가 울 때까지 또 웃자!'

고유가 여파로 전 세계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69분기 연속 흑자의 기록을 세우며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항공사가 있다.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비용절감의 혜택을 낮은 항공 요금으로 고객에게 되돌려 주는 기업, 어려울수록 고객과의 신뢰에 금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기업, 유머경영으로 승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함은 물론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까'를 기대하는 직원들이 있는 한 사우스웨스트의 성공 신화는 계속될 것이다.


최근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휴대 가방 무게가 가벼워졌다. ‘객실 승무원 가방 무게 2kg 줄이기'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부터다. 일부 독자들은 눈치를 챘겠지만 항공기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연료비가 적게 든다. 승무원들이 2kg씩 휴대 가방 무게를 줄이면 항공사가 한 해 동안 아낄 수 있는 연료비는 5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원유값이 오르면서 고육지책으로 승무원들까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이다.

고유가 여파로 전 세계 항공업계 휘청

고유가 시대를 맞이해 많은 기업들이 원가 상승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고통이 가장 큰 기업을 꼽으라면 항공업계다. 전 세계 항공사들의 주가가 떨어지는가 하면 일부 항공사는 파산 위험에 직면해 있다.

지난 8월 29일 이탈리아의 국영항공사인 알리탈리아항공사는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경영 위기를 견디다 못해 에어프랑스에 매각을 검토했으나 무산된 뒤 결국 법원의 손에 운명을 맡긴 것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미국 하와이에는 하와이언항공, 고항공, 알로하항공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결국 가장 경쟁력이 떨어졌던 알로하항공이 문을 닫고 말았다. 알로하항공의 해고 사태는 하와이 전체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졌다.


올해 2분기도 흑자, 69분기 연속 흑자 대기록

이런 위기 속에서 한 항공사의 놀라운 실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유가 여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69분기 연속 흑자'의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69분기라면 17년 연속 흑자로 1991년 1분기 이후 줄곧 돈을 벌어왔다는 얘기다. 바로 미국 중형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사우스웨스트는 지난 2분기에 3억 2,100만 달러(약 3,21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억 7,800만 달러)보다 두 자릿수 이상 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과당경쟁과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 항공업계와 비교하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올해 들어 급등한 유가로 미국 6대 항공사가 2분기에 총 60억 달러의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해 아주 대조적인 현상이다.

성공 비결 1. 원가절감으로 요금도 줄여

첫째는 아예 습관처럼 굳어진 비용절감이다. 사우스웨스트는 단거리 노선의 저가정책을 쓴다. 미국 대형 항공사가 국제 노선과 대륙 간 횡단 노선에 치중한 반면 사우스웨스트는 평균 비행 시간이 1~2시간 남짓한 단거리 노선을 타깃으로 노렸다. 자가 운전의 수고를 덜고 이동 시간을 절약하려는 기차, 버스, 승용차를 타는 여행객들을 틈새시장으로 잡고 이를 공략한 것이다. 실제로 요금을 지상 여객 운송 수단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게 책정했다.

초창기 댈러스와 휴스턴 노선을 오가는 비행기 요금은 20달러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요금은 올랐지만 100달러 이하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요금을 낮게 책정하니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비용절감으로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사우스웨스트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운항시간 단축과 기내 서비스 간소화에서 찾았다. 사우스웨스트 승객에게는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는다. 단거리 노선인 만큼 식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고객들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또 탑승 순서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좌석에 앉도록 했다. 고객에게 불편을 주자는 의미가 아니라 수속시간과 기내에서 자리를 찾는 시간을 줄여서 운항시간을 단축하자는 의도였다.

사우스웨스트의 비행기가 공항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평균 20분으로 아주 적은 편이다. 심지어 조종사들이 기내 청소를 하고 데스크 직원들이 승객들의 화물을 옮기기도 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9·11 같은 심각한 위기 상황도 당당히 이겨냈다. 
 


성공 비결 2. 어려울수록 고객과의 약속은 지킨다

그렇다면 비용을 줄이는 만큼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불평은 듣지 않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우스웨스트는 고객 불만도가 가장 낮은 기업 중 하나다. 여기서 성공의 두 번째 비결이 나온다. 그것은 고객 관점에서 출발하는 경영 마인드로 그 첫걸음은 고객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신뢰였다.

올해 들어 유가가 치솟으면서 항공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많은 항공사들이 적자 노선을 폐쇄하거나 항공료를 인상했다. 일부 항공사는 수화물에 수수료를 부가하면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시켰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는 노선을 폐쇄하거나 줄이지 않았고 수수료를 부과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1인당 수화물 2개까지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런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다 보니 신뢰가 쌓였고 고객이 사우스웨스트로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이러한 고객 중심의 경영 철학은 사우스웨스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잡은 ‘유머경영'으로 이어진다.
 

성공 비결 3. 유머경영으로 고객과 직원 모두 즐겁게

사우스웨스트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Time flies when you're having fun!(웃다 보면 어느새 도착합니다!)'라는 글귀가 나온다.

사우스웨스트를 창립하고 2001년까지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있었던 허브 캘러허(Herb Kelleher)는 ‘펀(Fun) 경영'으로 기업을 이끌었다. 사우스웨스트를 탄 승객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특히나 무뚝뚝한 미국 항공사들의 승무원들과 비교해 본다면,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참으로 유쾌하기 그지없다.

예를 들어 기내 안전 수칙을 랩뮤직으로 대신한다. 또 “담배를 피우실 분은 밖으로 나가 날개 위에서 마음껏 흡연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엉뚱한 금연 안내 방송을 듣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현재 사우스웨스트의 최고 경영자인 게리 캘리(Gary Kelly)의 홈페이지 인사말도 예사롭지 않다. 경영 철학을 나열하는 보통 CEO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일상 생활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면서, 고객 중심의 경영 철학을 밝히고 있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유머경영을 펼칠 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늘 웃고 즐겁게 일하자는 기업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때문에 직원 해고도 없고 노사분규가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1987년 단 한 차례의 파업이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탄탄한 노사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 역시 파업을 일삼는 항공업계와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직원들은 회사가 어려울 때는 자발적으로 혁신 아이디어를 내놓고 실천할 만큼 애사심 역시 대단하다. 사우스웨스트 직원들은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까'를 기대하며 출근한다고 한다.


계속되는 항공업계 위기 속에도 넘치는 사우스웨스트의 자신감

사우스웨스트의 놀라운 경영 혁신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항공업계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유가가 계속 올라간다면 또 세계 경기가 불황을 이어 간다면 사우스웨스트에도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는 1971년 설립 이후 일관되게 조직 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 노력을 지속해 왔으며 직원들을 위하는 경영자와 회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이 유쾌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경영 철학으로 사우스웨스트는 존경 받는 장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도 그들의 ‘재미있게 일하는(Fun to work)' 방식을 배워야 할 것 같다.


-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명순영의 훈훈경제 '전략경영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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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영의 훈훈경제 '전략 경영키워드' 시리즈

위기를 기회로 바꾼 IBM, 루이스 거스너 거대 공룡을 뛰게 하다.

50년 후에도 글로벌 Top 10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히는 IBM. IBM도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IBM은 1980년대 부실해진 기업 체질을 성공적인 기업혁신으로 극복하고 재도약함으로써 21세기 가장 주목할만한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위기극복과 재도약을 이끈 인물은 2002년 세계 최고의 CEO로 뽑혔던 IBM의 전 CEO 루이스 거스너(루이스 V. 거스너 Jr)다. ‘위기 해결사' 루이스 거스너에게 위기를 극복하는 경영전략을 배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가장 존경받는 기업

경제계에는 이름만 들어도 그 묵직함이 느껴지는 기업들이 있다. 국내에서라면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그러할 터다. 눈을 세계로 돌려 보자.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매년 선정하는 500대 기업 1위에 오른 유통업체 월마트나, 10위권에 탄탄하게 이름을 올린 도요타자동차, GE 같은 기업들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할 만큼 위상이 대단하다.

올해 500대 기업에서 46위를 기록한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역시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엄청나다. 오히려 현재의 명성은 과거에 비하면 다소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1914년 토마스 왓슨(Thomas Watson)이 설립한 IBM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에 속해 있으면서 또한 ‘가장 중요한 기업'이라고 평가 받았다. 이른바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였던 셈이다.

 

IBM은 컴퓨터 등 디지털 사업 기술표준을 선도했고, 정형화된 복장규정과 생활규칙, 최고의 복리후생 등 일류 기업으로서의 문화를 자랑했다. 1980년대 초반에는 각종 언론이 꼽은 ‘가장 존경 받는 기업'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IBM에 찾아온 위기,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다 변화를 못 읽다

그런데 이렇게 1등 자리를 절대로 내놓지 않을 것 같던 IBM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 징후는 뚜렷했다.

먼저 각종 재무 수치가 안 좋았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매출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둔화됐고 1986년에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1980년대 들어 169개 국가에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고 40여만 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공룡' 기업이 됐지만 1인당 생산성은 경쟁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메인 프레임 중심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급속히 전환되는 컴퓨터의 시장환경도 IBM에는 불리했다.

 

문제는 정작 IBM이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별일 있겠느냐'는 식의 안일함에 빠진 것이다.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있었지만 워낙 경쟁사들에 비해 덩치가 크다 보니 줄어드는 정도를 체감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IBM에 대한 인식도 나빠지고 있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더구나 정보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인데도 소프트웨어와 마이크로프로세스 칩의 중요성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응용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마이크로프로세스 칩은 인텔(Intel)에게, 프린트는 엡손(EPSON)에게 외주를 주는 등 핵심부품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심지어 PC마저도 컴팩(Compaq)과 애플(Apple)의 성장을 허용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데 과거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대형 컴퓨터에만 집착하는 오류를 범했다.

회사가 이런 상황에 이르니 눈치 빠른 인재들은 빠져나갔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도, 활기차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직원도 없었다. ‘미국의 보배'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던 IBM은 주요 언론으로부터 ‘사망선고'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컴퓨터 문외한 루이스 거스너의 등장


뒤늦게 위기를 깨달은 IBM 경영진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만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새롭게 조타수를 잡게 된 이가 루이스 거스너였다. 그는 컴퓨터업계와는 무관한 제과업체 나비스코의 CEO였다.

그러나 그는 쓰러져 가는 나비스코를 살려 낸 구원자였다. 나비스코는 1989년 무리한 기업확장으로 290억 달러(약 29조 원)이라는 빚을 지고 있었지만 루이스 거스너는 이를 절반으로 줄여 냈고, 1992년도에는 1989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를 냈다. 이에 앞서 맥킨지 근무시절에는 미국의 유명 철도회사를 회생시키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루이스 거스너는 ‘위기 해결사'로서의 명성을 IBM에서도 계속 이어 나갔다.

29조 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쓰러져 가던 제과업체 나비스코를 불과 3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회생시킨 위기 해결사 루이스 거스너.
그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하여 회생 가능성마저 회의적이었던 IBM을 구원할 유일한 CEO로 선택되었다.
(사진 : 매일경제신문 DB)


위기극복법 1. 수입을 늘리기보다 나가는 비용을 줄이다

루이스 거스너의 첫 번째 작업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 비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IBM의 매출액 대비 비용지출 규모는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비용을 줄이고자 정부 관련 사업 등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자산을 팔아 버렸고 고정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빌딩 등 부동산도 대폭 줄여 1993년부터 1997년까지 4년간 2500 평방피트(ft²) 이상의 부동산을 처분했다.

대규모의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됐다. 1993년 초 30만 명이 넘어섰던 직원을 연말에는 25만 명으로, 1994년에는 20만 명대로 30% 이상 줄였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루이스 거스너는 “한 번 크게 얻어맞는 것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계속 맞는 고문보다 덜 고통스럽다”며 직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루이스 거스너의 비용 줄이기 프로젝트는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매년 50억 달러의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위기극복법 2. 변화에 민감한 기업문화를 만들다

잘되는 기업에 가면 넘치는 활기를 느낄 수 있지만 망해 가는 기업을 보면 직원들의 눈빛은 흐리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루이스 거스너는 IBM 직원에게서 후자의 모습을 봤다.



루이스 거스너는 채찍과 당근 정책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주인의식을 고취시켰다. 사진은 뉴욕 암몽크(Armonk)에 위치한 IBM 본사. (사진 : 매일경제신문 DB)

이 같은 무사 안일한 태도를 버릴 수 있도록 종신고용정책부터 폐지해 버렸다. 개혁 프로그램에 호응하지 않는 사조직과 파벌도 없앴다. 임원들에게는 철저하게 결과 중심으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다. 회사 기여도를 평가할 때도 상사가 일방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에서 동료 6인이 익명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택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웃고 칭찬하는 분위기 속에서 결론 없이 끝났던 회의문화도 긴장감 속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바꿔 버렸다. “회의를 위한 회의는 필요 없고, 장황한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으니 회사에서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터놓고 얘기하자”며 발표자의 프로젝트 플러그를 뽑아 버린 일화도 유명하다.

채찍뿐 아니라 당근도 있었다. 과거 고위 임원에게만 부여하던 자사 주식보유 제도를 일반 사원들에게도 확산시켜 주인의식을 갖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위기극복법 3. 소비자 중심으로 다시 변화하다

루이스 거스너는 미국의 대표기업이었던 IBM이 소비자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결국 기업의 성패는 소비자에게 달렸다는 점을 되새기며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인정받기 위한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업무 시간의 40% 이상을 고객과 함께 보냈는데, 고객과 더 가까이 있겠다는 의미로 집무실을 고객이 많은 뉴욕으로 옮겼다. 지역별 영업조직을 금융, 여행, 보험 등 산업별 영업조직으로 개편한 것도 고객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었다.

고객에게 단순 기술을 파는 게 아니라 사업의 문제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로터스 디벨롭먼트(Lotus Development Corp.) 등 관련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루이스 거스너는 고객에게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로터스를 인수하여 사업군을 다각화했다.


사진은 2008년 로터스 퀵커(Quickr) 서비스 시연회. (사진 : 매일경제신문 DB)


흑자 전환과 함께 옛 명성 되찾다

결과적으로 루이스 거스너의 개혁은 성공을 거뒀다. 1993년 순손실이 81억 달러였던 IBM은 그의 부임 1년 만에 순이익 30억 달러로 돌아섰다. 필자도 참석했던 1995년 라스베이거스 컴덱스(COMDEX)에서 그는 기조연설을 맡으며 IBM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1997년에는 모든 사업이 흑자로 전환했고 2000년 순이익은 80억 달러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하드웨어라는 저성장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솔루션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고성장 사업으로 기업을 이끌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변화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것만이 경영진리다”

IBM의 사례에서 보았듯 당장 ‘잘나가는' 듯 보이는 기업도 예외 없이 위기의 순간을 맞는다. 또 위기는 위기인지 아닌지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소리 없이 찾아온다. 때문에 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 위기극복의 키워드는 변화를 얼마나 잘 수용하느냐의 여부인 듯하다. 이는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경영전략이 무엇이냐는 의미가 없다. 이 세상은 변화한다는 것, 그 변화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것만이 경영진리다.”
중국에서 인터넷사업으로 거부의 반열에 오른 잭 마(Jack Ma) 알리바바닷컴(www.alibaba.com) 회장의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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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0대 CEO가 말하는 리더십은
 
 
비전·변화로 기업 이끈다 
 
 매경이코노미가 선정한 100대 CEO 한 명 한 명이 국내 정상급 리더다. 대표적인 경영 리더들이 생각하는 21세기형 리더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두 가지 단어로 요약됐다. 비전과 변화다.

이번 설문조사는 ‘카리스마형이 지고 비전 제시형 리더가 떠오른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CEO 80명(복수응답) 가운데 64명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으로 ‘비전 제시형’을 꼽았다. 48명은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과거 한국 리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카리스마형은 맨 꼴찌로 뒤처졌다.

100대 CEO들이 비전 제시형 리더를 일순위로 꼽은 이유는 분명하다. 급변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 때문이다. 안갯속에 가려진 미래를 헤쳐나갈 나침반 역할을 리더가 맡아야 한다는 것. 정복임 케너텍 사장은 “어제의 방향이 항상 바른 방향이 아니고, 다수가 옳다는 방향이 꼭 옳지만은 않은, 급변하고 불안한 시대”라며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리더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비전을 제시해 조직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확하게 비전을 보여주는 CEO가 스피드경영도 할 수 있다.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을 때 경영환경에 보다 원칙 있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무한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희자 루펜리 사장은 조직관리 차원에서 비전 제시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보장된 미래를 원하기 때문에 리더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 임직원들이 꿈과 희망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비전이 뚜렷해지면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정을 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변혁적 리더가 돼야 한다”고 응답한 CEO도 30%나 됐다. 변혁적 리더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변화라는 화두를 내걸고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든다. 추종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넘어 리더가 제시하는 차원의 높은 가치 달성에 헌신하도록 유도하는 리더다.

이런 의미에서 변혁적 리더는 비전제시형 리더를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또 부하직원들을 함께 리더로 만들어 그들이 변화를 주도하게 만든다는 뜻도 담겼다.

변혁적 리더에 표를 던진 윤동한 한국콜마 사장은 “신성장동력을 계속 창출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변화에 민감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역은 몰라도 CEO는 카리스마 필요”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밀려나는 모습이 뚜렷했다. 과거 한국을 이끌어온 리더들은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모두 뛰어난 추진력을 갖춘 카리스마형 리더들이다. 정주영 창업주는 조선소도 없는 상황에서 공장을 지을 부지 사진 한 장만 들고 가 계약을 성사시켰을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병철 창업주는 회사 내부 반발을 무마하고 반도체산업에 진출, 삼성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에 카리스마형을 꼽은 CEO가 6명에 불과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 오너들이 주로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전문경영인보다 책임 있게 기업을 이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카리스마형 리더를 선택한 CEO들이 변화를 소홀히 여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 중견기업 오너는 “변화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함께 기업도 변화하려면 카리스마를 갖고 이끌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중역급 이하 리더라면 덕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고 섬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CEO의 경우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직관과 통찰력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가 많아 카리스마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섬김의 리더십도 부각

권한위임형 리더가 중요하다고 밝힌 CEO는 5명 가운데 1명꼴. 역시 급변하는 경영환경 때문에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의견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얘기는 이렇다.

“초(Hyper) 경쟁시대에서 승리하려면 얼마나 빨리, 얼마나 새롭게, 얼마나 많이 남과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혁신은 지속적인 창조경영이 뒷받침 돼야 기업 경쟁력이 된다.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나온 창조적 통찰력은 개인의 통찰력보다 훨씬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의미에서 권한을 위임하고 그룹으로 고민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송재병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우수한 사람이라도 개인의 경험이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모두가 한두 사람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권한 위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섬김의 리더십인 서번트 리더십은 최근 부각된 리더십이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월마트 창업주인 샘 월튼이 이 개념의 창안자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CEO(17명)가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팎으로 서번트 리더십을 강조해온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역시 섬김의 리더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는 서번트 리더십을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고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며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이라고 재정의 내렸다. 그는 또한 “격려의 리더십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고 했다. 스스로도 이 리더십을 실천하기 위해 말단 직원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리며 교감을 이뤄내고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시대가 요구하는 CEO상과 함께 자신이 속한 리더십 유형도 골라달라고 했다. 설문 결과, CEO 대부분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와 자신이 현재 평가받는 리더의 모습이 같거나 비슷하다고 답했다.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여긴 리더의 모습에 맞춰가려는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비전제시형과 변혁적 리더라고 스스로를 평가한 CEO가 각각 38%와 31%로 높았다. 권한위임형이라고 답한 CEO도 20%에 달했다. 섬김의 리더(10%)나 카리스마형 리더(3%)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한 기업 오너는 자신은 카리스마 리더에 속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비전제시형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카리스마형이 필요한 시대인데 자신은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 전문경영인도 2명 있었다.

【 리더십 유형, 어떤 게 있나 】

◆ 서번트·파트너·슈퍼 리더십 등

= 리더십을 구분하는 방식은 수십 가지로 매우 다양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매경이코노미는 다섯 가지 리더형을 제시해 100대 CEO들에게 물었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리더십 유형을 정리해봤다.

민주주의형 리더십은 제도나 규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성적 사고를 가진 조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룹에 정보를 잘 전달하고 전체 그룹 구성원 모두 목표 방향 설정에 참여하게 만든다.

파트너형 리더십은 네덜란드 기업 필립스가 도입해 구성원의 리더십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상업적 목표와 기술적 목표를 대표하는 두 동료의 공동책임 원칙 아래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 사람이 지배적인 위치, 즉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두 동료 사이에서는 중요한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의 리더십이 개발된다. 소규모 조직, 극단적으로는 2인 1조의 팀에서 적합하다.

서번트(Servant) 리더십은 단어 그대로 조력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사랑형 리더로서 조직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신뢰로 이끌어 간다. 기존 리더십이 조직 구성원 앞에서 조직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면 서번트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과의 일체화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조직목표를 달성한다.

슈퍼(Super) 리더십은 권한위임형으로 상급자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냉정함과 차가운 두뇌로 판단해 조직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리더십이다. 풍부한 지식을 활용해 경영하는 박식한 리더들에게 어울린다.

임파워링(Empowering) 리더십도 권한 위임형과 맥을 함께 한다. 분명한 목표, 권한, 책임, 지도라는 키워드로 맡은 일에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리더다. 조직의 생명력과 기(氣)를 살려준다. 통제자·의사결정자·집행자·아이디어 창안자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지원자·코치·조언자·촉진자 등으로 바뀐 셈이다.

[특별취재팀 : 김소연(팀장) / 정광재 기자 / 명순영 기자 / 김충일 기자 / 김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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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는 무려 150년 가까이 이어 온 장수기업이다. 장수기업은 ‘반드시'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위기 상황을 맞곤 한다. 네슬레에게 위기 때마다 힘이 된 것은 바로 창업정신이었다. 죽어가는 유아를 살리자는 공익적 취지는 안전 제일주의 식품 회사로 커 가는 밑바탕이 됐다.

한편, 네슬레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는 큰 위기를 겪으면서 두 가지 중요한 전략을 세웠다.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다국적 식품 회사로 성장했고, 철저한 글로벌화와 현지화 전략으로 전 세계 80여 개 국가 500여 개 도시에 진출했다.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 현지에서 뿌리를 내렸다.


지금은 영향력이 조금 약해졌지만 10년 전쯤 소니(SONY)는 난공불락의 세계적인 IT 기업이었다. 당시 일본의 모 신문사 국장이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을 인터뷰하면서 “소니도 벤치마킹을 하는 기업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많은 기업이 소니를 벤치마킹하는 상황이었지만 소니도 무언가를 닮고 싶은 기업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잠시 고민하던 이데이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유럽의 ABB와 미국의 GE입니다. 제조업은 휴렛팩커드(지금의 HP)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랜드와 시너지 효과는 네슬레를 벤치마킹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식음료 기업 네슬레(Nestle)다. 네슬레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당시 세계 IT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소니도 배우고 싶다고 했을까?



1860년 모유 대체 식품으로 개발 

네슬레의 탄생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또 자못 진지하기까지 하다. 1860년대 당시 숙련된 약사였던 앙리 네슬레는 모유를 먹일 수 없었던 어머니들을 위해 모유 대신 유아의 영향을 보충해 줄 식품을 개발했다. 궁극적인 목적은 영양실조로 인한 유아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는 우유와 밀가루, 설탕 등을 조합하는 다양한 실험을 한 끝에 모유 대신 먹일 수 있는 우유와 비슷한 액체 성분인 ‘페린락테(farine lactee)'를 개발했다. 첫 고객은 모유나 기존 대체 식품을 소화하지 못해 의사들도 가망이 없다고 포기한 미숙아들이었다. 네슬레의 ‘페린락테'는 성공적이었다. 미숙아는 이 분유를 먹고 아무런 부작용 없이 자랐고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네슬레가 유럽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순간이다.


15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 오는 동안 위기의 순간은 수시로 찾아왔다. 제 1·2차 세계 대전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1차 세계 대전은 엄청난 유제품 수요를 만들었고, 네슬레는 미국에 있는 공장을 속속 사들여 전쟁이 끝날 무렵 40여 개의 공장을 갖게 됐다. 기회가 되는 듯 했으나 전쟁이 끝나자마자 소비자들은 신선한 우유를 원하기 시작했고 네슬레는 1921년 첫 번째 손실을 기록했다. 바로 위기가 닥친 것이다.

네슬레는 스위스의 금융전문가인 루이스 데이플을 데려와 공장 가동 효율성을 높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때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초콜릿 회사 피터 카일러를 사들였다. 이 곳에서 맥아로 된 우유, ‘마일로'라고 불렸던 가루 음료, 유아 음료 등을 개발했고 1938년에는 ‘네스카페'를 출시했다.


2차 세계 대전 참전 군인들이 네스카페 전파

2차 세계 대전도 네슬레에게는 위기처럼 보였다. 회사 이익은 반토막 났고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는 전쟁 기간 동안 유럽에서 고립됐다.

그러나 전쟁이 네슬레에게 위기로만 끝나지 않았다. 제 2차 세계 대전은 네슬레의 최신 제품이었던 네스카페가 급속도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추운 전쟁터에서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뜨거운 네스카페는 언 몸을 녹이는 최고의 음료였고 세계 각지에 주둔하는 미군의 주요 음료가 됐다.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군인들은 본토로 돌아가서도 네슬레의 커피를 즐겼다. 1938년에 1억 달러 수준이었던 총 판매액은 1945년 2억 2,500만 달러까지 급증했다. 네슬레 역사상 2차 세계 대전은 가장 급격히 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분유에서 커피, 화장품 등 사업 다각화 

네슬레는 전쟁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두 가지 중요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 첫 번째는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초콜릿 회사 피터 카일러를 인수한 것은 분유에서 커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요구르트와 디저트 회사인 프랑스 기업 샴부르시를 인수했고, 1992년에는 생수 회사 페리에, 1998년에는 스필러 패스트푸드를 인수했다. 이런 식으로 네슬레는 생수 회사, 냉동식품 회사, 제약 회사, 화장품 회사를 인수하며 다국적 식품 회사로 성장했다.


UN이 꼽은 세계 최고의 현지화 성공 기업
 

또 하나의 전략은 철저한 글로벌화와 현지화다. 네슬레는 전 세계 80여 개 국가 500여 개 도시에 진출해 있고 종업원 수가 25만 명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지만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에서의 매출은 2%밖에 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 현지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이야기다.

유엔(UN)이 최고의 현지화 기업을 꼽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은 첨단 업종이 되리라고 결과를 예상했지만 1위는 바로 네슬레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문화에 따라 입맛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식품업체만큼 현지화가 중요한 곳도 없다.

일본이 ‘스시'와 ‘사시미'를 미국에 뿌리내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를 생각해 보면 식품의 현지화만큼 힘든 것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네슬레는 아주 성공적으로 현지화를 이뤄 냈다. 미국인에게 네슬레가 어느 나라 기업인가 물었을 때 절반 이상이 미국 기업이라고 답변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준다.

한국에서도 철저하게 현지화가 이뤄졌다. 이삼휘 한국네슬레 사장은 입맛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 소비자는 맛은 씁쓸해도 향이 풍부한 커피를 좋아합니다. 반면 한국 소비자는 양립하기 어려운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향을 기대합니다. 한국네슬레는 본사의 지시를 최대한 한국 코드에 응용시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테이스터스 초이스'를 내놓게 된 겁니다.”

최근 멜라민 파동도 슬기롭게 넘겨

네슬레는 신뢰도 높은 브랜드를 앞세워 철저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식품 회사는 한 번의 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로 작용하기도 한다. 2004년 이른바 ‘만두 파동' 때문에 한동안 만두 시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중국 멜라민 파동도 전 식품 업계를 흔들었다. 특히 커피에 멜라민이 들었다는 소문과 함께 네슬레도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네슬레는 멜라민 파동이 일어나자마자 베이징에 1,200만 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고 유해 화학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실험기계를 도입하겠다고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네슬레가 갖고 있는 경영철학과 브랜드다. 네슬레의 로고는 어미새와 아기새 둥지로 이뤄졌는데 이는 안전, 모성애, 자연, 가족 등을 의미한다.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식품을 제공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모토는 다양한 환경정책, 사회공헌 등을 통해 투영되며 브랜드에도 그대로 녹아 들게 관리됐다.


네슬레는 전 세계 경영학 교수들이 선호하는 회사라고 한다. 조직과 인사 관리, 자금 운용, 브랜드 마케팅, M&A, 기업 윤리 등 경영학 수업시간 어디에 등장시켜도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네슬레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네슬레는 무려 150년 가까이 이어 온 장수기업이다. 장수기업은 ‘반드시'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위기 상황을 맞곤 한다. 네슬레에게 위기 때마다 힘이 되는 것은 바로 창업정신이었다. 죽어가는 유아를 살리자는 공익적 취지는 안전 제일주의 식품 회사로 커 가는 밑바탕이 됐다.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앞으로 100년간 장수할 세계 100대 기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스페인의 건설사 ‘악시오나', 프랑스 소비재 기업 ‘아코르' 등이 꼽혔다.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단 한 기업도 선정되지 못했다. <포브스>의 잣대를 비판하기에 앞서 한국 기업에는 장수기업의 DNA가 없는 것인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최고 기업으로서 또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를 누비고 있더라도 위기 극복의 DNA가 있느냐의 여부는 다른 이야기다.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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