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CEO가 있다. 그래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반면 착한 CEO라도 별로 내키지 않는 사장이 있다. 당신 회사의 CEO는 어떤 쪽인가.



착한 CEO와 월급 잘 주는 CEO 

 

 

굿모닝 에브리원(Good morning everyone)!’

매일 아침 6면 라디오에서 연신 하이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 졸린 새벽 출근길이 경쾌해진다. 근철 굿모닝팝스 진행자 얘기다.

이근철 진행자는 이보영, 문단열 씨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스타 영어 강사다. 곽영일, 오성식, 이지영 등 굿모닝팝스 진행을 당대 최고의 영어강사가 차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거릴 만 하다. 늘 웃는 얼굴로, 매우 재미있고 위트 넘치게 강의를 해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근철 진행자의 얘기를 꺼낸 이유는 사업가로서의 그의 경험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근철 진행자는 2004년 영어콘텐츠업체유어에듀를 설립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사나 온라인 사이트에 판매하는 것인데 사업이 잘 안 돼 몇 년 새 수십억원 이상 손해를 봤다. 강사로서 탁월한 명성을 쌓았지만, 훌륭한 CEO가 되는 것은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런 얘기를 했다.

“늘 밝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사업에서도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했던 측면이 있었죠.


또 하나, 직원들에게도 가능하면 화를 내거나, 야단을 치지 않고 무조건 잘 해주려 했다. 방송에서의 친근한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아서다. 재미있는 강사의 이미지와 어울리게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의 CEO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착한 CEO가 결코 능력 있는 CEO는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훌륭한 CEO는 직원들에게월급을 많이 주는 CEO’라는 것이다.

 

(CEO 최고 덕목은 직원 삶 보듬는 일)

 

경제기자로 다양한 CEO들을 만나게 된다. CEO의 성향을 구분하는 데 여러 가지 방식이 있겠지만 때론 이렇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볼 수 있다. 바로 직원들이 편하게 여기는 CEO와 반대로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CEO.


말할 필요도 없이 CEO던 직원이던 서로 웃으며 편하게 지내기를 원한다. 이런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말단 직원에서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수직적 또는 수평적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많은 기업인들이 직원들이 싫어할 만한 소리를 가급적 안 하는 부드러운 CEO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때론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CEO의 이미지가 부드러우냐 강인하냐가 아니다. CEO의 역할은 기업을 키워, 고객에게 가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에 공헌하며, 내부고객인 직원들의 삶을 보듬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필자는 내부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고, 그 가족들까지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드럽고 온화하게 조직을 관리하면서도 실적이 뛰어나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CEO 이미지는 좋은데 능력이 떨어져, 기업은 적자에 허덕이고 곧 문을 닫을 처지에 있다면 좋아할 직원이 누가 있겠는가?

반대로 차갑고, 매몰차게 일을 시키는 CEO가 야속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CEO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그 공이 직원에게 돌아간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겉으로 보면 직원에게 혹독해 보이는 CEO인데도 결코 직원이 싫어하지 않는 CEO는 두 가지 특성을 보이는 것 같다.

첫째 직원들의 노력에 대해선 충분하게 대가를 준다. 그것은 월급이 될 수도 있고, 연말의 성과급이 될 수도 있다. 때론 우리사주나 스톡옵션 형태로 금전적인 보상을 할 수도 있고, 국외여행 같은 달콤한 상품이 보상으로 지급될 수도 있다. 휴가도 좋은 보상수단이다.


신생증권사인 토러스투자증권의 손복조 사장(59)은 지난해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첫걸음을 뗐다. 2008년 자신과 토러스증권을 믿고 모여든 직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20억원 어치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손복조 사장은 인품이 뛰어나면서도 일에 관해서는 양보가 없다. 직원들도 그의 기대치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혀를 내두를 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CEO. 그래도 그는 손복조라는 이름 석자를 보고 자리를 옮긴 유능한 직원들에게 성과에 대해선 확실히 보상하겠다는 점을 스톡옵션으로 보여줬다. 상장을 한다면 직원들은 꽤 괜찮은 돈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인센티브 덕에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능력 있는 CEO는 좋은 결과에 대해선 확실하게 그만한 보상을 해주니주마가편(走馬加鞭)’식으로 채근하고 일에 속도를 내도 직원들은열심히 일한만큼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갖게 된다.

 

(혹독한데 인기 있는 CEO의 비결은 비전제시)

 

그리고 혹독해도 인기 있는 CEO는 회사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한다. 최근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인 세상이지만 중소기업은 오히려 인력난이라고 한다. 취업예정자들에게왜 중소기업을 가지 않느냐고 물으면 연봉이나 복지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하지만, 꼭 빠지지 않는 답변이비전이 없어서라는 것이다.


최근 곽재선 KG케미칼 회장(51)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남들이 사양산업이라고 외면하는 비료업체를 인수했다. 그것도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 회사였다. 50년 역사를 가진 전통 있는 비료회사였지만 비료산업이 하향세를 걷는 와중에 무너졌다 연 100억대 적자를, 그것도 5년째 내고 있는 회사를 사겠다고 하자 주변에선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직원들에게 비전만 제시할 수 있다면 역사가 있는 회사라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인수하고 보니 직원들의 눈빛이 흐렸다 2003년 말 인수한 뒤 2004년 경영 목표를 제출하라고 했더니, 당시 매출 1000억원이었는데 1050억원을 적어왔다. 냉철하게 분석하지도 않고, 의욕도 없이 그냥 의례적으로 5% 정도 성장하겠다고 보고서를 낸 것이다. 곽 회장은 경영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찢어버렸다. 그러곤 “2004년 매출 목표는 2004억원이라고 공언했다. 다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곽 회장의 의도는 이런 것이었다. 패배자로서의 위치에 익숙해져 버린 직원들에게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2004년이니까 그냥 204역원을 벌어보자고 했고 일단 목표를 잡아놓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결과가 어땠을까? 2004 2004억원에 가까운 1900억원 매출을 올렸다. 거의 두 배 이상 매출이 오른 것이다.


그는 혹독한 CEO였다. 직원을 해고시키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보상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훈련차원에서 직원과 함께 가나안농군학교에 입소해 땀을 흘리지 않으면 성과도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대신 그는비료업계에서 다시 1등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비전을 세워줬던 것이다.

2003년 인수한 뒤 5년만인 2008년 곽 회장은 매출을 3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목표는 1조원이라고 한다. 허황돼 보이지만 2003년부터 20~30% 성장했다고 가정했을 때 나오는 수치였다. 달성하느냐 못하느냐는 뒤로하고 무언가에 매진할 목표가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편한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조금 불편해도 좋을 때가 있다. 구성원을 조금 불편하게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구성원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은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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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영의 훈훈경제 '전략 경영키워드' 시리즈

위기를 기회로 바꾼 IBM, 루이스 거스너 거대 공룡을 뛰게 하다.

50년 후에도 글로벌 Top 10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히는 IBM. IBM도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IBM은 1980년대 부실해진 기업 체질을 성공적인 기업혁신으로 극복하고 재도약함으로써 21세기 가장 주목할만한 기업으로 재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위기극복과 재도약을 이끈 인물은 2002년 세계 최고의 CEO로 뽑혔던 IBM의 전 CEO 루이스 거스너(루이스 V. 거스너 Jr)다. ‘위기 해결사' 루이스 거스너에게 위기를 극복하는 경영전략을 배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가장 존경받는 기업

경제계에는 이름만 들어도 그 묵직함이 느껴지는 기업들이 있다. 국내에서라면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그러할 터다. 눈을 세계로 돌려 보자.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매년 선정하는 500대 기업 1위에 오른 유통업체 월마트나, 10위권에 탄탄하게 이름을 올린 도요타자동차, GE 같은 기업들은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할 만큼 위상이 대단하다.

올해 500대 기업에서 46위를 기록한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역시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엄청나다. 오히려 현재의 명성은 과거에 비하면 다소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1914년 토마스 왓슨(Thomas Watson)이 설립한 IBM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에 속해 있으면서 또한 ‘가장 중요한 기업'이라고 평가 받았다. 이른바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였던 셈이다.

 

IBM은 컴퓨터 등 디지털 사업 기술표준을 선도했고, 정형화된 복장규정과 생활규칙, 최고의 복리후생 등 일류 기업으로서의 문화를 자랑했다. 1980년대 초반에는 각종 언론이 꼽은 ‘가장 존경 받는 기업'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IBM에 찾아온 위기,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다 변화를 못 읽다

그런데 이렇게 1등 자리를 절대로 내놓지 않을 것 같던 IBM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그 징후는 뚜렷했다.

먼저 각종 재무 수치가 안 좋았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매출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둔화됐고 1986년에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1980년대 들어 169개 국가에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고 40여만 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공룡' 기업이 됐지만 1인당 생산성은 경쟁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메인 프레임 중심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급속히 전환되는 컴퓨터의 시장환경도 IBM에는 불리했다.

 

문제는 정작 IBM이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별일 있겠느냐'는 식의 안일함에 빠진 것이다.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있었지만 워낙 경쟁사들에 비해 덩치가 크다 보니 줄어드는 정도를 체감하지 못했고, 소비자들의 IBM에 대한 인식도 나빠지고 있는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더구나 정보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인데도 소프트웨어와 마이크로프로세스 칩의 중요성도 인식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응용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마이크로프로세스 칩은 인텔(Intel)에게, 프린트는 엡손(EPSON)에게 외주를 주는 등 핵심부품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심지어 PC마저도 컴팩(Compaq)과 애플(Apple)의 성장을 허용했다. 그러면서도, 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데 과거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대형 컴퓨터에만 집착하는 오류를 범했다.

회사가 이런 상황에 이르니 눈치 빠른 인재들은 빠져나갔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도, 활기차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직원도 없었다. ‘미국의 보배'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던 IBM은 주요 언론으로부터 ‘사망선고'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컴퓨터 문외한 루이스 거스너의 등장


뒤늦게 위기를 깨달은 IBM 경영진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만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새롭게 조타수를 잡게 된 이가 루이스 거스너였다. 그는 컴퓨터업계와는 무관한 제과업체 나비스코의 CEO였다.

그러나 그는 쓰러져 가는 나비스코를 살려 낸 구원자였다. 나비스코는 1989년 무리한 기업확장으로 290억 달러(약 29조 원)이라는 빚을 지고 있었지만 루이스 거스너는 이를 절반으로 줄여 냈고, 1992년도에는 1989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를 냈다. 이에 앞서 맥킨지 근무시절에는 미국의 유명 철도회사를 회생시키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루이스 거스너는 ‘위기 해결사'로서의 명성을 IBM에서도 계속 이어 나갔다.

29조 원의 빚더미에 올라앉아 쓰러져 가던 제과업체 나비스코를 불과 3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회생시킨 위기 해결사 루이스 거스너.
그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하여 회생 가능성마저 회의적이었던 IBM을 구원할 유일한 CEO로 선택되었다.
(사진 : 매일경제신문 DB)


위기극복법 1. 수입을 늘리기보다 나가는 비용을 줄이다

루이스 거스너의 첫 번째 작업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 비용을 줄이는 것이었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IBM의 매출액 대비 비용지출 규모는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비용을 줄이고자 정부 관련 사업 등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자산을 팔아 버렸고 고정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빌딩 등 부동산도 대폭 줄여 1993년부터 1997년까지 4년간 2500 평방피트(ft²) 이상의 부동산을 처분했다.

대규모의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됐다. 1993년 초 30만 명이 넘어섰던 직원을 연말에는 25만 명으로, 1994년에는 20만 명대로 30% 이상 줄였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루이스 거스너는 “한 번 크게 얻어맞는 것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계속 맞는 고문보다 덜 고통스럽다”며 직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루이스 거스너의 비용 줄이기 프로젝트는 1993년부터 1997년까지 매년 50억 달러의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위기극복법 2. 변화에 민감한 기업문화를 만들다

잘되는 기업에 가면 넘치는 활기를 느낄 수 있지만 망해 가는 기업을 보면 직원들의 눈빛은 흐리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루이스 거스너는 IBM 직원에게서 후자의 모습을 봤다.



루이스 거스너는 채찍과 당근 정책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주인의식을 고취시켰다. 사진은 뉴욕 암몽크(Armonk)에 위치한 IBM 본사. (사진 : 매일경제신문 DB)

이 같은 무사 안일한 태도를 버릴 수 있도록 종신고용정책부터 폐지해 버렸다. 개혁 프로그램에 호응하지 않는 사조직과 파벌도 없앴다. 임원들에게는 철저하게 결과 중심으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했다. 회사 기여도를 평가할 때도 상사가 일방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에서 동료 6인이 익명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택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웃고 칭찬하는 분위기 속에서 결론 없이 끝났던 회의문화도 긴장감 속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바꿔 버렸다. “회의를 위한 회의는 필요 없고, 장황한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으니 회사에서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터놓고 얘기하자”며 발표자의 프로젝트 플러그를 뽑아 버린 일화도 유명하다.

채찍뿐 아니라 당근도 있었다. 과거 고위 임원에게만 부여하던 자사 주식보유 제도를 일반 사원들에게도 확산시켜 주인의식을 갖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위기극복법 3. 소비자 중심으로 다시 변화하다

루이스 거스너는 미국의 대표기업이었던 IBM이 소비자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결국 기업의 성패는 소비자에게 달렸다는 점을 되새기며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인정받기 위한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업무 시간의 40% 이상을 고객과 함께 보냈는데, 고객과 더 가까이 있겠다는 의미로 집무실을 고객이 많은 뉴욕으로 옮겼다. 지역별 영업조직을 금융, 여행, 보험 등 산업별 영업조직으로 개편한 것도 고객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었다.

고객에게 단순 기술을 파는 게 아니라 사업의 문제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로터스 디벨롭먼트(Lotus Development Corp.) 등 관련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루이스 거스너는 고객에게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로터스를 인수하여 사업군을 다각화했다.


사진은 2008년 로터스 퀵커(Quickr) 서비스 시연회. (사진 : 매일경제신문 DB)


흑자 전환과 함께 옛 명성 되찾다

결과적으로 루이스 거스너의 개혁은 성공을 거뒀다. 1993년 순손실이 81억 달러였던 IBM은 그의 부임 1년 만에 순이익 30억 달러로 돌아섰다. 필자도 참석했던 1995년 라스베이거스 컴덱스(COMDEX)에서 그는 기조연설을 맡으며 IBM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1997년에는 모든 사업이 흑자로 전환했고 2000년 순이익은 80억 달러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하드웨어라는 저성장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솔루션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며 고성장 사업으로 기업을 이끌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변화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것만이 경영진리다”

IBM의 사례에서 보았듯 당장 ‘잘나가는' 듯 보이는 기업도 예외 없이 위기의 순간을 맞는다. 또 위기는 위기인지 아닌지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소리 없이 찾아온다. 때문에 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 위기극복의 키워드는 변화를 얼마나 잘 수용하느냐의 여부인 듯하다. 이는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경영전략이 무엇이냐는 의미가 없다. 이 세상은 변화한다는 것, 그 변화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것만이 경영진리다.”
중국에서 인터넷사업으로 거부의 반열에 오른 잭 마(Jack Ma) 알리바바닷컴(www.alibaba.com) 회장의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명순영 /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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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0대 CEO가 말하는 리더십은
 
 
비전·변화로 기업 이끈다 
 
 매경이코노미가 선정한 100대 CEO 한 명 한 명이 국내 정상급 리더다. 대표적인 경영 리더들이 생각하는 21세기형 리더는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두 가지 단어로 요약됐다. 비전과 변화다.

이번 설문조사는 ‘카리스마형이 지고 비전 제시형 리더가 떠오른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CEO 80명(복수응답) 가운데 64명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으로 ‘비전 제시형’을 꼽았다. 48명은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과거 한국 리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카리스마형은 맨 꼴찌로 뒤처졌다.

100대 CEO들이 비전 제시형 리더를 일순위로 꼽은 이유는 분명하다. 급변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 때문이다. 안갯속에 가려진 미래를 헤쳐나갈 나침반 역할을 리더가 맡아야 한다는 것. 정복임 케너텍 사장은 “어제의 방향이 항상 바른 방향이 아니고, 다수가 옳다는 방향이 꼭 옳지만은 않은, 급변하고 불안한 시대”라며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리더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비전을 제시해 조직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확하게 비전을 보여주는 CEO가 스피드경영도 할 수 있다.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을 때 경영환경에 보다 원칙 있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무한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희자 루펜리 사장은 조직관리 차원에서 비전 제시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보장된 미래를 원하기 때문에 리더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 임직원들이 꿈과 희망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비전이 뚜렷해지면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정을 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변혁적 리더가 돼야 한다”고 응답한 CEO도 30%나 됐다. 변혁적 리더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변화라는 화두를 내걸고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든다. 추종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넘어 리더가 제시하는 차원의 높은 가치 달성에 헌신하도록 유도하는 리더다.

이런 의미에서 변혁적 리더는 비전제시형 리더를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또 부하직원들을 함께 리더로 만들어 그들이 변화를 주도하게 만든다는 뜻도 담겼다.

변혁적 리더에 표를 던진 윤동한 한국콜마 사장은 “신성장동력을 계속 창출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변화에 민감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역은 몰라도 CEO는 카리스마 필요”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밀려나는 모습이 뚜렷했다. 과거 한국을 이끌어온 리더들은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모두 뛰어난 추진력을 갖춘 카리스마형 리더들이다. 정주영 창업주는 조선소도 없는 상황에서 공장을 지을 부지 사진 한 장만 들고 가 계약을 성사시켰을 만큼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병철 창업주는 회사 내부 반발을 무마하고 반도체산업에 진출, 삼성을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에 카리스마형을 꼽은 CEO가 6명에 불과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업 오너들이 주로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전문경영인보다 책임 있게 기업을 이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카리스마형 리더를 선택한 CEO들이 변화를 소홀히 여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강력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 중견기업 오너는 “변화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함께 기업도 변화하려면 카리스마를 갖고 이끌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중역급 이하 리더라면 덕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고 섬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CEO의 경우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직관과 통찰력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가 많아 카리스마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섬김의 리더십도 부각

권한위임형 리더가 중요하다고 밝힌 CEO는 5명 가운데 1명꼴. 역시 급변하는 경영환경 때문에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의견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얘기는 이렇다.

“초(Hyper) 경쟁시대에서 승리하려면 얼마나 빨리, 얼마나 새롭게, 얼마나 많이 남과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다. 혁신은 지속적인 창조경영이 뒷받침 돼야 기업 경쟁력이 된다.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나온 창조적 통찰력은 개인의 통찰력보다 훨씬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이런 의미에서 권한을 위임하고 그룹으로 고민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송재병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우수한 사람이라도 개인의 경험이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모두가 한두 사람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권한 위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섬김의 리더십인 서번트 리더십은 최근 부각된 리더십이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월마트 창업주인 샘 월튼이 이 개념의 창안자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CEO(17명)가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팎으로 서번트 리더십을 강조해온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역시 섬김의 리더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는 서번트 리더십을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고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며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이라고 재정의 내렸다. 그는 또한 “격려의 리더십이 강한 기업을 만든다”고 했다. 스스로도 이 리더십을 실천하기 위해 말단 직원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리며 교감을 이뤄내고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시대가 요구하는 CEO상과 함께 자신이 속한 리더십 유형도 골라달라고 했다. 설문 결과, CEO 대부분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와 자신이 현재 평가받는 리더의 모습이 같거나 비슷하다고 답했다.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여긴 리더의 모습에 맞춰가려는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비전제시형과 변혁적 리더라고 스스로를 평가한 CEO가 각각 38%와 31%로 높았다. 권한위임형이라고 답한 CEO도 20%에 달했다. 섬김의 리더(10%)나 카리스마형 리더(3%)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다.

한 기업 오너는 자신은 카리스마 리더에 속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은 비전제시형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카리스마형이 필요한 시대인데 자신은 속하지 않는다고 말한 전문경영인도 2명 있었다.

【 리더십 유형, 어떤 게 있나 】

◆ 서번트·파트너·슈퍼 리더십 등

= 리더십을 구분하는 방식은 수십 가지로 매우 다양하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매경이코노미는 다섯 가지 리더형을 제시해 100대 CEO들에게 물었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리더십 유형을 정리해봤다.

민주주의형 리더십은 제도나 규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성적 사고를 가진 조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룹에 정보를 잘 전달하고 전체 그룹 구성원 모두 목표 방향 설정에 참여하게 만든다.

파트너형 리더십은 네덜란드 기업 필립스가 도입해 구성원의 리더십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상업적 목표와 기술적 목표를 대표하는 두 동료의 공동책임 원칙 아래 업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 사람이 지배적인 위치, 즉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두 동료 사이에서는 중요한 상호작용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구성원의 리더십이 개발된다. 소규모 조직, 극단적으로는 2인 1조의 팀에서 적합하다.

서번트(Servant) 리더십은 단어 그대로 조력자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사랑형 리더로서 조직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신뢰로 이끌어 간다. 기존 리더십이 조직 구성원 앞에서 조직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면 서번트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과의 일체화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조직목표를 달성한다.

슈퍼(Super) 리더십은 권한위임형으로 상급자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냉정함과 차가운 두뇌로 판단해 조직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리더십이다. 풍부한 지식을 활용해 경영하는 박식한 리더들에게 어울린다.

임파워링(Empowering) 리더십도 권한 위임형과 맥을 함께 한다. 분명한 목표, 권한, 책임, 지도라는 키워드로 맡은 일에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리더다. 조직의 생명력과 기(氣)를 살려준다. 통제자·의사결정자·집행자·아이디어 창안자라는 전통적인 역할에서 지원자·코치·조언자·촉진자 등으로 바뀐 셈이다.

[특별취재팀 : 김소연(팀장) / 정광재 기자 / 명순영 기자 / 김충일 기자 / 김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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